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상록
read 3630 vote 0 2002.09.10 (12:24:58)

조직론은 '모든 조직은 불필요하다'는 절대명제로부터 출발한다. 조직은 없어도 된다. 그런데도 조직이 존재하는 것은 사람들이 조직의 존재이유를 망각하기 때문이다.

모든 조직구성원이 각자의 역할을 정확하게 숙지하고 있고 조직의 존재이유를 충분히 파악하고 있다면 조직은 없어도 된다.

그러므로 조직의 대부분의 역할은 조직의 목적과 역할을 구성원 각자에게 숙지시키는 것이다. 신생조직이 활기를 얻다가 곧 쇠퇴하는 이유는 조직의 목적과 역할을 충분히 파악한 상태에서 조직의 존재이유가 소멸해 버리기 때문이다.

조직이 가장 활기있게 돌아가는 시점은 조직을 구성하고 구성원 각자에게 임무를 부여하는 때이다. 이 시점에서 조직은 원활하게 돌아간다. 조직원의 열의도 충분하다.

많은 모임이나 단체가 실패하는 이유는, 실은 조직의 목적이 불투명한 상태에서 출발하기 때문이다. 본질이 되는 조직의 목표 자체가 불투명한 상태에서, 초기에 조직의 역할을 결정하는 단계에서는 조직이 원활하게 돌아가므로, 그 조직이 쓸모있는 조직인 것처럼 착각된다.

그러나 본질에서 존재이유가 없거나 약한 조직이기 때문에, 일정한 시간이 지나면 조직이 붕괴되는 방향으로 에너지가 작용한다.

또래집단에서 최고의 목적은 조직 그 자체이다. 각자의 역할을 정하고 골목대장을 뽑는 것이 조직의 목적이 된다. 대장을 뽑고 각자의 역할을 분담하고 나면 그 조직은 존재이유가 없어진다. 이때는 괜히 이웃동네와 싸움이라도 붙어서 조직의 존재이유를 만들어내든지 아니면 해산하든지다.

최고의 조직은 조직되지 않는 조직이다. 조직원이 조직의 역할을 숙지한 상태에서 조직없이도 조직적으로 움직이는 조직이다. 이심전심에 의해 유지되어야 한다. 물론 조직원은 곧잘 조직의 역할을 망각해버리기 때문에 실제로 이런 경우는 쉽지 않다.

이때의 문제는 정보의 유출이다. 조직이 유지되는 이유는 조직상층부의 정보독점 때문인데 조직되지 않는 조직, 곧 개방형조직은 정보가 유출되어 조직이 기능하지 못하게 된다. 그러므로 정보의 유출을 차단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낼 수 있다면, 조직되지 않는 조직이 최고의 조직이 된다.

조직의 목적은 일의 우선순위를 결정하는 것과 명령을 전달하는 것이다. 조직의 에너지의 대부분은 명령이 전달되는지의 여부를 점검하는데 사용된다. 이를 확인하는 방법은 정보의 제한이다. 조직 상층부가 정보를 제한하므로서 명령의 전달여부를 확인하거나 명령을 전달하는 힘을 얻는 것이다.

네트워크는 명령의 전달이 신속하게 이루어진다. 대신 정보의 제한이 어렵게 된다. 정보가 개방되면 조직의 중간간부는 불필요하게 된다. 중간간부가 권위를 세우는 것은 정보를 제한하므로서 하부조직을 지배하자는 것인데 정보가 개방되면 중간간부의 존재이유는 소멸한다.

어떤 조직이 처음부터 개방형조직을 목적으로 하여 설립되었다 할지라도, 대개 몇 개의 정보공유그룹으로 나눠진다. 이것이 파벌이다. 파벌의 목적은 정보를 공유하고 정보를 제한하며 특정 루트로 정보를 공급해서 상황을 유리하게 조작하는데 있다.

정당의 목적도 실은 정보의 공유와 독점 및 제한에 있다. 정당 내 분파도 실제로는 정보의 공유와 차단에 있다.

완전한 조직을 만들기 위해서는 네트워크형으로 정보를 공유해야 하는 동시에, 그 정보를 제한하거나 장악할 수 있어야 한다.

조직의 목적 중 하나는 정보의 배제다. 즉 불필요한 정보가 흘러들지 않게 하는데 조직의 목적이 있는 것이다. 조직이 효율적으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하나의 정보 외에 다른 정보를 차단할 필요가 있다. 개방형조직은 이러한 정보의 차단을 어렵게 하므로서 의사결정에 장애를 유발한다.

최고의 조직은 신속한 정보전달, 신속한 의사결정, 신속한 정보공유, 신속한 정보통제, 신속한 피드백에 의한 쌍방향정보소통에 목표를 두어야 한다.

피드백의 역할 또한 무시되어서 안된다. 피드백은 출력측의 입력전환이다. 즉 전달된 정보가 역정보를 생산하여 상층부에 거꾸로 전달하는 것이다. 상의하달의 반대로 하의상달이다. 말단부에서 얻은 정보가 신속하게 조직 상층부에 전달되어야 한다.

이때의 문제도 정보의 제한이다. 불필요한 정보가 함부로 조직상층부에 전달되지 않게 검열할 필요가 존재하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최고의 조직은 이원화된 조직+네트워크형조직+피라밋조직이다. 이런 조직은 실제로는 거의 불가능하다.

1) 이원화된 조직
공격과 방어로 한 사람이 두 개 이상의 포지션을 소화한다. 즉 팀에 소속되면서 동시에 과부장에 소속된다.

이런 조직의 이원화가 혼선을 초래할 수 있으므로 이 중 하나는 가상의 조직으로 둘 수도 있다. 실제로는 사용하지 않지만 역할은 정해놓는 것이다.

회사라면 정상적인 명령전달 계통 외에 반드시 비선조직을 두어야 한다. 이는 군대에서 여단을 두는 것과 같다. 특공대를 운영하는 것이다.

물론 이러한 비선조직도 불필요할 경우 가상의 조직으로 두었다가 상황발생시 즉각 소집하는 식으로 운영할 수 있다.

어떤 조직이든 반드시 기능의 이원화를 이루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조직은 분열된다.

2) 네트워크형 조직
조직원 전체가 정보를 공유하는 팀 조직이다. 조직의 많은 문제들이 정보의 독점에 의해 일어나는 바 정보의 공유야 말로 조직의 사활을 결정한다.

그러나 이 경우도 많은 문제점을 낳으므로 그 문제점에 대한 대비책을 강구해야 한다. 불필요한 정보의 양산을 막을 수 있어야 한다.

정보의 공유가 원칙이 될 경우 정보를 공유하는 척 가장하고 실제로는 고의로 정보를 차단하여 조직을 파괴하는 자가 반드시 출현한다. 그러므로 모든 정보가 공유되면 극소수 내부의 스파이가 조직을 완전히 파괴할 우려가 있다.

3) 피라밋형 조직
철저한 상명하복 위주로 정보가 윗선에서 차단되는 조직이다. 조직원 각자에게 돌아갈 몫이 분명하고 조직의 운영에 어떤 변화가 없을 경우에는 최고의 조직이 된다.

창의적인 업무가 아닌 경우 단순반복형의 작업인 경우, 정보를 생산하지 않는 경우 피라밋형 조직이 최고의 효율을 발휘한다.

이 조직의 문제는 변화에 약하다는 것이다. 물론 모든 조직이 변화에 적응할 필요는 없다. 변화하지 않아도 된다면, 조직원에게 충분한 반대급부를 줄 수 있다면 최고의 조직이 된다.


결론적으로 최고의 조직은 조직원 각자가 조직의 목적을 잘 알고있다는 전제하에 기능에 있어서 이원화 되어 있어, 특정 임무가 주어질 경우 즉각 대책반이 편성되어 능동적으로 대처하며, 평소에는 일원화 되어 혼선을 차단하고, 또 조직의 특징을 겉으로 드러나지 않아 조직하지 않는 듯 외부에 비쳐지며, 조직구성원들이 충분히 정보를 공유하며, 그러면서도 특정 임무에 있어서는 정보를 철저하게 통제할 수 있는 조직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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