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상록
“인터넷충격에 심리적으로 적응하기”

[호기심의 단계]
동네 형 같던 가수 이수만씨가 'SM기획'을 상장하여 1천억원대의 자산가가 되더니 뒤질세라 마이클 잭슨도 닷컴업계에 대규모투자를 발표하고 있다. 결국은 다 가는가?

불과 몇개월 사이에 대여섯개 이상의 새로운 성공방정식을 학습하기 요구받고 있다. 골드뱅크? 새롬기술? 소프트뱅크? 마크로젠? SM기획? 메뚜기도 한철이랬으니 그러다 끝나겠지 했는데 꼬리를 문다.

새로운 바람이 불어오고 있다. 그러나 아직은 충격 제 1파에 불과하다. 바다 저 너머의 태풍은 열대의 습기를 빨아들이며 맹렬히 용틀임하고 있어 그 행로를 가늠하기 어렵다.

저만치 아물거리든 그것이 어느새 다가와 우리를 기습하고 좀먹고 파탄시키고 절망하게 한 끝에 기어이 환골탈태하여 마침내 거듭나게 하기까지에 이르는지 이야기해 보자.

[충격의 단계]
물론 절대다수의 사람들에게 남의 일이다. 미어터지는 출근길 지하철 손잡이에 매달려 하늘로 뚫린 작은 숨쉴틈으로 그나마 도배된 닷컴광고나 쳐다보는 샐러리맨들에게는 쏟아지는 신조어를 감당하기에도 벅찬 일이다만 새로 나온 3행시라도 하나 알아두려면 어쨌거나 인터넷에 접속하고 볼 일이다.

신경제가 구경제를 무너뜨리는데 열광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시기하였다. 아직은 남의 일, 소외되어 있다. 박수치며 흐뭇해하더라도 마음 한켠에 쓸쓸함이 남으며 은근히 거품이 꺼지기 기다려 왔다.

칼은 양날이 있다. 손잡이를 잡으면 살 수가 있다. 처음 한 두 번 손을 베일 것을 두려워 한다면 무사가 될 수 없다. 성공과 실패가 있다. 잘 될 수도 있고 더 나빠질 수도 있다. 그러나 기회가 주어졌다면 어떻게든 해보고 반성하는 것이 옳다.

[환멸의 단계]
지난 여름 한해를 달구었던 O양의 희비극을 거뜬히 넘겨내었듯이 최진실과 조성민의 러브스토리를 한켠으로 밀어두고 또 쏟아질 새로운 성공담 앞에서 담대해진 또는 무감각해진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결혼하고 후회하는 사람은 어리석은 사람이고 결혼 안하고 후회안하는 사람은 못난 사람이다. 어차피 지혜롭지 못할거라면 차라리 어리석고 말기다.

검색어 순위로는 섹스, 야설, 야동이 전열에 있지마는 옛날에도 원님보다 각설이가 먼저 건넜다지 않는가? 결코 놀라지 않는다. 지금은 여름, 우리 걸쳤던 위선의 두께를 던져버리고 벌거벗고 다시 만나자.

그러는 사이 친구들 하나 둘씩 벤처로 옮겨가는데 나는 무엇하고 있나? 점차 끓어오르는 질투를 감당할 수 없게 되면 유일하게 남은 문제는 사업아이템을 정하거나 투자대상을 물색하는 일 뿐이다. 어떤 형식으로든 이 새로운 흐름에 가담하지 않을 수 없다.

[적응의 단계]
텔레비젼은 가족간의 대화를 끊었다지만 휴대폰은 우리를 수다쟁이로 만들었다. 이메일, 메신저, 모바일 등 다양한 정보화 인프라는 인간관계를 개선시키는데 도움이 된다.

중요한 건 타이밍이다. 모험가라면 진작, 투자가라면 지금, 소시민이라면 이제부터라도, 학생이라면 즐겁게, 기성세대라면 까짓거, 그도저도 아니면 최소한 이웃의 성공에 배아파하지 않는 연습이라도 해두자.

정보화사회는 개선된 신용사회이다. 개인의 신용과 인격은 동호회, 홈페이지 이메일, 게시판, 채팅을 통하여 철저히 체크되고 있다. 대신 기존에 신용을 담보하던 지위, 신분, 도그마, 윤리의 벽은 무너진다. 위선자에게 설 땅은 없다.

기존 신용체계가 무너졌기 때문에 어떻게든 자기의 신용을 관리하고 이 사회와 끊을 이어가는 방법으로라도 네트워크에 적응하지 않을 수 없다. 가족과 학벌과 지연으로 구축한 모든 신용이 붕괴하였기 때문에 동호회와 홈페이지와 이메일로 안전한 홈네트워크를 구축하지 않고서는 호흡하지 못한다.

어느새 잠시라도 접속이 끊어지면 일이 손에 잡히지 않고 안절부절 못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변신의 단계]
적어도 인터넷은 우리에게 돈과 시간을 절약하는 방법을 가르쳐 준다. 투자자로서 차익을 남기거나 창업자로서 백만장자의 대열에 들어서거나 개미투자자로서 곗돈을 날리거나 간에 우리는 적어도 이메일을 이용하여 우편요금을 절약하고 인터넷쇼핑몰을 잘 비교검색하여 20만원이 더 싼 가격에 에어컨을 구입할 수 있다.

마침내 내 역할을 찾았다면 보지 못한 X양의 새로운 버전도, 화제가 된 비쥬얼고스톱도 스타크래프트영웅담도 더는 흥미롭지 않다. 나의 길을 가리라.

처음 한두명이 죽어갈 때 겁먹고 피난짐을 싸게 되지만 열명 스무명이 죽어나가는 모습을 목도하게 되면 오기로 일떠서 칼을 들게 된다. 다가온 제 2의 제국주의 패권경쟁에서 우리 승리하여야 한다.

학생이라면 친구에게 새로운 방법의 이메일이나 전자카드, 보이스메일을 보내보라. 기성세대라면 동창회나 계모임 홈페이지라도 만들어보라.

초보 문인은 자기 홈페이지에서 시를 발표할 수 있고 화가는 인터넷개인전을 열수도 있다. 백수라면 옥션이라도 들락거리며 인터넷보따리장수를 시도해 볼만하고 주부라도 홈페이지 제작 및 관리대행을 할 수 있고 온라인공부방을 열거나 동네닷컴을 운영하며 마을 소식을 전할 수 있다.

내가 시작하면 내가 중심이 된다. 그러나 모두가 선장이 될 필요는 없다. 항해사와 갑판장과 기관장은 각자의 역할을 가진다. 우리는 다양한 방법으로 이 거대한 항해에 참여할 수 있다. 내게 맞는 역할을 찾아낼 수 있다. 선장은 명령한다. 'full ahead' 전속항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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