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상록
매트릭스 레볼루션을 봤습니다. 혁명은 없었습니다. 제 기준으로는 기대에 못미쳤지만 전투장면 좋아하는 젊은이들이라면 좋아할만 하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못마땅한 대목 :
* 프랑스인을 반복적으로 비난하는 대목.. 이라크전 때문에 삐친듯.. 하긴 이라크전 이전부터 헐리우드는 프랑스인을 깎쟁이로 비난하곤 했음. 프랑스에 대한 열등감이 뼈에 사무친듯.

상투적인 대목 :
* 인도인은 프로그래머 시키기 (실제로 실리콘 밸리엔 인도인 프로그래머가 많음)
* 동양인은 괜히 따라다니기 (중국 액션배우 하나가 괜히 따라다녔음)
* 여주인공 사랑밖에 나는 몰라 (유치한 사랑타령 늘어놓음, 여성에 대한 편견)
* 그외 다양한 인종이 참여했으나 각기 하나씩 역할을 나눠줌.(그 역할의 결정은 대부분 편견)

썰렁한 대목 :
* 악당 스미스의 많은 분신들은 아무런 하는 일이 없었음.

우낀 대목 :
* 노숙자가 전철역장(혹은 전철운전기사 ..우리나라 지하철도 노숙자들이 꽉잡고 있음)

영화적인 실패
미학적인 완결성의 면에서 검토한다면 마지막에 문제를 해결하는 주인공이 민중이 아니라 귀족(크샤트리아 계급)이고 문제가 해결된 다음에는 두 승려(바라문)간의 게임이었다고 결론을 내리는 데서 실소함. 미학으로 말하면 주인공으로부터 등을 돌리고 냉소적인 입장에 섰던 민중들이 주인공을 돕는 형태로 결론을 내리는 것이 공식에 맞음.

전투에 참여하여 목숨을 걸고 싸운 많은 전사들의 영웅적인 활약이 마지막에 쓸데없는 짓이었다는 사실이 밝혀짐. 용감하게 싸우고 있는데 위에서 스위치 한번 눌러서 전원을 내리는 것으로 ‘전쟁 끝’ 하고 선언하는 식.. 왕 썰렁.

토론할만한 내용은 없고 철학은 물론 꽝이었는데 마지막 말..

영감 “알고 있었나?”
할멈 “믿었지.”

여기서 앎과 믿음의 차이, 앎이 공간적인 것이라면 믿음은 시간적인 것입니다. 즉 앎은 공간 위에서 어떤 위치에 도달하는 것으로 성립하지만, 믿음은 시간 상에서 그것이 지속되어야 한다는 거죠. 무엇인가? 앎이 미래에 대한 앎이라면, 믿음은 그 믿음이 그 미래에 영향을 미쳐 미래를 바꿀 수 있다는 말이지요.

불확정성의 원리 처럼.. 앎은 미래를 아는 건데, 문제는 그 미래가 가변적이라는 겁니다. 그러므로 앎으로 부족하지요. 예컨대 “노무현이 파병하지 않을줄 알고 있었다” 혹은 “파병할줄 알고 있었다”로는 부족합니다. 믿음이 영향을 미쳐서 파병하지 않도록 보이지 않게 힘을 행사해야 한다는 거죠.

그러므로 예측하는 것으로 부족하고 적극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해야 합니다. 즉 때로는 알아도 의도적으로 모른체 해야한다는 거죠. 안다고 아는체 하면 그 아는체가 영향을 미쳐서 미래를 바꿔버리게 됩니다.

믿는다는 것은 알고도 모른체 한다는 거죠. 노무현이 파병 않을줄 알고 있었다 해도 모른체 하고 파병반대를 계속 해야 합니다. 예컨대 그렇다는 말이고.. 영화에서 믿음은 소극적으로 처리되었습니다. 그냥 말로만 “믿어” “이 사람은 기적을 믿는다구” 이렇게 믿음을 ‘선언’하기만 하고 그 믿음을 실천하지는 않더군요. 그것이 실패.

믿음은 실천이며 그 실천은 알면서도 모른체 하는 것일 때가 많습니다. 역으로 실천에 의해 담보되지 않은 믿음은 무지일 때가 많습니다. 진짜 믿음은 참으로 도달하기 어려운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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