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상록
인터넷과 엽기성 - 섹슈얼 리얼리티에 입각하여....!

프로이드가 화장실을 개방한 이래 인류문명은 갈수록 지저분해지고 있
다.

고상한 쪽으로는 한계가 있으나 지저분한 쪽으로는 도무지 한계가 없
다. 음악으로는 베토벤과 모차르트가 클래식하였고 그림으로는 밀레나
모딜리아니가 제법 고상하였다 한다.

고상한, 클래식한 세련된 것의 반대 의미는 통속적인, 대중적인, 팝적
인 것이라 할 것이다.

인터넷 - 마릴린 몬로가 팬티를 개방하고 마돈나가 배꼽을 오픈한 이
후 점입가경, 대중성, 통속성의 단계를 넘어 엽기적인 수준으로 발전하
고 있다. 멈춤이 없다. 어디까지 갈 것인가?

수업시절이었다. 담임선생님 왈 "20세기 들어 치마 길이는 점점 짧아
져왔다. 종아리와 허벅지를 넘어 미니스커트를 지나 비키니까지, 급기
야 쇠사슬 끈으로 이어 엽서조각만한 것이 비키니보다 작다. 이러다가
홀딱벗고 말 것이 아닌지 모르겠다 이 사태를 어이하리"

이 말에 심한 반감을 느꼈다. 과연 점점 짧아지고 있는가? 더 이상 짧
아질 수 없는 지경..홀딱 벗어버린 다음에는 무엇이 있다는 말인가? 거
기가 타락의 끝인가?

천만의 말씀..요샌 벗는 것으로 모자라 칠을 한다. 꿰고 새기고 파고
뚫고 .. 엽기다. 홀딱 벗어버리고 난 후에 아직도 갈 길이 많은 것이다.

피라밋과 같다. 고상한 것은 피라밋의 정점이다. 질적인 상승에 있어서
는 어떤 한계를 넘어버리면 더 이상의 것이 나올 수 없다. 클래식한
쪽으로는 19세기가 정점이며 20세기 들어 진전이 없었다.

클래식한 문화는 더 이상 발전하지 않는다. 천재적인 작곡가도 천재적
인 연주가도 더는 나오지 않는다. 질에는 넘을 수 없는 극이 있다.

피라밋의 아래쪽은? 이건 양적인 전개이다. 도무지 끝이 없다. 홀딱 벗
고도 더 벗을 것이 매우 많다. 벗었는데도 한꺼풀 더벗으니 엽기다.

엽기적인 너무나 엽기적인..이 사태.. 인터넷이 만든 거다. 날로 삭막해
가는 인간의 정서.. 룰은 어떠하고 과녁은 또한 무엇인가?

엽기..사전을 찾아보면 괴이한 것에 흥미가 끌려 쫓아 다니는 일로 되
어 있다. 통속적인 대중적인 것을 넘어 괴기스런 경지..하기야 괴기문
학은 봉건소설의 한 장르였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한번쯤 괴기소설
이 유행하지 않은 나라가 없다. 인간의 마음에 엽기가 있다.

고상한 것과 천박한 것, 아름다운 것과 정든 것, 세련된 것과 익숙한
것..나는 이 양자를 가르는 본질이 포즈라고 본다.

고상한 포즈, 세련된 포즈, 아름다운 포즈에는 한계가 있다. 어떤 정점
에 도달하면 거기서 끝이다. 그러나 자연스런 포즈, 익숙한 포즈에는
끝없는 변화가 있다.

이젠 인터넷이다. 인터넷 때문에 파리의 홍등가는 파리를 날리고 있다.
몸으로 변화를 느낄 만하다. 성적 코드가 넘치는 공간, 인터넷 앞에서
우리 얼마나 황당한가? 극복해야 한다.

법을 제정하고 사이트를 검열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우리 그 어떠한
방법으로도 인터넷의 섹스공세를 막아내지 못한다. 그렇다면 차라리
선점하여 먼저 그것을 수용해 버리면 어떠할꽈?

말하고자 하는 것은 섹슈얼 리얼리티다. 섹슈얼에서 우리 오버한 부분,
곧 거품을 빼고 냉정하게 보자. 있는 그대로를 보자. 리얼리즘으로 보
자. 겁날 것은 없지 않은가?

오늘의 인터넷을 표현하여 적절한 단어 ..엽기..그것은 포즈의 궁극이
다. 섹슈얼 리얼리티로 황당함을 이기고 그 엽기를 극복할 수 있다.

아이가 골목에서 논다. 게임의 규칙을 잘 지키면 클래식이다. 아름답
다. 아무 규칙없이 마구 뛰고 뒹굴고 논다. 팝이다. 자연스럽다. 자기
고추를 만지고 코를 훌쩍거리고 논다. 익숙하기다. 엽기다.

美에는 세가지 포즈가 있다. 하나는 절제와 금기, 규칙으로 하여금 고
상해지는 것..그것은 단 하나에 도달하는 것, 질적인 상승으로만 얻어
지는 것이다.

美의 두 번째 포즈는 자연스러움이다. 갖가지 포즈가 얻어진다. 양적으
로 벌어진다. 든든한 저변이 된다.

美의 세 번째 포즈는 익숙하여지기다. 변화가 얻어진다. 그것은 포즈를
넘어 포즈를 깨고 현실에 적응하기다.

똥은 더럽다. 오버이트다. 그러나 화가가 굳이 똥을 그려대는 것은 그
것에 익숙해지는 것에서 얻어지는 마음의 여유를 구하자는 것이 아니
었던가?

쇠똥이 더럽다. 공주병이다. 농장에 가지 못한다. 그러면서 쇠고기는
잘도 먹어대지. 그 쇠똥이 구수해진다면 엽기다

엽기는 인간이 낯설고 황당하고 어색하고 두렵고 힘든 상황에 익숙해
져서 그 상황을 극복해내려 하는 것이다.

시체를 본다. 해골이 난무한다. 상상도 안되는 이상한 것들..우리가 엽
기를 수용하지 못한다면..새카만 흑인의 얼굴을 처음 보았을 때 느껴지
는 두려움과 거부감을 극복하지 못하고 인종차별주의자가 된다.

우리가 엽기를 수용하지 못하면 김치냄새를 맡고 코를 싸쥐는 외국인
들 앞에서 할 말이 없다.

엽기-익숙하여 지기를 극복하지 못하면 우리 외국인들의 낯설은 문화
를 도저히 받아들이지 못한다. 자 아마존의 마을에 방문한 그대-구더
기요리를 맛있게 먹어야 신사인가 오버이트를 해야 신사인가?

엽기정신이 극복한다. 익숙하여지는 것이 아름다운 것이다. 처음 먹어
본 멸치젓갈, 생전 처음으로 먹어본 톡 쏘는 홍어요리, 엽기가 아니고
무엇이란 말인가?

익숙하여 지는 것에 진정한 아름다움이 있다. 팔이 잘리고 없는 장애
자와 친구가 되기 위하여 그대와 모습이 다른 흑인종과 친구가 되기
위하여 네팔에서 온 노동자에 편견을 가지지 않기 위하여 엽기는 근사
한 선물이 된다.

누가 엽기를 두려워 하라. 엽기야 말로 대중을 위한 진정한 문화다. 익
숙하여 지는 것이 아름다운 것이다.

김치야말로 엽기적인 음식이다. 누가 먹으랴? 개고기야 말로 엽기적인
음식이다. 어찌 먹으랴? 홍어회야 말로 엽기적인 음식이다. 어찌 받아
들이랴. 시체가 놔뒹군다. 괴상한 섹스장면이 널려있다. 그 모든 것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거부감을 그대는 극복하여야 한다. 익숙해지
기-인터넷이 요구하는 이 시대의 아름다움이다.

나는 섹슈얼 리얼리티의 관점에서 말한다. 그대 순수해져야 한다. 그대
의 미추를 구분하는 눈은 위선되다. 그거 진짜가 아니다. 왜 본심을 털
어놓치 못하는가? 왜 낯설음 앞에서 어색하였노라고 고백하지 않는
가? 이제 말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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