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을 한 10분 남겼을까요.
옆 반 선생님이 교실로 오셔서 중학생에게 금전적 협박을 받고 있어서 난감한 처지에 있는 아이 얘기를 하시더라구요.
제가 6학년이고, 폭력담당은 아니지만, 윤리부장을 맡았고 애들 폭력문제 해결하는데 관심이 많아서
남자 애들 말썽 같은 힘든 일 있으시면 언제든 말씀하시라고 했던 터라...
그 선생님반 여자애가 중핛생 언니한테 문자로 욕설과 함께 금전적 협박을 요구하는 문자를 받아서 겁먹고 차일 피일 미루던 중
친구들한테 고민을 털어놓게 되었고, 친구들이 담임 선생님께 도움을 요청하게 된 것이었습니다.
어이가 없고, 저도 화가나고 해서 그 중학생 아이에게 전화를 했습니다.
전화로 사실확인을 하고나서 학교로 오라고 했습니다. 20분 정도 걸린다고...저도 좀 떨리더군요.
아이가 어떻게 나올지 알 수가 없으니. 다만, 금전적 협박문자가 남아 있어 증거가 분명하기 때문에 주도권은 저에게 있었죠.
그런데 아이가 시치미 떼고 계속 대화가 지지부진한 듯 해서, 목소리를 높여 엄포를 놓으니까 대화에 진전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나서 그 피해자 입장으로 보이는 6학년 아이를 교실로 불러서 간략하게 얘기를 듣는데, 뭐가 좀 복잡한 듯 했습니다.
보통 애들이 그렇듯이, 자기 유리한 점만 말하는 듯 하고 여러 사람이 연루된 듯 해서, 그림으로 인물 관계도를
나타내고 필요하면 간단히 설명을 덧붙이라고 했습니다.
일의 개요는 이러했습니다.
6학년 애들이 놀이터에서 노는데 4학년 애가 야려(?)봐서 '왜 쳐다보냐?'고 따지니까,
4학년 애가 겁도 없이 '너나 야리지 마라', 그러다가 서로 욕설이 난무했고, 한 6학년 여자애가 돌을 던져서
욕을 한 4학년 친구 다리를 맞췄고, 멍들고 피가 나서 애가 울고 난리가 났었답니다.
돌던진 6학년 여자 아이는 겁나서 그 자리를 피했고,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지 못하고
그것도 모자라 계속적으로 4학년 여자 애한테 '맞짱까자'고 전화했고,
4학년 애는 이번 사건과 연루된 중학생 빽을 믿고 맞짱까자고 대들고...
4, 6학년 싸움에 친한 중학생까지 끼어들어서 6학년 전화번호를 알아내 욕설하고...
중학생 입장에서는 자기 딴에 처음에는 아는 동생을 보호하려고 하다가 자기가 돈이 없으니
약점 잡힌 6학년 아이에게 '돈을 가져와라, 가져 오지 않으면 내 친구들 불러서 패겠다'고 한 거죠.
제가 있는 학교의 학구 근처에는 가까이에 버스터미널에 대형 패션몰이 있고, 공군 비행장 소음에
학교에서 500m만 가면 모텔촌이 있고, 학교 바로 옆이 중학교에다 오래된 집들이 많고, 아이들 가정 형편도 좋지 않습니다.
애들이 심성은 착한 듯 하나, 장난이 심하고 거칠어서 쉽게 발끈하고, 중학생들과 연결된 사고가 늘 우려되는 곳이죠.
교실로 온 중학생 아이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아이의 입장과 마음도 공감해줬습니다. 무조건 혼낸다고 능사는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나서 이 것이 왜 심각한 문제이고, 이 문제로 인해 네가 어떤 처벌을 받게 되는지 알려줬습니다.
이어서 아이의 동의를 받고 사건확인내용과 사과 및 재발방지, 복수금지, 접근금지, 재발시 어떠한 처벌도 받겠다는 약속과
자필사인이 담긴 '각서'를 받고 접근금지를 신신당부받고 보내줬습니다. 만약 이런 일이 재발하면 학교나 경찰서에 알리겠다고
경고했습니다.
나중에 알게된 것으로 좀 어이없던 것은 6학년 여자애가 먼저 겁도없이 자기 인맥을 총동원해서 송신번호를 바꿔서
중학생에게 수차례 욕설 문자를 날렸다는 겁니다. 4학년 애들에게 6학년이 돌을 던졌다는 사실도 중학생을 통해서 파악할 수 있었습니다.
이래서, 애들 문제는 전모를 파악하기 전까지는 어떠한 판단이나 조치를 취해선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돌봄과 치유가 부족한 가정환경, 우범지역화되고 있는 피폐한 지역 공동체 속에서 애들은 자기 나름대로 선후배 관계로
보호장치를 만들고, 그것이 무슨 벼슬이나 되는 양 자신의 생채기를 다른 사람에게도 쏟아냅니다. 피해자 가해자가 되고,
가해자가 피해자가 됩니다.
그로 인해 1vs1의 문제가 다수의 문제로, 1단계의 문제가 3-4단계를 거치는 문제로 복잡해집니다.
개인적으로 일반대학 다닐 때 부터 이런 문제는 그리 어렵지 않게 처리했습니다.
몇년 전 포천에서 근무할 때도 졸업한 제자가 중학교 가서 조폭의 딸래미에게 시달리는데 남자 담임교사가 미온적으로 대처해서
제가 가해아동과 직접 전화로 해결했습니다. 자신의 방학숙제를 반 애들에게 시키고, 그 반의 왕따아이에게 방과후에 집단적으로
폭력을 가할 정도였습니다. 제가 수차례 문자로 그 담임교사에게 알렸지만 답장도 없고, 처리도 엉망이라 직접 나설 수 밖에 없었습니다. 아이가 집단폭력에 동참하기 싫어서 방과후 아빠에게 자기를 데려다 달라고 부탁하고, 급기야 그 아이가 무서워서 아프다는 핑계로 결석하기에 이르렀는데도 도와줄 사람이 없다니... 저는 너무나 분노하여 그 일에 개입했습니다. 그결과는 담임교사에게 통보하고, 향후 적극적인 대처를 촉구했습니다. 안하면 교육청과 경찰서에 알리겠다고...
그 이후 제자는 점차 안정을 취하고 편하게 학교를 다닐 수 있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왕따 문제나 폭력문제는 담임 교사의 의지만 있으면 웬만한 것은 다 해결할 수 있음을 경험했습니다.
물론 모든 것을 담임교사 책임으로 묻는 것에도 반대합니다. 점차 아이들의 폭력행태도 심각하고, 빈도도 증가하고,
교사에대한 학부모의 신뢰도 예전같지 않기 때문입니다. 예방시스템과 후속조치 시스템이 마련되어야 하고,
상담교사도 상주해야 하고, 엄격한 처벌도 동반되어 합니다.
그런데 현실에서 평소에 교사가 얼마나 아이들을 존중을 바탕으로 자유와 책임을 적용하는가, 아이들의 욕구가 해소될 수 있는
방향으로 애쓰지 못한 것이 현실입니다. 각종 잡무에 시달려서 정작 애들과는 5분도 상담할 시간이 없습니다.
폭력문제가 발생했을 때 얼마나 합리적으로 대처하는가를 살펴보면 답답한 생각도 많이 듭니다. 사소한 문제도 크게 만들어서
여러 사람들의 관계에 상처를 입게 되고, 심각한 문제도 제자라는 이름으로 쉬쉬 덮다가 감당 못할 일로 커져서 큰 피해를 입게 되고...
지구가 통째로 노랑제비꽃의 화분일 수 있습니다.
아이 한명이 제대로 커가기 위해선 마을 전체가 필요하다는 인디언의 격언도 있습니다.
그만큼 아이가 변화하기 위해서는 아이가 접촉하는 인간계의 환경이 먼저 바뀌어야 합니다.
'가정에서 안되는 것은 학교에서도 안돼'라는 생각을 버려야 합니다.
가정이 안바뀌면 가정이 바뀔 수 있도록 학교교육이 신뢰를 주고, 가정에 협력을 요청할 수 있습니다.
지역인사에게 협조하면 가정을 오히려 쉽게 변할 수 있습니다.
저는 전담임 선생님들로 부터
'요주의 학부모'란 얘기를 들은 분들과도 계속적으로 소통하고 있습니다.
크진 않지만, 아이의 변화도 조금씩 엿보이구요. 초임교사시절 부터 그렇게 해왔습니다.
현실적으로 지역사회를 변화시키는 중심에 교사가 있습니다.
학부모교육으로 부모님과 자녀와의 관계를 회복하고
대화법으로 선생님과 제자와의 관계가 존중을 바탕으로 한 자유과 책임의 교육을 이룰 수 있습니다.
나아가 학부모 단체가 바로 서고, 지역 사회가 학교 교육을 받춰 줄 때 공동체가 변하고 학교가 바뀌고
아이들이 바뀝니다. 교장, 교감을 설득하는데는 한계가 있습니다. 관리자와 교사가 바뀌어도 학교의 본질이
그대로 유지될 수 있는 지속가능한 시스템 구축없이는 학교교육의 변화는 이룰 수 없습니다.
우리 학교는 혁신학교도 아닙니다. 근무 여건이 좋은 학교도 아닙니다.
그러나, 아이의 변화와 성장에 관심갖는 선생님들이 점차 모이고 있습니다. 더욱 늘어날 것입니다.
그러면서 학교 안 문화를 바꾸어 나가고, 학교 밖(학부모, 지자체, 정치인, 지역인사)들과 협력하려고 합니다.
과연 어디까지 가능할까요?
수원에서 우리학교가 변하면 안변할 학교가 없기 때문에 오늘도 힘을 내봅니다.
지역에 성당과 교회도 있는데 마땅히 역할을 감당하지 못하는 듯 합니다.
성당이든, 교회든, 동사무소든 찾아가 보려 합니다.
지역 유지나 학교운영위원장과 허심탄회한 얘기를 해봐야겠습니다.
국회의원과 시의원, 시장에게는 표를 줄 수 있는 진짜배기 성과와 제가 하는 일이 관련이 있음을 보여서
인적 물적 자원을 끌어와야 합니다. 물론, 저보다 먼저 오셔서 학생복지 관련 재정을 끌어온 선생님이 계십니다.
내년이면 뜻있는 역량있는 선생님 1명이 더 오고, 저도 좋은 선생님을 설득하여 영입하려 합니다.
학교내에서 팀원이 있어야 팀웍이 생기고, 포지션을 선점해서 학교계획이 학생성장 중심으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도울 생각입니다.
멋진 상우샘.
샘이 있어 든든합니다.
--- 학교 밖(학부모, 지자체, 정치인, 지역인사)들과 협력하려고 합니다.
이 부분에서 샘의 '건설의지'를 읽습니다. 샘은 '이기는 법'을 알고 있네요. ㅋㅋㅋ
학생-교사-부모-학교-교육청-경찰-사회전체..
학생의 문제를 교사가 주도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상위의 학교, 교육청을 끌어들여야 하고,
그래도 안되면 경찰, 경찰까지 미적거리면 국가와 지역사회까지 확장시켜버리면 모두 쫄아서 움직이게되죠.
아이들을 상대할때 많은 교사들은 교사-아이, 학교-학생의 관계에 얽매여버리는 경향이 있습니다.
아이들이 얼마나 네트워크적인지 모르기 때문.
말 안듣는 부모를 설득시킬때도 예전에는 학교만 들먹거려도 됐지만 이제는 경찰까지 올라가야하고
선생이나 학교를 움직이려면 교육청과 언론을 끌어들일수있음을 암시해야합니다.
구조론적으로, 어떤 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바로 위의 상부구조를 치는 것,
상부의 상부의 상부의.. 점차 사건이 커진다는 암시만 던져도 대부분 굴복해서 테이블에 앉을수밖에..
상우샘은 학교, 교육청, 경찰, 사회까지 마음대로 주무르는 절대갑 ㅎㅎ
힘네세요.. 박수를 보냅니다.
생각해볼만한 내용이군요. 그냥 처음 읽을때는 6학년 아이가 일방적인
피해자이고 중학생이 큰 문제라고 생각했는데 한단계 더 깊이 들어가면
양면성의 문제가 있군요. 너무 쉽게 어느 한 편을 들면 안된다는 교훈이
나오는 글이네요. 교육문제 참 너무나 어렵고도 가장 신경써야할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말씀하신 지역이 어느 지역인지 딱 알겠습니다. 버스터미널과 메가박스극장
두 도시를 연결시켜주는 시경계선 앞. 그 시경계선 비상활주로를 겸한 대로입구에
위치한 빽빽한 모텔촌. 그리고 대낮의 도시의 소음을 유발시켜주는 공군비행장.
그 지역이 좀 어려운 지역인지는 몰랐습니다. 버스터미널 뒷편은 나름 잘사는
동네로 생각했는데.
동렬님이 교육에 소스를 많이 주시는 듯 한데,
제가 아직 잘 풀어내지 못하는 듯 합니다.
학급문제 신경쓰라, 학교일 신경쓰라, 구조론 공부하랴, 대화법 공부하랴
이것 저것 정신없이 헤매는 느낌입니다.
더 공부하고 고민할 일이 많네요.
앞으로도 좋은 말씀 기대하겠습니다
형사쪽 분들하고도 친분을 만드시구요.
지역상권하고도 연관되있으니,
상업지역 여관업 협회장 이런사람들도 있을겁니다.
이런 사람들, 지역구 의원들하고도 친분이 있을거구요.
지역이 상업지역이어도, 아이들은 잘 자라주어야, 되는거 아니냐
공감대가 자리잡혀야 초등교육이 바로 서지 않을까요.
글고, 사건 자체로는, 아이들 말을 그대로 다 믿을수는 없을거고,
폭력자체만 벌어지지 않으면, 거리를 두는것도 좋은 방법.
그래야, 상우샘 체력도 안배할수 있을거구요.
예. 연합할 사람들이 많습니다.
경찰은 범인생각, 교사는 수업생각, 동사무소는 행정일 생각, 정치인은 당선생각만 합니다.
중요한 것은 인간의 성장이요, 공동체의 성장인데...
우선은 학부모단체를 활성화시킬 생각이구요, 시와 정치인도 연대할 생각입니다.
지역의 우범화를 막고, 아이들이 욕구를 풀 수 있고, 지역 주민이 안심하고 왕래할 수 있는 곳으로
만들고 싶습니다.
바른 실천으로 좋은 본을 보여주시네요.
유학오기전에, 신정동 시장골목에서 학원강사 알바를 뛴적이있습니다.
자율학습감독이란걸, 밤 9시까지 했는데,
그게 시간 수당이 나오는것도 아니었지만, 그거 안하고 나가봐야, 술만 먹을거 같아,
자리 지키고 있었죠.
같이 일 시작했던 여선생님은, 2시간딱 하고 집으로 갔구요.
그 여선생님 탓하는건 아닙니다.
여튼, 아이들 5이 걸작인데, 그아이들 부모의 말을 전하는 원장의 말이 재밌습니다.
이래라도 붙잡아 놔야, 애들이 나쁜곳으로 빠지지 않는다고,
월사금 못가져오는애들이 수두룩하고
시장에서 양부모가 다 일하니,
애들은 무방비고,
이대로, 집에 가면, 텔레비전보고, 자기들끼리 싸우게 되고
그런다고...
이녀석들을 모아놓고, 공부도 공부지만,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해줬던 기억입니다.
뻔하죠. 첫사랑있느냐, 대학은 어디다니다 왔냐
미국에 와서는 흑인 아이들이 사는 동네에서 이런 광경을 봅니다.
YMCA에서 농구 연습하고 bojangle이라는 치킨먹고 sweet tea마시는게 낙인
흑인 친구들.
부모들은 공부에는 전혀 관심없고, 그나마, 교회가 하나의 배움의 장소.
이곳에 와서는, 교회라는 공동체를 나쁘게 볼수 없게 되었던 이유입니다.
교리야 어찌되었건, '공동체'를 가르치고, '같이'있다보면, '선'쪽으로 움직이게 된다는걸
보여주니까요. 오바마 마저도, 젊은 시절, 흑인 교회의 영향을 많이 받았지요.
핵심은 '상부구조'와의 연결고리...
신정동 시장골목도, 미국 남부의 흑인 공동체도, 19세기 영국의 탄광도시도
사정은 비슷합니다.
그런데, 신정동에, 이상한 학원알바, 미국남부의 흑인교회 목사, 19세기 영국 탄광도시의 주일학교교사
이렇게 상부와의 연결이 중요할듯합니다.
그렇게만 되어지면, 못살든 가정이 불우하든, 그 경로를 견뎌낼수 있다면, 오히려 약이 된다는것.
오히려, 불우한 가정이 약이되는데, 사회와 선순환 시켜낼수 있는 통로가 있어야 되죠.
코드를 꽂아줘야 전기가 돕니다.
상우님은 존재만으로도 코드 꽂아준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