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에게나 그렇겠지만,
제게도, 성장통이라는게 있었습니다.
세상이 한없이 작게 보여지던, 종로 교보문고 문학편 어느 서가의 구석자리에서,
담배를 한대 물고, 섰던 보신각옆의 벤치에서,
첫사랑을 그냥 그렇게 보냈던 섭씨 38도를 넘어가던 아스팔트의 열기에서,
하지만, 이것들은 제 개인의사치일뿐...
제게 진심어린 배반을 준건, 제가 태어난 이땅에,
당당한 등뼈 구실을 해주는 사람이 없었다는 사실입니다.
군인이 지도자였던 어느나라도, 떳떳한 나라는 없습니다.
그럼에도, 그들은 안으로 군림하고, 속보이는 프로퍼갠다를
그들의 노예적인 언론으로 전파합니다.
아무것도 모르면서, 야간자율학습하고, 아무것도 모르면서
서로를 증오하고, 일주일 50시간 노동을 자랑스러워합니다.
그렇게, 자본주의의 첨단국가들의 '개노릇'을 하면서
조금 못한 나라들을 경멸합니다.
전 그런 등뼈를 가진 나라에서 나온 사람임이 너무나도 부끄러워졌습니다.
그럼에도,
과학은 인류의 집단지능인 과학은 늘 빛이었고,
거창하게 들리지만,
사람들 현혹하는 부채도사가 되길 거부하고,
역량이 부족하더라도, 자연이 새로운 생명을 낳듯
분석하고 예측하는 쪽에 서기로 한겁니다.
알량한 지식을 사고파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인식은 너무도 주관적이어서, 사물을 삐뚫게 봄을 자각하고,
시스템안에서 현상을 분석하고, 모델링하는 쪽에 서기로 한겁니다.
그것이, 내게 주어진 '신의 본령'임을 자각하고,
스스로의 캔버스에 그림을 그립니다.
그건, 가슴시렸던 첫사랑에 대한 예우도 아니고,
구석자리, 79년도 동인문학상에 꽂아둔 책갈피에 대한 연민도 아니며,
피워도 채워지지 않던 담배피던 가슴의 청춘도 아닙니다.
다만, 신에 대한 저의 '스타일'일 뿐. 혹, 그의 '형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