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상록
read 4099 vote 0 2002.09.10 (11:28:51)

[7祖는 누구인가?]

약간의 불일치가 있을 수 있습니다. 저는 지성적 입장, 인문학적 관점
을 견지합니다.

득도를 해서 부처(?)가 되자는 목적 혹은 거기 인생을 거는 직업적 명
상가 차원이 아니라 인문학적 소양 차원에서 접근하고 있습니다.

깨달음은 위대한 성인들의 고매한 경지라서 우리들은 그저 깨달은 스
승님께 복종하여 수발이나 챙겨야 하는 것이 아니라 깨달음은 인문학
적 소양으로서 지성인의 기본 자격이라는 개념정립입니다.

깨달음에도 급수가 있습니다. 낮은 레벨의 깨달음이 있고 높은 레벨의
깨우침이 있습니다. 검은띠가 있고 흰띠가 있습니다. 아마가 있고 프로
가 있습니다. 진짜가 있고 가짜가 있습니다.

명상법에도 급수가 있습니다. 저급한 명상법이 있고 고급한 명상법이
있습니다.

컴퓨터가 처음 만들어졌을 때는 전자계산기라고 불렀습니다. 지금은
수첩형계산기만 전자계산기라고 부르죠. 컴퓨터는 전자계산기이되 전
자계산기가 아닙니다. 최초의 컴퓨터 에니악과 에드삭은 분명히 계산
만을 목적으로 만들어졌습니다.

그러나 전자계산기는 컴퓨터가 아니고 컴퓨터는 전자계산기가 아닙니
다. 그것이 발전하면 이름도 의미도 달라지는 것입니다.

명상도 역사과정을 통하여 발전해 왔습니다. 전자계산기도 컴퓨터는
컴퓨터지만 586이 있는데 286을 쓸 필요는 없는 것, 저급한 명상법을
명상이라고 우기는 것은 주판을 두고 컴퓨터라고 말하는 것과 같습니
다. 말은 됩니다. 주판이 편하면 쓰세요. 그러나 그대의 2세들은 모두
컴퓨터를 쓰게 될 것입니다. 그 변화를 받아들이세요.

최초의 명상법은 사마타명상법이라 해서 단순반복, 자기학대, 어떤 한
가지 방편을 정해놓고 무한반복하므로서 정신적 육체적 한계를 넘어보
는 것입니다. 군대 유격훈련 하는거랑 비슷하죠.

사마타명상의 잘못을 비판하고 석가가 위빠사나를 제시했습니다. 그
위빠사나를 변증법즉으로 지양하고 새로이 제시된 것이 달마의 간화
선, 곧 중국식 화두참구법입니다.

문제는 80년대 이후 일본에서 인도여행이 유행하여 인도바람이 크게
불었는데 갑자기 남방불교식 명상법이 도입되어 역수입됨에 따라 더
낮은 단계의 저급한 명상법이 갑자기 보급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는 굉장히 잘못된 일입니다. 채식을 강요한다던가 괴상한 공동체를
만들어놓고 마약을 쓴다거나 혹은 탄드라니 뭐니 하면서 해괴한 행동
을 하는 짓들이 다 석가가 명백히 비판한 사마타명상법에 해당한다는
점입니다. 석가는 말했습니다. 그렇게 해서는 진정한 깨달음에 이를 수
없다고.

옴진리교니 하는 소동이 다 그 연장선상에 있는데 근래 일본풍이 우리
나라에 수입되어 이미 수천년전에 비판된 저급한 명상법이 갑자기 주
목받는 황당한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입니다.

간화선에도 남종선이 있고 북종선이 있는데 선의 완성은 육조혜능의
남종선에 있고 그것으로 선의 역사는 완결되었으며 속편은 없습니다.
즉 7조는 없는 것입니다. 왜? 선이 완성되었기 때문에.

주판도 어찌보면 컴퓨터지만 586이 있는데 미련하게 주판을 쓸 이유는
없습니다. 더 발달된 선이 있는데 낮은 레벨, 저급한 명상을 한다면 잘
못된 것입니다. 누군가에 의해 지적되어야 합니다.

7조는 없고 육조로 선은 완결되었습니다. 중국선은 유교, 도교사상을
부분적으로 받아들여 인도 남방불교의 한계를 극복한 더 발달된 형태
의 것입니다.

중국선의 전통은 유교에도 상당부분 반영되어 조선시대 유가 선비들도
도학의 관점에서 많이 연구하고 또 실천했습니다. 충분히 한국선이 된
것입니다.

그런데 뒤늦게 후진나라의 원시적인 명상이 보급되고 있으니 어찌 우
습지 않겠습니까? 분명히 명상은 점차 발달해 왔습니다.

사회는 진보하였고 문명은 발달하였습니다. 선도 변해야 합니다. 고로
7조가 나타나야 합니다. 그러나 7조는 선을 버립니다.

과학이 발달하면 응용과학이 되고 미술이 발달하면 응용미술이 되듯이
선도 발달하면 응용되어야 합니다. 더 이상 클래식에 매달릴 필요는
없습니다. 지금은 팝을 해야 합니다.

이를테면 더 원시적인 음악이 더 팝적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학교에서
는 클래식을 먼저 가르키고 어떤 경지에 이른 후에야 팝을 가르치며
그것이 진짜입니다.

팝은 아프리카의 토속음악과 유사하지만 토속음악이 팝은 아니며 팝이
되지 않습니다. 마찬가지로 클래식한 명상(중국선의 완성)을 응용하면
원시적인 명상(그 저급한)과 일면 유사해 보입니다.

그러나 이것은 다른 것입니다. 뽕짝과 팝은 근본이 다릅니다. 팝은 발
달된 음악이고 뽕짝은 조또 아닙니다. 그건 우연히 생겨난 트기에요.

자 미술이 발전해서 클래식으로 더 발전할 수 없을 경지에 이르자 대
중미술, 팝아트가 생겨나듯이 음악이 더 발전할 수 없는 한계에 이르
러 팝음악으로 변형되듯이 발전된 형태의 응용인지 아니면 원시적인
저급한 건지 잘 구분해야 합니다.

백남준이 헛짓거리를 하면 예술이지만 피카소가 낙서를 하면 걸작이
되지만(피카소나 백남준은 고전미술로도 일가의 수준이 됩니다) 애들
낙서가 예술이 되지는 않습니다.

작금의 혼돈은 피카소나 백남준의 퍼포먼스를 애들 장난과 혼동하는
것과 유사합니다. 그거 겉으로 비슷하지만 알고 보면 다릅니다. 본질에
차이가 있어요.

피카소 흉내내어 한번 그려보세요. 제대로 되는가? 쉬울거 같지만 절
대 안쉽습니다. 모방은 배제된다는 원칙이 있기 때문에 색채감각이 고
도의 경지에 오르지 않고는 아방가르가 안됩니다.

역사의 진보에 의하여 선이 완성되었기 때문에 지금은 명상이, 선이
대중화되어야 할 시점, 클래식을 버리고 팝을 해야 할 시점입니다. 물
론 그에 앞서 저급한 것과 팝적인 것을 구분하는 눈은 가져야 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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