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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4423 vote 0 2009.04.22 (12:4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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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얼리즘은 '보고서'다.
문학과 예술이 현대성을 획득한다는 것은 자연과 인간과 사회에 관한 관측 보고서를 쓰는 것이다.

그 보고는 문예사조라는 그리고 시대정신이라는
그리고 인류문명의 집단지능이라는 시스템의 존재 안에서 작동하는 것이어야 한다.

그러한 시스템의 존재를 전제로함이 없이 공연히 지나가는 사람 붙들고 어색하게 말붙이려 하므로
흥미, 교훈, 감동, 재미, 주제라는 쓸데없는 군더더기가 들어가서 수준이 떨어지게 되는 것이다.

'자 흥미가 왔습니다. 재미가 왔어요. 감동도 끼워주고 교훈은 덤으로, 주제의식은 기본 서비스입니다.'
이런 길거리 약장수 수법을 탈피해야 한다.

그러나 오늘날 좌파의 환경고발 바탕화면 깔아주기와 우파의 전쟁책동 마우스패드 서비스는
거리의 약장수 수준을 탈피하지 못한 것이다.

문학, 예술이 감동, 교훈, 재미, 흥미라는 양념을 앞세우므로
담백함과 근사함을 잃고 비루해지는 것이다.

그러나 예술이 문예사조와 시대정신이라는 거대한 흐름 안에서 움직여가면
그러한 '손님끌기', '호객행위'라는 '어색한 말붙이기' 유치한 사전절차가 생략된다.

보고는 명확하고 단순해야 한다.
또 중립적이어야 한다.

보고는 명백히 '사건'의 형태를 가져야 한다.
그냥 '나는 소를 보았다. 좋더라.' '나는 닭을 보았다. 웃기더라.' 이런 바보같은 보고는 필요없다.

왜인가?
사건일 때 관객과 작가는 이미 한 배를 탄 신세가 되기 때문이다.

지나가는 행인에게 '혹시 도에 관심있습니까?'식 어색한 말붙이기가 아니라
같은 기차를 타고 여행하며 옆좌석 손님과의 대화하기라는 자연스러운 토대가 깔아지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위 사진과 같이 '소가 이렇게 하면 꼬마는 이렇게 하더라'' 방정식이 들어있어야 한다.
그 경우 그림은 사건으로 승화하고 그 사건 안에서 작가와 관객은 한 배를 탄다.

이미 한 배를 탔기 때문에 작가의 장광설은 독자의 내면으로 이식된다.
남의 일이 아니라 나의 일이 되어 독자가 그 사건속으로 말려들어가버리는 것이다.

이미 사건에 의해 독자가 났였으므로 재미 흥미 감동 교훈 주제라는 양념은 없어도 된다.
그런 설레발이 안쳐도 이미 독자는 귀기울이고 있다.

작가가 굳이 재미라는 양념을 치지 않아도 독자가 스스로 재미를 만들어낸다.
작품이 방정식의 구조를 가질 때 작가가 독자 A에게 한 이야기를  독자A가 독자B에게 할 수 있다.

이렇게 작품이 손에손잡고 전파되는 개방형 구조를 가질 때 독자는 작가가 쓰지도 않은 재미를 스스로 만들어낸다.
그것이 가능케 하는 것이 보고서 형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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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가 뛰면 꼬마가 뛴다. 'A면 B다'의 공식이 들어있다. 그 공식에 의해 독자는 낚인다. 이미 사건 속으로 들어와 있다.
그러므로 흥미와 재미 감동과 교훈, 주제라는 미끼가 필요없다. 이 그림을 보는 독자가 작품의 일부여야 한다.

원래 이 두 인물은 '바닷가의 노을'이라는 하느님의 작품을 구경하러 온 관객이었지만 자기도 모르게 작품 속으로
들어가 버렸다. 작품의 일부가 되어버렸다. 마찬가지로 이 작품을 보는 관객도 작품 속으로 편하게 들어와야 한다.


1240291193_ozan-kiymac-di_doll_by_loveisaplasticshield.jpg


이 그림을 보고 관객이 '도대체 뭐야?'하고 한마디 한다면 그 한마디조차 작품의 설정 안에 들어와 있어야 한다는 거다.
작품은 모델을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 사건을 조직하며 그 설정된 사건에는 독자의 반응까지 계산되어 있어야 한다.


1240291220_ozan-kiymac-sunplus2_by_loveisaplasticshield.jpg


'좋다, 예쁘다, 아름답다'는 반응을 끌어내려는 것이 아니라 그러한 반응까지 포함하는 사건을 연출하려는 것이다.
그 사건은 또다른 사건을 낳는다. 그러한 사건과 사건의 연쇄적인 전개를 통하여 작가는 관객과 소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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