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상록
read 3721 vote 0 2002.09.10 (11:17:48)

[연애편지를 쓰자]


어저께 허영만 만화에서 보았는데

"스타킹 어디서 구할수 있나요? 갈켜줘요 흑흑" - 성북동 변태

"백화점 여자화장실에 가보면 있어요" - 가락동 꽃순이

"양말 주실분, 냄새 많이 날수록 좋슴다" - 하월곡동 곰바우

"어머 나 신던 양말 많아요, 신청받슴다" - 오류동 핑키

페티쉬인지 페티시스트인지 긍거 있다.

허허 인간들이 상부상조하고 사는 것인지

빌어먹을 또라이들에 의해 세상이 오염되고 있는 것인지

장면 1 - 자 그대의 포즈는?

이런 세상 - 눈감고 살 수 있나요?

◇ ◇ ◇

-떡칠이의 하루-

퇴근과 동시에 겜방으로 직행, 채팅사이트에 접속해서 대기실에서

아무나에게 마구 쪽지를 날린다.

"번섹해여"

오늘은 운이 좋다.

열한번째 만에 답장이 날라온다.

3분만에 약속시간을 정하고 내려와서 자동차시동을 건다.

여관으로 직행

두시간의 은닉.

내 인생에서 두어 시간쯤을 갹출하여 여기에 감춰두기로서니

어허 인생이야~!

◇ ◇ ◇

-,.-;

그런 이야기를 듣고

"이럴수가~! 말세다 말세" 하고 분개해야 할지

"흠 뭐 그럴수도 있지, 세상에 외론 사람들은 많아 나름대로 극복하고

살아내기에 성공하는 하나의 방법은 되지" 하고

퉁명스러워야 할지

어느 쪽이 더 자연스러운가?

어느 쪽이 더 자연스럽다고 보는가?

나의 포즈는 자연스러움을 따라가야 할 터인데

◇ ◇ ◇

그대는 안팔리는 3류 소설가

상실을 노래하고 허무를 운위하며

파편화 되어가는 세상에 몸을 누이고 자해-

내 실패의 기록이 언어로 영글어져

"이 인간은 왜 이 사회에서 실패해야 했는가?"

"이 사회는 왜 이 인간을 실패시켰는가?"

◇ ◇ ◇

그대는 잘 팔리는 자유기고가

매년 일,이백만부가 거뜬

일본 동경 뒷골목을 살살 훔쳐보면서

서울 뒷골목도 샅샅이 훑어내려가면서

하하 인간들이 영악하게도 요렇게 살아내기도 하더라지

그대는 독자의 심중을 꿰뚫어내는 문화비평가

영특하기도 하더라지.

◇ ◇ ◇

연애편지를 쓰자.

살 떨리게 쓰자.

18세기 폴랜드 시골 어느 가난한 남작이

돈많은 공작부인에게 몰래 보내는 비밀편지처럼 쓰자.

닭살이 자라 두드러기가 되고

두드러기가 익어 열매가 열리도록 쓰자.

온갖 미사여구와 가득한 찬사로 보태어 쓰자.

그것은 결코 끝이 아니니까 쓰자.

마냥 시작이니까 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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