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상록
read 5861 vote 0 2004.02.11 (21:23:07)

어깨를 부딪힐 수 있는 좁은 통로에서 두 사람이 마주치면 여자는 등을 보이는 형태로 피하고 남자는 가슴을 보이는 모양으로 피합니다. 여자는 상대방의 시선을 피하려고 하고, 남자는 상대방의 시선을 감시하려고 합니다.

13번째사도님의 ‘남자는 정보를 교환하고 여자는 감정을 교환한다’는 표현이 의미심장하군요. 분명히 남자와 여자는 차이가 있습니다. 저는 아직 여자들이 백화점에 3시간씩 쇼핑을 하는 이유를 깨닫지 못하고 있습니다.

어떻게 그런 일이 물리적으로 가능하다는 말인가?

문제는 스트레스입니다. 코드가 맞는 사람과 맞지 않는 사람의 대화에는 명백히 스트레스가 있습니다. 전라도사람과 경상도 사람의 대화에도 그런 식의 보이지 않는 장벽이 있습니다. 배운 사람과 못배운 사람, 다른 직업이나 종교를 가진 사람과의 대화에도 보이지 않는 장벽이 있습니다.

그걸 넘어서기 위해서는 상당한 훈련을 해야합니다.

‘세이프티 존(Safety Zone)’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이것이 무엇인가하면.. 약간 비유가 이상하다 싶은 생각이 들지만 일단은 들어주시기 바랍니다.

어떤 경찰이 도둑을 쫓았는데 도둑이 자신의 시골농장으로 도망가더니 사나운 맹견을 여러마리 풀어놓는 것이었습니다. 경찰은 더 이상 진입을 못하게 되었는데 누군가가 아이디어를 내어서 개장수를 데려오기로 했습니다.

아시다시피 개장수들은 개를 잘 진압합니다. 사나운 맹견도 개장수들 앞에서는 다소곳한 새색시(앗 실례되는 표현)가 아니고 하여간 꼼짝을 못하는 것입니다. 개장수들이 집안으로 성큼성큼 들어서더니 단숨에 개들을 끌고 나왔습니다. 도둑은 바로 잡혔지요.

왜 개들은 개장수를 무서워할까?

개장수들도 그 이유를 모른다는 겁니다. 그래서 개장수들이 회의를 열었는데 ‘개들이 개장수들의 눈빛을 무서워한다’는 걸로 결론이 내려졌다고 합니다. 근데 과연 그 말이 맞을까요? 개장수들은 다 눈빛이 사나울까요?

과연 그럴까요?

개들은 ‘세이프티 존(Safety Zone)’이라는 자기만의 구역을 가지고 있습니다. 보통 사람이 나타나서 그 세이프티 존의 입구에서 얼쩡거리면 개들이 사납게 짖어댑니다. 개장수들은 그 세이프티 존을 단숨에 돌파해버립니다.

즉 개가 맘 속으로 ‘짖을까 말까’를 판단하는 그 경계지점에 머무르지 않고 바로 다가서는 것입니다. 이 상황에서 개들은 일단 짖을 기회를 놓쳤으므로 작전을 변경하여 짖는 작전을 포기하고 이빨로 깨무는 작전을 채택합니다.

개들은 사람 몰래 뒤로 돌아가서 종아리를 물려고 합니다.

이때 개들은 사람의 눈을 주시하게 되는데 이는 사람의 뒤로 돌아가기 위해서입니다. 개장수들은 개를 똑바로 바라보고 눈싸움을 합니다. 즉 개가 사람 뒤쪽으로 돌아갈 기회를 주지 않는 것이지요. 개는 두 번째 작전을 포기하고 세 번째 작전을 채택합니다.

개집 안으로 도망치는 거지요. 이때 개장수는 개집 안으로 얼굴을 밀어넣습니다. 만약 손만 밀어넣는다면 개가 그 손을 물겠지만 얼굴을 통째로 밀어넣으면 개는 당황해서 사람을 물겠다는 생각은 못하고 오직 끌려나가지 않을 궁리만을 하게 됩니다.

개장수는 끌려나오지 않으려고 버둥거리는 개의 목줄을 잡아서 개집에서 끌어냅니다. 그걸로 끝나는 거지요. 여기서의 포인트는 개는 의사결정을 하는 지점을 정해놓고 있으며 그 사전에 정해놓은 전략에 집착하다가 개장수의 작전에 말려든다는 말입니다.

1) 세이프티 존 근처에서 - 짖는 전략을 채택한다.
2) 물 수 있는 거리에서 - 사람의 눈을 피해 뒤쪽으로 돌아가려 한다.
3) 개집 안으로 도망가서 - 끌려나가지 않으려고 버틴다.

이렇게 개는 자기의 행동규칙을 고정으로 정해놓고 있기 때문에 이를 역으로 치고들어오는 개장수에게 번번히 당하는 거지요. 개를 길러보신 분은 아시겠지만 개는 슬그머니 사람의 뒤로 돌아가서 종아리를 깨물거나 냄새를 맡으려고 합니다. 즉 사람의 눈길을 피하는 거지요. 개장수는 그럴 틈을 주지 않는 것이구요.

사람들에게도 이런 식의 세이프티 존이 있습니다. 자신도 잘 모르는 행동규칙이 있는 거에요. 예컨대 제비족들이라면 여성의 세이프티 존을 공략하는 방법을 잘 알고 있다고 봐야지요. 아제님처럼 멋 모르고 세이프티 존 근처에서 얼쩡거리면 여성은 일단 반대를 합니다. 거의 본능적으로 반대의견을 내는 거죠. 거부를 당하고 마는 것입니다.

전라도사람과 경상도사람이 마찰한다면 역시 같은 이유라고 봅니다. 말씨가 다르면 그 세이프티 존이 확대되는 것입니다. 말씨가 비슷하면 덜 경계하게 되는 거지요. 그 세이프티 존 근처에서 얼쩡거리는 일은 남자든 여자든 막론하고 매우 스트레스를 줍니다.

그러므로 상대방에게 스트레스를 안주는 것이 요령이 되겠습니다. 즉 어떤 판단의 부담을 상대방에게 지우면 상대방은 무조건 부정적 판단을 한다는 말입니다. 하여간 여기서 중요한 일은 그것이 굉장히 스트레스를 주는 일이라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는 말입니다.

연인들이 데이트를 할 때 실제로 많은 스트레스를 받습니다. 남자와 여자의 일상적인 대화에도 그런 마찰이 있다고 봅니다. 즉 남자는 정보를 캐려는 경향이 있고 여자는 감정을 교환하려는 경향이 있는 것입니다. 물론 저는 여자가 아니기 때문에 여자의 속셈을 모르지요.

과연 그러한지?

그러므로 남자의 발언은 일종의 유도심문인 경우가 많습니다. 정보를 캐내기 위해 일단 미끼를 던져보는 거지요. 속셈은 감추고 말입니다. 남자의 이런 태도가 여성의 세이프티 존에 걸리는 거죠. 여성에게 스트레스를 주고 서로 마찰하게 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여자는 남자의 이러한 목적을 간파해야 합니다. 감정을 교환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정보를 캐기 위해 말을 하는 습관이 있다는 점을 받아들여야 합니다. 즉 여자가 ‘이 옷이 어때?!’하고 질문했다면 그것이 일종의 분위기잡기인데 남자는 그것을 모르고 논리적인 분석을 합니다. 이 옷은 이 점이 나쁘고 이 점이 좋으며.. 이건 코드가 안맞는 거죠.

하여간 결론은

- 남자와 여자는 서로 다른 형태의 세이프티 존을 가지고 있다.
- 세이프티 존 근처에서 얼쩡거리는 행동은 상대방에게 굉장한 스트레스를 준다.
- 세이프티 존을 좁히고 상대방을 그 안으로 끌어들이는 방법으로 배려를 해주어야한다.
- 과감히 상대방의 세이프티 존을 돌파하는 전략을 세워야 한다.
- 남자는 정보를 캐기 위하여 유도심문을 하는 경향이 있다.
- 여자는 감정을 공유하기 위하여(무드를 잡는) 동의를 구하는 경향이 있다.
- 상대방에게 스트레스를 주지 않기 위해서는 서로를 이해하려는 노력을 해야 하며 또 상당히 훈련을 해야 한다.

이 이야기가 다 맞는 이야기는 아닐 겁니다. 왜냐하면 저는 여자가 되어본 일이 없으니까요. 중요한 점은 남녀간에는 명백히 차이점이 있으며 이 때문에 여자와 남자는 대화에서 매우 심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으며 스트레스를 주지 않기 위해서는 서로를 이해하려고 노력해야 하며 훈련을 쌓아야 한다는 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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