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상록
read 3607 vote 0 2002.09.10 (11:18:43)

이번 총선에 나타난 민의

어떤 정당은 의석이 열일곱밖에 안되니까 한다는 소리가 "열일곱명이
똘똘뭉쳐서 열심히 하라는 것이 이번 선거에 나타난 민의다" 고 발표
하고있다.

그럼 민국당은 "작은 고추가 맵다. 두석이라도 133석에 지지않고 잘할
줄로 알고 두석만 앵겨 준거다" 이래 발표할지도 모르겠다.

이번 선거에 나타난 민의는 무엇인가? 그런 것은 없다. 애초에 존재하
지 않는 허구를 지어내지는 말자. 정치인들이여 부디 참말을 하시라.

유권자는 각자의 지지정당을 찍은 거다. 유권자들이 꾀를 내어 슬기롭
게 황금분할을 유도한다던가 하는 거 없다. 결과는 우연일 뿐이다.

어느 당도 과반을 얻지 못했다. 어느 정당도 과반을 하지 말라는 민의
따위는 없다. 유권자는 각자의 지지정당이 과반을 하기 바란다. 이제
진실을 말하자.

결과를 두고 말하자. 확실한 것은 정치개혁은 물건너 갔다는 것이다.
총선연대의 승리에 힘입어 정치수준이 조금 높아진 것도 성과가 된다.
이제 무엇이 더 가능한가?

민의가 따로 없다. 결과로 나타난 현실을 받아들이는 선에서 할 수 있
는 것을 하고 할 수 없는 것을 아니할 뿐이다.

먼저 지역주의 기승에 대하여.

지역주의는 본질에서 허구다. 고로 어떤 계기가 주어지면 일시에 해결
될수도 있다. 독일에서 정당명부형 비례대표제로 지역주의를 슬기롭게
극복한 것과 같다.

정치개혁으로만 지역주의는 극복될 수 있다. 이번 선거를 통해 지역주
의가 더 강화된 것은 아니다. 먼저 지역주의신화의 허구를 깨어야 한
다. 지역주의는 허위의식이다. 실재하는 것은 지역주의가 아니라 개발
주의의 환상이다.

김영삼전임대통령은 대한민국의 의리를 배반하고 특정지역을 위해 무
리한 공약을 남발하였다. 부산 남항 앞바다에 해상신도시를 건설하겠
다던가 고향인 거제도 장목국민학교 앞에서 가덕도를 돌아 부산까지
말레이시아의 페낭대교를 능가하는 세계최대의 다리를 놓겠다던가 지
반이 약해 아파트를 건설할수 없는 양산 일대에 대규모아파트단지를
건설하겠다던가 하는 따위다.

무리한 공약은 불가능한 것으로 밝혀졌고 그 시도는 중단되었다. 개발
의 환상이 깨어지는 아픔이 지역주의로 표출된 것에 불과하다.

대구에 위천공단을 건설하겠다는 계획 하나가 대구,경북전체를 반김영
삼으로 돌려놓았다. 지역주의는 정치권에서 무리하게 개발에 대한 환
상을 심어준 때문이다.

개발이 아니라 각종 사회보장제도가 더 국민의 경제현실에 직접적이라
는 것을 깨달을 때 지역정당에서 이념정당으로 돌아올 수 있다. 그러
기 위해서는 굴뚝산업 중심의 압축성장에 대한 환상이 깨어져야 한다.

지식인의 계몽역할이 중요하다. 공장 하나 더 지으면 더 잘살게 될 것
이라는 망상을 깨부셔야 한다. 바야흐로 디지틀혁명의 시대이다. 굴뚝
산업이 끝장났다는 것을 모두가 인식하게 될 때, 이제는 실력으로 경
쟁하는 시대임을 받아들일 때 지역주의는 안개처럼 사라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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