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교조는 인간의 자존심을 상징한다. 교장단은 그 위에 군림하는 권위주의를 상징한다. 전교조와 교장단의 싸움은 자존심과 권위주의의 대결이다. 인간의 역사는 자존심이 권위주의를 꺾어온 과정의 기록이다.
이라크전은 자존심의 패배를 의미한다. 인간의 존엄은 늘 권력에 패배해 왔다. 그러나 그 패배는 역사에 기록되지 않는다. 기록할 가치가 없기 때문이다.
세계는 여전히 약육강식의 정글이다. 당연히 권위가 자존심을 이긴다. 인간은 존엄한 존재가 아니라는 사실이 거듭 확인된다. 기록하지 않는다.
아주 드물게 인간의 존엄이 승리하기도 한다. 그때 역사는 그 승리를 기념하여 굵은 활자로 기록한다. 그것이 역사다. 역사는 결코 공정하지 않다. 인간의 자존심이 승리했을 때만 유의미하게 평가한다. 왜? 그 순간 『게임의 룰이 바뀌기 때문』이다.
룰이 바뀌면 룰이 바뀌어졌다는 사실을 널리 알려야 한다. 그래서 역사는 기록한다. 『역사는 공동체의 룰이 변화해온 과정의 기록이다.』
역사는 공정하지 않다. 역사는 어떠한 경우에도 역사 그 자신의 편이다. 백번 싸워서 99번 패배하고 한번쯤 승리하면 역사는 그 하나의 승리만을 기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