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상록
read 5596 vote 0 2003.10.05 (17:42:41)

화엄은 구도자가 만행, 만덕을 닦아 그 결실을 장엄하게 나타내보인다는 의미다. 여기엔 단계적 오류시정의 원리 곧 피드백의 개념이 있다.

화엄은 거대한 하나의 세계이다. 어떤 선이든 혹은 어떤 악이든 그 시, 공간적인 거대함 안에서 전부 용해된다.

불교의 윤회론설 어떤 잘못을 저지르면 반드시 보복을 당한다는 복수론으로 오해될 수 있다. 기독교의 ‘눈에는 눈, 이에는 이’다.

화엄은 부분과 전체와의 관계를 다루고 있다. 개별적인 사실들은 전체와 유기적인 관련성을 맺고 있다. 개별적인 목표들은 그 전체의 목적과 충돌을 일으키기도 하나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면 그 거대한 세계 안에서 전부 용해된다. 부분을 보지 말고 전체적인 과정을 보라는 말이다.

화엄의 관점에서는 전략적 오버도 용서가 되고 의도적인 실수도 용서가 된다. 그러므로 화엄에는 융통성이 있다. 기독교적인 편협함이 극복될 수 있다.

씨네21에서 모 영화평론가가 김기덕감독의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을 두고 기독교적인 영화라고 주장하고 있다. 즉 기독교의 원죄설에 유사한 이야기구조라는 것이다. 사실이지 불교의 인연설은 어느 면에서 기독교의 원죄설과 통하는 면이 있다.

불교의 연기설을 개별적인 관점에서 보면 단순한 복수설이 될 수도 있다. 이러한 단점을 극복하기 위하여 개별적인 사실을 전체에서 따로 떼어내어 분리해서 보는 것이 아니라 전체와의 유기적인 관련성 안에서 파악하는 시각을 획득하고자 하는 의도에서 화엄경이 이루어졌다.

법화경은 어느 면에서 불교 이전에 성립한 바라문교와 논쟁하는 측면이 있다. 이론투쟁의 과정에서 어느 정도로 유치해진 면이 있다. 법화경이 이론이라면 화엄경을 실천이다. 실천을 통하여 법화경의 유치한 면을 보완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석가의 인과응보의 논리를 잘못 이해하면 기독교의 심판론과 유사한 복수설이 될 수도 있다. 화엄은 부분과 전체의 논리, 생명체와 같은 유기적인 상호관련성의 논리, 시행착오와 오류시정의 과정을 수용하는피드백의 논리로 이를 극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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