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상록
read 3580 vote 0 2002.09.10 (12:06:02)

문제와 답 사이에는 'equal'이 성립합니다. 문제=답이지요. 1+2가 문제라면 3은 답입니다. 둘 사이에 equal이 있지요. 그래서 '1+2=3'입니다. 그러니 문제가 곧 답이고, 답이 곧 문제입니다.

그러므로 문제를 정확히 이해할 수 있다면, 곧 답을 알아낸 것입니다. 역으로 답을 모른다는 것은, 무엇이 문제인지 문제 그 자체를 정확히 모른다는 뜻이 되기도 합니다.

정확하게 질문을 하는 방법을 얻는다면 그것으로 곧 정확한 답을 얻어낸 셈이며 우리가 많은 문제들에 있어서 답을 알지 못하는 것은, 정확하게 질문하는 방법을 모르기 때문입니다. 실상 우리의 질문하는 방법들은 대개 틀려 있습니다.

바르게 질문하는 방법을 모르므로, 답을 찾지 못하는 것이지요. 바르게 질문하는 방법을 알아낸다면, 그 질문 속에 스스로 답이 있습니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우리가 의문, 혹은 궁금증이라고 생각하는 많은 문제들이, 실은 변형된 형태의 욕망입니다. 즉 우리는 알지 못하는 무언가를 궁금해 하는 것이 아니라, 실은 어떤 대상에 대해 욕망하는 것입니다.

이 경우 답이 없습니다. 아니 답은 있지만, 그 답은 우리가 원하는 답이 아닙니다. 실상 많은 문제들에 있어서 우리는 답을 찾으려는 것이 아니라, 실은 욕망을 충족시키려 하는 것이며, 이 문제들에 있어서는 답이 있어서 안됩니다.

결론적으로 인간이 생각할 수 있는 모든 문제에는 답이 있습니다. 답이 없는 경우도 있는데, 이 경우 질문이 틀려 있거나 아니면, 질문이 아니라 실은 욕망의 분출입니다. 이런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답이 없을수도 있다는 막연한 생각을 불식하기 위한 것입니다.

막연히, 이 세상에는 온갖 알 수 없는 것들이 혼돈스럽게 떠돌아다닐거라는 카오스적인 세계관은 위험합니다. 많은 사람들은 답이 있다는 사실 자체를 부담스럽게 느낍니다. 답이 없는게 좋다는 식이지요.

욕망입니다. 그들은 알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실은 소유하고자 하는 것입니다. 그들은 자신이 소유하지 못하는 것들은, 남들도 소유하지 못하기를 희망하는 것입니다. 답이 없기를 바라는 거지요. 수수께끼, 신비, 미스터리의 영역에 남겨두고자 하는 것입니다.

모든 문제에는 답이 있습니다. 사람들은 정확한 답을 일러주면 화를 냅니다. 알면 곧 행해야 하는데, 행하기 실은 까닭이지요. 답이 없거나, 답을 알 수 없어야만 곧 실천해야한다는 부담을 지지않아서 편안한 것입니다.

하여 철학하는데는 용기가 필요합니다. 답을 받아들일 수 있는 용기지요. 답을 알고 실천할 수 있는 용기 말입니다. 우리가 의문으로 삼는 모든 문제에 대하여 정확한 답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일 용기가 있느냐 말입니다.

이 지점에서 진짜와 가짜가 가려집니다. 이곳저곳에서 만나게 되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답을 원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욕망에 맞추어 미리 정해놓은 답변을 정당화하는 방법을 원하더군요. 더욱 많은 사람들은 답이 없었으면 좋겠다는 식으로 의사를 피력하더군요.

그들은 가짜입니다. 그들은 답을 원하지 않습니다. 그들은 철학을 원하지 않습니다. 철학이 그들을 곤란하게 하기 때문이지요.

세상에는 많은 종류의 철학이 있습니다. 틀렸습니다. 많은 종류의 수학이 있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수학 안에 다양한 분야가 있는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다양한 종류의 철학이 있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철학 안에 다양한 분야가 있는 것입니다.

미분도 있고, 적분도 있고, 방정식도 있고 수열도 있지만 수학 하나로 귀일됩니다. 철학도 마찬가지입니다. 하나의 철학 안에 다양한 연구분야가 있을 수 있지만 철학 그 자체는 둘일 수 없습니다.

많은 사람들은 이 지점에서 벌서 부담스러워 합니다. 진리가 하나라는 사실은 그들을 곤란하게 하지요. 그들은 세상 모든 것이 흐릿하기를 원하는 것입니다. 그 속에서 욕망의 실현방법을 모색하지요.

어떤 질문도 좋습니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은 질문을 던지는척 하면서, 실은 자신의 욕망에 맞추어 미리 가공해놓은 복수의 모범답안 중에서 하나를 선택해 달라는 식입니다. 그건 아니지요.

두렵게도 진리는 존재합니다. 두렵게도 정답은 존재합니다. 두렵게도 그 진리와 정면으로 맞설 수 있어야 합니다. 진리의 지상명령을 받아들여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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