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상록
read 5684 vote 0 2002.09.10 (11:17:24)

왜 예측은 빗나가는가?

본래 예측은 빗나가기 위해 존재한다. 또 예측은 일정부분 빗나가야
한다. 약간 빗나간 예측이 도리어 정확한 예측이 된다. 그것은 역설이
다. 만약 예측이 정확하게 맞았다면 그것은 예측이 아니라 통밥이다.

불확정성의 원리 - 만약 그대가 정확하게 예측하고자 한다면 결코 예
측하지 말아야 한다. 예측행위 그 자체가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불합리를 알고 있다면 그대 예측해도 좋다. 그러나 예
측이 절대로 들어맞기를 기대해서 안된다. 단지 그대의 예측이 빗나가
더라도 왜 빗나갔는지를 설명할 수 있을 정도면 좋다.

이번 총선을 앞두고도 나는 나름대로 잔대가리를 굴려 총선결과를 예
측했다. 얼마나 맞고 얼마나 틀렸는지 복기해 보자.

이 예측은 적어도 선거 3~5개월 전에 이루어진 것이다. 선거에 임박하
여서 하는 예측은 의미없다. 그건 예측이 아니라 배팅이다.

그때까지만 해도 옷로비 사건, 군가산점 소동, 국민연금소동 등으로 민
심이 사나울 데로 사나워진 시점이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한나라당
의 압승과 민주당의 참패를 예측하고 있을 때 나는 민주당이 힙겹지만
신승할 수도 있으리라 전망했다.

선거 3~5개월 전에 본 민주당이 이길 수 있는 이유 -

1) 한나라당의 분열 - 민주화 정권교체 등의 대단한 이슈가 없는 이번
선거는 오로지 공천의 질에서 승부가 나는 바 중진몰락현상이 되풀이
될 것이 뻔한데 여당은 낙하산자리 흥정으로 중진을 빼고 공천을 잘
할수 있지만 한나라당은 대신 내줄수 있는 자리가 없으므로 공천을 잘
할수 없다. 한나라당은 공천을 죽쑤거나 아니면 반드시 분열한다.

2) 남북정상회담 - 정상회담을 할 확율이 안할 확율보다 높다고 볼 때
한다면 김정일의 입장에서 최선의 택일은 임기 절반을 남겨 둔 이번
여름이 된다.

3) 자민련의 몰락 - 지역주의에는 명백히 허상이 개입해 있다. 맹목적
인 지역감정이 아니라 내고장 대통령에 대한 의지이기 때문에 대통령
을 낼 생각이 없는 내각제의 자민련은 민주당과 통합하거나 몰락한다.

그러나 이런 요소들은 지엽적인 부분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전체적인
선거구도 곧 판세이며 이 판세는 유권자들의 예측과 후보자들의 예측
이 일치하는가 빗나가는가에 달려 있다.

그 핵심은 유권자들의 균형감각이다. 균형감각은 유권자들이 자기의
한표가 가장 의미있는 표가 되기를 열망하는 심리다. 즉 자신의 투표
에 의해서 지금 상황에 대해 뭔가 변화가 일어나기 원하며 그러할 가
능성이 있을 때 참정의 열기는 높아지고 그 가능성이 약할 때 기권심
리가 일어나는 것이다.

어떻게 하면 유권자의 한표가 뜻깊은 것이 될까? 그것은 후보자들의
예측을 깨는 것이다. 유권자들은 예측하며 후보자들도 예측한다. 이 예
측의 대결에서 유권자의 승리를 원하는 것이다.

이것이 미묘한 균형감각으로 나타나고 시계추이론으로 정립되는데 그
것은 시계추가 왔다갔다 하듯 유권자의 심리도 왔다갔다 하며 이에 그
이전의 선거에서 승리한 정당은 반드시 패배한다는 것이다.

바로 앞의 선거가 대통령선거였고 여기서 민주당이 승리했기 때문에
이번에는 한나라당의 승리가 보장된 것이다. 이것이 가장 핵심되는 판
세이다.

유권자들은 후보자들이 앞의 선거에서 민주당이 이겼기 때문에 후보자
들이 민주당이 또 이길 것으로 예측하기를 예측하고 그 예측을 깨뜨리
기를 원한다. 타인의 예측을 특히 권력집단의 예측을 깨뜨린다는 것은
얼마나 통쾌한 일인가?

그렇다면 이번 총선은 한나라당이 이기게 되어 있다. 그런데도 민주당
이 신승할 수 있다고 본 나의 입장은?

1) 옷로비사건 등에서 민심을 한번 거르고 넘어 갔다. 민심이 충분히
전달되었으므로 예측을 깨뜨리려는 의지가 약화된다.
2) 보궐선거에서 한나라당이 압승한 바 있다. 시계추의 심리를 상당히
약화시킨다.
3) 여당에게 절대적으로 카드가 많으므로 선거판도를 주도할 수 있다.

이러한 나의 예측은 대체로 들어맞았다. 실제 야당은 별로 바람을 일
으키지 못했다. 선거는 총선연대의 활약 등에서 보듯이 여당이 시종
리드했다. 여당의 의도대로 김대중정권의 심판이 아니라 후보자 개개
인의 자질검증으로 선거판도가 움직여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의 예측이 빗나가고 한나라당이 승리한 이유는?

1) 투표율의 현저한 하락 - 이 부분을 정확하게 판단할 수 없었다.
2) 민국당과 무소속의 몰락 - 중진탈락의 분위기는 필연 경상도 강원
도 충청도 경기도 지역에서 3파전, 4파전을 낳고 이때 무소속이 어부
지리로 의석을 얻는 경우가 많은데 이번 선거는 철저하게 양당구도로
전개되어 무소속의 입지가 사라졌다.

서울에서 민주당의 압승예측이 빗나간 것은 자민련의 몰락으로 선거전
이 3파전, 4파전으로 되지 않았으며 이에 자민련 지지의 보수표가 한
나라당에 상당히 흡수되었기 때문이다.

이상에서 볼 수 있는 것은 최종적인 승부의 정확한 내용은 빗나갔지만
전체적인 흐름은 상당히 예측과 일치했다고 볼 수 있다.

예측을 하고 그 예측이 얼마만큼 맞았는지 복기해 보는 것은 나의 취
미다. 예측이 정확히 맞기를 기대해서 안된다. 그것은 어떤 사실을 예
측하는 것이 아니라 타인의 예측을 예측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불확적성의 원리와 같다. 그것은 불확정적이다. 예측이 맞다면 도리어
불확정의 원리와 충돌한다. 그것은 통밥이지 예측이 아니다.

예측에는 두가지가 있다. 하나는 전문가의 예측이요 하나는 장사꾼의
예측이다. 전문가는 이론으로 예측하고 장사꾼은 감각으로 예측한다.

해마다 시즌을 앞두고 전문가들이 우승팀을 예측하지만 절대로 빗나간
다. IMF를 두고 1년 후, 2년 후의 한국경제에 대해 많은 예측들이 있
었지만 대개 빗나갔다. 전문가의 예측은 잘 맞지 않는다.

오히려 장사꾼의 통밥이 더 잘 들어맞는다. 장사꾼의 감각은 경험칙이
다. 예측이 맞다면 모르되 빗나간다면 오를 경우 더 크게 오르고 내릴
경우 더 크게 내리는 법칙이 존재한다.

장사꾼은 경험칙 상 이 원리를 알고 있다. 장사꾼이 전문가보다 정확
하게 예측할 수 있는 이유는 전문가들이 복잡한 상황을 전체적으로 조
망하는데 비해 장사꾼은 상황을 단순화시켜 O,X로 나누고 어느 쪽이
든 예측의 예측이라는 플러스 알파의 요인을 추가하여 더 크게 더 많
이 움직이는 쪽에다 배팅하기 때문이다.

여기서 플러스 알파는 인간의 심리변수다. 그것은 예측을 예측하는 것
이다. 이를테면 어떤 주식이 좋은가를 보는 것이 아니라 남들이 어떤
주식을 좋은 것으로 볼것인가를 보는 것이다.

장사꾼은 이 심리변수를 높이 친다. 그리하여 전문가의 예측은 빗나가
고 장사꾼의 배팅은 도리어 적중한다. 그러나 의미없다.

전문가는 이론으로 예측한다. 이 예측은 분석할수 없는 미지수를 제외
하기 때문에 항상 현실보다 낮은 수치로 발표된다. 언제나 약간식 빗
나간다. 그러나 대신 전체적인 추세는 따라간다.

만약 전문가가 장사꾼의 방법으로 예측한다면 전체적인 흐름을 놓치기
때문에 행여 한두번 기적과도 같이 적중할 수 있지만 더 크게 여러번
틀리게 되므로 권위를 잃게 된다.

전문가에게 필요한 것은 예측의 적중이 아니라 예측이 빗나간 이유를
잘 설명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예측은 원래 빗나가는 것이 정상이다.

장사꾼의 예측은 적중하더라도 경험칙이기 때문에 상황변동시 다음번
의 예측에 실패한다. 이때 다른 장사꾼이 바통을 이어받는다. 장사꾼의
예측은 늘 맞지만 이번엔 다른 사람의 예측이다.

전문가의 예측이 적중해버리면 그 예측의 적중이 시장에 영향을 미쳐
서 다음번에는 예측불가상황이 조성되어 버린다. 사람들이 전문가의
예측을 믿지 않아야 전문가가 정확히 예측할 수 있는 것이다.

전문가는 이론을 가지고 있다. 예측은 빗나가고 이론은 보완된다. 이론
이 보완되었지만 다음번에도 역시 예측은 빗나간다. 시장에는 새로운
변수들이 추가되었기 때문이다. 전문가는 또 이론을 보완한다.

이론의 보완-예측실패-이론의 보완-이 과정을 거듭하면서 학자의 이
론은 점점 진리에 근접해가지만 절대 도달하지는 못한다. 거기에 학문
의 진보가 있다.

학자의 예측은 맞지 않아도 전체적인 흐름을 따라가게 되며 이것이 위
기 발생시 안전판의 역할을 한다. 즉 맞지는 못해도 크게 또한 틀리지
도 않으므로 최소한의 버팀목은 되는 것이다.

장사꾼의 예측은 기가막히게 들어맞지만 이번엔 다른 사람이다. 시장
엔 늘 새로운 변수가 추가되며 경험칙은 두 번 맞을 수 없다.

만약 주가를 예측한다면 전체적으로는 잘 안맞는 전문가의 장기적인
관점을 신용하되 배팅에는 잘 맞는 장사꾼의 슬기를 추가해야 한다.
그러면서 한명의 장사꾼을 두 번 신용해서 안되며 늘 떠오르는 새 별
을 찾아나서야 한다.

어떻게 배팅할 것인가? 어떻게 하여 시장에서 돈을 따기만 하고 잃지
는 않을 것인가? 진정한 답은 여기에 있다. 그것은 타인의 예측을 예
측하는 것이다.

전문가의 말에 귀를 기울이되 참고만 하고 배팅은 말라. 시장흐름과
다른 말을 하는 장사꾼의 말에 귀기울이되 딱 한번만 그의 의견을 쫓
아 배팅하고 부단히 새로 떠오르는 인물을 발굴하라.

어리석은 자는 시장흐름에 순응하는 전문가의 말을 곧이 곧대로 믿고
그대로 배팅하는 자이며 더 어리석은 자는 시장흐름에 거스르는 주식
의 귀재라는 장사꾼의 말을 두 번씩 믿고 두 번씩 배팅하는 자이다.

이 규칙을 지키면 투자의 실패는 없다.

전문가의 이론은 항상 시장흐름에 뒤쳐져서 따라가지만 안전판을 만들
므로서 진보에 기여한다. 장사꾼의 혜안은 한걸음 앞서서 내다보지만
대신 위험을 증가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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