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상록
read 7464 vote 0 2004.02.10 (13:41:39)

저번에 제가 즐겨 쓰는 ‘미학’이란 표현에 대해 질문을 받은 적이 있었습니다. ‘미학’이 뭐냐? 이건 참 골때리는 질문이오. ‘인간이란 무엇인가?’, ‘혹은 사랑이란 무엇인가?’ 하는 질문과 같소. 이런 질문은 거의 폭력에 가깝소.

누군가가 내게 ‘인간이란 무엇인가?’하고 질문을 던진다면 나는 일단 이렇게 반문해주고 싶소. ‘넌 누구냐?’. ‘나는 무엇이다’라고 대답할 수 있는 사람만이 이런 질문을 던질 자격이 있소. 자격에 미달하는 분은 그냥 국어사전을 찾아보도록 하시오.

어쨌든 어제 다른 글을 쓰다가 또 미학에 대해 언급하게 되었기에 한 줄을 인용하기로 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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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이라면 장편과 단편이 있다. 장편과 단편은 원고지 분량만 차이가 나는 것이 아니라 이야기구조에서 완전히 다른 별개의 형식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미학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작품성을 판단하는 기준이 다른 것이다.

영화에 있어서도 그러하다. 장편소설을 각색한 영화와 단편소설을 각색한 영화는 별개의 형식과 미학을 가져야 한다. 오리지널 시나리오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단편에 해당하는 미학과 형식이 있는가 하면 장편에 해당하는 미학과 형식이 있다.

장편이라면 기승전결의 이야기구조를 가지고 있다. 권선징악의 교훈을 위주로 하는 강렬한 주제의식과 관객을 영화에 몰입시키는 장치로서의 ‘감동’을 쥐어짜는 구조의 플롯을 장치하고 있다. 단편이라면 기승전결의 이야기구조가 뚜렷하지 않고 권선징악을 위주로 하는 주제의식을 관객에게 강요하지 않는다. 대신 디테일을 위주로 하는 잔재미와 극적인 반전의 스릴을 무기로 한다.

이렇듯 장편과 단편은 그 형식이 다르다. 소설에 있어서도 그러하고 영화에 있어서도 그러하다.(단편영화가 아니라 단편소설에 해당되는 플롯의 구조를 가진 영화) 미학에 있어서도 그러하다. 즉 장편과 단편은 영화의 작품성을 판단하는 기준이 다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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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르에 있어서도 그러하다. 액션영화와 코미디영화와 공포영화와 멜로영화는 그 미학이 다르다. 즉 작품성을 판단하는 기준이 다르다. 그러므로 어떤 영화에 대해 평론가가 잘못된 장르로 접근하면, 즉 잘못된 작품성을 판단하는 기준을 적용하면, 즉 잘못된 미학을 적용하면 잘못된 평가가 나오는 것이다. 동일한 영화에 대해 평론가들 마다 평가가 다른 이유는 각기 다른 미학을 적용하여 작품성을 판단하기 때문이다.

여기서 결론.. 미학이란 무엇인가? 작품성을 판단하는 평가기준이다.

물론 이야기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작품성이란 무엇인가? 이거 까지 이야기하려면 단행본 한권을 써야한다. 미학이야기는 이 정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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