명상록
진짜와 가짜의 구분에 대해서는 과거에도 여러번 쓴 일이 있는데... 이거 중요한 겁니다. 라즈니시는 가짜이고 숭산도 가짜입니다. 성철은 진짜이고 김기덕도 진짜입니다.

진짜와 가짜는 구분되어야 합니다. 정사(正邪)는 분명하게 판단되어야 합니다. 대의명분이 그 판단의 준거가 됩니다. 대의를 밝혀줄 이념이 필요합니다.

가짜가 꼭 나쁜 것은 아닙니다. 매력적인 가짜도 있습니다. 볼품 없는 진짜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래도 진짜는 진짜이고 가짜는 가짜입니다. 이를 구분하는 훈련을 쌓아야 합니다.

전문가가 예술품을 감정하듯이 감식안이 있어야 합니다. 심미안이라고 합니다. 심미안은 훈련되어야 합니다. 훈련되지 않으면 까딱 속아넘어갈 수가 있기 때문입니다.

때로는 전문가도 위조품에 속는 수가 있다는 말입니다.

그러나 속일 수 없습니다. 잠시 속일 수 있을 뿐 오래 속일 수는 없습니다. 작게 속일 수 있을 뿐 크게 속일 수는 없습니다. 대개 역사의 심판에 의해 늦게라도 진위가 가려지곤 합니다.

진짜는 무엇인가? 대의명분이 있는 것입니다. 즉 전체에 기여하는 것입니다. 전체의 흐름인 주류를 쫓아가면서 거기서 역할을 배분받아 주류에 종속되지 않고 독립적으로 움직이는 것입니다.

애매한 부분도 있습니다. 예컨대 .. 학문이 진짜이고 종교는 일단 가짜입니다. 학문은 인류의 공동작업이고 종교는 교주들의 개인작업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종교도 다수가 그 작업에 참여하면 그 안에서 자정작용이 일어납니다. 교주가 자금을 관리하면 일단 사이비로 볼 수 있는데, 교주가 죽고 세월이 흘러 전통이 생겨나면 사이비종교도 기성종교가 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종교라는 이유로 해서 무조건 하고 가짜로 몰아붙여서는 안됩니다. 그러나 학문이 진짜이고 종교가 하나의 방편인 것은 분명합니다.

라즈니시가 가짜인 이유는 물론 사이비종교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리즈니시의 교단이 계승되고 발전하면 기성종교가 될 지도 모릅니다.(가능성은 0이지만 논리 상)

성철스님은 종교인이지만 종교의 특수한 가치를 들고 와서 인류의 공유된 보편가치로 승화시키는데 성공하고 있으므로 그 독립적 역할을 인정할 수 있습니다. 즉 성철스님의 경우는 명분이 있는 것입니다.

라즈니시는 그 반대입니다. 인류의 보편가치로 된 것을 찢어서 신비주의 방법으로 조작한 다음 사적 영역에 귀속시킨 책임이 있습니다. 이건 명분이 없는 짓입니다.

물론 가짜라고 해서 하나부터 열까지 다 되먹지 못한 소리만 하는 것은 아닙니다. 가짜도 바른 말을 할 때가 많지요. 총체적으로 대의와 명분의 원칙에 어긋나기 때문에 가짜라고 하는 것입니다.(선의로 시작했는데 줄을 잘못 서서 가짜가 된 경우도 많다)

라즈니시가 왜 가짜이냐? 물론 거짓말을 하기 때문입니다. 그는 학위를 여러 개 가진 저명한 학자입니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종교가입니다. 그의 처신은 학자의 명성과 지위를 팔아 종교로 집금하는 방식입니다.(그는 종교와 학문의 경계선에서 곡예를 했다)

성철스님은 종교가입니다. 그가 학자로서 학위를 내세워서 뭐 어떻게 했다든가 이런건 없습니다.(성철스님이 가진 학위가 있을 리 없지만) 그는 종교의 것을 종교 바깥의 세계에 까지 가져와서 인류에 기여하는 방법으로 크게 보시한 사람입니다.

라즈니시는 반대이지요. 종교의 영역이 아닌 보편의 영역에 속하는 것을 교묘한 책략을 사용하여 종교라는 특수영역으로 제한시켜 사유화 한 사람입니다. 그는 학문으로 위장하는 방법으로 종교의 영역을 뛰어넘어 자유자재로 행동하면서 자신에게 무한대의 관대함을 허락한 자입니다.

공사는 확실히 구분되어야 합니다. 공적 영역과 사적 영역은 분명히 따져져야 합니다. 종교의 영역과 학문의 영역은 엄격하게 구분되어야 합니다. 라즈니시류가 문제되는 이유는 그 경계를 애매하게 해놓고 공의 것을 사로 가져가기 때문입니다.

인류의 진보란 무엇인가? 종교나 문화 등 특수영역의 것을 부단히 보편화 하는 과정입니다. 예컨대 무속이라든가 아프리카나 인디오들의 토속적인 종교적 제의 따위의 특수영역에 속하는 것을 보편적이고 크게 공유되는 문화로 승화시켜 인류의 공통된 정신적 자산으로 삼는 것이 진보입니다.

키니네는 원래 인디오들의 민간요법으로 쓰였지만 지금은 말라리아 퇴치약으로 쓰이고 있습니다. 아스피린도 원래는 버드나무 껍질을 달여먹는 민간요법에서 나온 것입니다. 이런 식으로 사의 것을 공의 영역으로 가져오는 것이 진보입니다.(남미에 파견된 백인 신부들은 키니네를 미개인의 사악한 마법이라고 주장하여 많은 신도들을 죽게 만들었다.)

제가 ‘깨달음’을 논하는 것도, ‘공안’을 논하는 것도 종교라는 사의 것을 학문이라는 공의 영역으로 가져오기 위함입니다. 그 반대가 되면 안되지요.

알고보면 독일의 관념철학이 불교와 도교의 영향을 크게 받았습니다. 실존주의도 그 연장선 상에 있는 것입니다.(이 부분에 대해서는 서점가에 관련도서가 많이 나와있음)

‘인문학의 위기’니 혹은 ‘인문학은 죽었는가?’ 하는 논의가 있는데 동서양을 막론하고 인문학의 미래는 ‘깨달음’에 있습니다. 음악, 미술 등 타 문화분야도 마찬가지입니다. 재즈가 아프리카의 토속음악과 클래식이 결합한 결과이듯이 사의 영역의 것을 공의 영역으로, 그리고 특수의 것을 보편의 세계로 가져오는 것이 진보입니다.

그러한 모색은 아프리카에서, 남미의 인디오들에게서, 시베리아의 샤먼들에게서 또 불교나, 도교, 유교 등 특수영역의 것을 인류공통의 영역 곧 보편된 학문의 세계로 가져오기입니다.

앞으로 인문학의 진보는 이 하나의 방향으로 진행될 것입니다. 서구유럽에서는 더 나올 것이 없습니다. 서구 인문학의 자원은 헬레니즘과 헤브라이즘인데 이미 파먹을 것을 다 파먹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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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해하기 없기.. 라즈니시의 책은 거짓된 것이므로 쓰레기통에 던져라는 이야기가 아님.. 단지 책을 읽더라도 가짜라는 사실을 알고 읽으라는 이야기임. 가짜이지만 라즈니시에게서도 배울 점은 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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