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상록
read 3608 vote 0 2002.09.10 (11:16:03)

지금은 거품이 필요한 때이다.

[넷스케이프와 MS]
MS가 독점으로 제소를 당하고 있지만 MS의 독점은 컴퓨터업계 내지
인터넷업계에 많은 도움이 된 것도 사실입니다.

시장은 독점을 원합니다. 만약 OS가 윈도 외에 5종 쯤 되고 웹브라우
저가 넷스케이프 외에 10여종이 있다면 개발업체는 코피가 납니다.

지금 익스프롤러가 93퍼센트 쯤 점유하고 있습니다. 웬만해서는 익스
프롤러 하나만 생각하고 개발하면 되지만 작년 봄만 해도 넷스케이프
가 많았죠.

뭐를 만들던 두가지를 개발해야 했습니다. 이쪽에 맞추면 저쪽에 안맞
고.. 신기술 구사가 어렵습니다. 시간이 생명인데 시간을 뺏기게 되죠.

아무리 인터넷이 간다 해도 그래도 새롬기술 주가는 너무 고평가 되지
않았느냐고요? 맞는 말입니다.

그러나 시장은 거대업체의 출현을 원합니다. 또다른 MS가 나와주어야
합니다. 결국은 그것이 모두에게 이익이 되기 때문입니다.

한 회사가 탁 치고 나가서 자생력 없는 군소업체를 M&A 해주기를
원합니다. 그러기 위해서 선도기업의 주가는 더 올라가야 합니다.

초기조건의 민감성을 고려한다면 지금과 같은 초창기에는 판을 어떻게
짜느냐가 중요하고 이런 때는 개별기업 간의 수익성비교가 아니라 시
장참여자 각자가 가진 미래의 전망에 의해 자기에게 유리한 쪽으로 시
장을 이끌고 가려하는 의지가 반영됩니다.

그것이 시장에네르기이며 이 플러스알파가 주가를 결정하는 것입니다.

[인터넷 거품인가?]
이건 보통 복잡한 논의가 아닙니다. 단순하게 거품이다 아니다 잘라
말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먼저 이해하고 넘어가야 할 것이 몇가지
있습니다.

여기서 제기될 수 있는 몇가지 문제들
1) 전체을 보라-인터넷은 거품이다. 그러나 지금은 거품이 필요하다.
2) 더 멀리 보라-인터넷은 전혀 거품이 아니다.
3) 신경제를 보라-인터넷 전체로는 거품이 아니지만 시장에서는 단기
적으로 거품일 수도 있다.

위 세가지 방향으로 논의를 전개하고자 합니다.
1) 인터넷 거품이다.

인터넷이 왜 거품인가 하면 인터넷이 지금 고속성장 하고 있지만 실은
고속성장하지 않고 있기 때문입니다. 인터넷의 초고속성장은 약간의
착시현상입니다.

막힌 봇물이 일시에 터져나오는 것이며 오래전부터 기반기술이 축적되
고 있었던 것입니다.

인터넷은 기반기술부터 장비업체, 컨텐츠업체, 전자상거래 까지 다양한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그 중 몇가지 우연의 일치가 초고속성장을
만들고 있습니다.

역으로 어느 한 부분만 막혀버려도 전체적으로 침체에 빠져버릴 가능
성이 있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미국대통령이 돌연 정신이 나가서 인
터넷업체에 마구 세금을 때린다던가 등.

넷스케이프가 없었다면, 야후가 없었다면,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인터
넷에 대해 상상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이 부분이 우연의 일치입니다.

그것은 문득 일어난 우연한 사건 같습니다. 그러나 배후에서 기초기술
은 충분히 축적되고 있었죠. 보이지 않는 곳에서 움직이는 것이 있었
던 것입니다.

즉 인터넷의 역사를 넷스케이프가 등장한 이후 몇년 정도로 본다면 초
고속성장을 하고 있지만 그에 앞서 네트워크 개념이 시작된 시점부터
본다면 인터넷은 서서히 발전하고 있는 것입니다.

지금은 인터넷화 하기 쉬운 부분만 인터넷화 되고 있습니다. 전체적으
로 보면 여전히 기술인력, 기획인력이 터무니없이 모자랍니다. 그래서
저는 저속성장하고 있다고 봅니다.

중국을 봅시다. 우선 컴퓨터보급이 안되고 있기 때문에, 혹은 시골에는
아직 전기도 안들어오기 때문에, 한자를 인식하는 문제 때문에 등 기
본장애가 있어요(손정의가 중국의 가능성을 언급한 건 성급했죠)

몽고를 봅시다. 그 넓은 대륙에 언제 케이블을 깔아요? 안됩니다. 이거
답이 없다고요. 인터넷은 부분적으로 고속성장하고 있을 뿐 전체적으
로 저속성장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거품입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더 많은 거품이 와
야 합니다.

만약 인터넷이 고속성장을 하고 있다면 일시적인 붐에 그치고 말지도
모릅니다. 우리가 아는 것이 인터넷의 전부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저속성장을 하고 있다면 인터넷신대륙의 규모는 우리의 상상하는 것
보다 훨씬 더 큰 것입니다.

넷스케이프, 야후, 새롬기술..우선 사람들의 창의력과 행위동기를 자극
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인터넷에 뛰어들게 됩니다. 기술인력과 기획인력은 아
무리 늘어나도 모자랍니다.

인터넷이 거품이라고 말하지만 실제로 거품이 될 가능성이 있는 컨텐
츠업체 특히 커뮤니티위주의 회원자랑만 하는 업체는 수적으로 그렇게
많지 않을 뿐 아니라 조만간 포탈업체에 인수합병됩니다.

벤처업체가 5000개 쯤 있다고 하는데 여기엔 대학생 3명이 학내벤처로
시작한 것도 포함됩니다. 그거 망해보았자 식당하나 망한 셈입니다.

5000개 회사 중 4000개는 거의 구멍가게 수준이므로 설사 망한다 해도
노하우가 남고 기술인력이 남으므로 국가전체적으로 이익입니다.

대기업들이 다 뛰어들고 인터넷을 통한 교육혁명이 일어날 3년 후를
생각한다면 막대한 인력이 필요한데 학원에서 기술배운 것 보다는 직
접 벤처를 해보는 것이 설사 망한다 해도 기술과 인력이 남으니까 국
가적으로 이익이 됩니다.

거품이라도 거품이 필요하다는 것은 벤처가 공장이 있는 것도 아니고
인력빼면 없는데 인력이 남으니까 망해도 국가적으로 손해본 것이 없
다는 것입니다. 왜 적어도 향후 10년 이상은 인력이 항상 부족하니까.

2) 인터넷은 전혀 거품이 아니다.
인터넷이 거품이라면 인터넷 안에서 컨텐츠업체 등 특정부분이 거품인
것입니다. 인터넷은 다양한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전체적으
로는 거품이 아닙니다.

최근에 아마존 등이 위험하다는데 세대교체로 보아야 합니다. 즉 특정
회사를 기준으로 본다면 거품은 항상 있는 것입니다. 특히 기업간 상
거래 등에서 치고올라오는 회사가 많기 때문에 전체적으로는 거품이
아니라는 거죠.

인터넷인기주들 간의 세대교체가 너무 빠른 것이 거품으로 보여지는
것일 뿐입니다. 거품이 꺼지면 투자자들이 손해를 보아야 하는데 아무
도 손해보지 않는 것입니다. 왜?

그 특정업체 주식을 안팔고 그냥 가지고 있다면 물론 손해를 보겠지만
다른 인기주식으로 옮겨 가기 때문에 실제로 손해를 본 사람은 소수이
고 다수는 여전히 이익을 보는 것입니다.

인터넷이 거품인 것이 아니라 인기주들 간의 바톤터치가 매우 빠르므
로 어물어물 하다가는 상투잡기 쉬운 즉 조심해야한다고 보아 무난한
것입니다.

그래서 거품은 주가차별화와 업종간 세대교체를 통해 흡수 완충됩니
다. 한쪽에서는 거품이 꺼지지만 다른 쪽에서는 새로운 거품이 만들어
지기 때문에 전체적으로는 균형인 것입니다.

블랙먼데이처럼 시장이 완전히 무너지는 것이 아니라 활발한 순환매나
차별화로 나타나는 것입니다.

인터넷은 여전히 유망합니다. 특히 포탈업체 등 대형업체는 지금도 약
1/10 정도로 저평가되어 있다고 봅니다. 단순히 회원수와 페이지뷰만
내세우는 컨텐츠업체 일부가 위험할 뿐이며 이들은 인수/합병으로 시
장을 완충할 것입니다.

왜냐하면 전체 인터넷화 될 수 있는 부분 중 현재 인터넷화 된 부분은
약 1/100에 지나지 않기 때문입니다.

3) 신경제란 무엇인가?
새롬기술 주가가 회원증가 속도에 맞추어 월 10퍼센트씩 지속적으로
오르기만 하면 딱 좋겠지요. 그러나 시장이 우리의 입맛대로 가 주지
는 않습니다.

과거의 경험을 참고하면 아무리 좋은 주식이라도 절대로 단번에 오르
지 않습니다. 항상 중간에 기복이 있고 그래서 세상은 공평한 것입니
다. 만약 단번에 주가가 올라버린다면 초기에 참여한 소수에게만 이익
이 돌아가겠지요.

인터넷을 보지 말고 인터넷 이후의 신경제를 보아야 합니다. 신경제는
과거의 굴뚝산업과는 완전히 다른 것입니다.

자 농업을 보세요. 인구의 3퍼센트가 경작합니다. 과거엔 전 국민이 농
민이었지요. 그렇다면 우리의 지출도 수입의 3퍼센트에만 식량확보에
들어가나요?

천만에 우리는 수입의 거의 절반을 농업에다 쏟아 붇고 있습니다. 즉
여전히 농업인구는 국민의 절반인 것입니다. 그런데 그 농민들 다 어
디로 갔죠?

자 쌀생산에는 인구의 3퍼센트 아니 극단적으로 말하면 인구의 1퍼센
트만 투입되어도 좋습니다. 국민의 1퍼센트만 경작해도 먹고 삽니다.

과거에는 이렇게 생각했죠. 우리가 경작 안하면 뭐 먹고 살거야?

그러나 보세요. 술을 마신다. 술의 원료는 보리입니다. 즉 술값은 농업
입니다. 아내가 요리를 한다. 역시 농업입니다. 아내에게 지출되는 돈
도 농업입니다.

식당에서 요리를 주문한다. 즉 농업입니다. 즉 농업이 식량생산에서 가
공(식당업, 주류제조업) 용역(아내, 서비스)까지 확대된 것입니다.

즉 원료생산은 1퍼센트가 하고 나머지는 부가가치 창출에 매달리는 것
입니다.

과거 -> 국민의 절반은 농사를 짓는다.
현재 -> 국민의 절반은 농업의 부가가치를 높인다.

이제 굴뚝산업도 이렇게 됩니다. 굴뚝산업의 비중은 전체의 1/10으로
줄어들고 나머지는 부가가치 창출에 매달리게 됩니다.

그 부가가치 창출은 대개 인터넷이 떠 맡게 됩니다. 미래사회에는 인
간의 수요가 극도로 복잡해집니다.

미래를 결정하는 3D는 디지털과 디자인과 DNA입니다. 사회의 제 영
역이 극도로 디자인화 됩니다.

자동차를 딜러에게 주문할 때는 딜러가 주는 카탈로그 안에서 자기가
원하는 색상과 옵션을 선택하면 됩니다. 이때 선택의 폭은 극도로 좁
아집니다.

미래에는 아무도 딜러에게 자동차를 주문하지 않습니다. 왜? 인터넷이
저가구조이기 때문이 아닙니다. 딜러에게 주문해서는 자기가 원하는
색상과 옵션을 찾아낼 수 없기 때문입니다.

미래의 소비자들은 적어도 1주일동안 자동차를 설계할 것입니다. 완전
한 맞춤자동차의 등장입니다. 소비자들은 적어도 1백가지 이상의 옵션
을 걸 것이며 자동차회사는 그 복잡한 주문형태에 맞춘 상품을 제공할
것입니다. 왜? 인터넷이 가능하게 하니깐.

주택도 마찬가지입니다. 지금처럼 모델하우스 한번 보고 집을 사지는
않습니다. 적어도 1백가지 이상의 옵션을 걸게 될 것이며 인터넷이 아
니고는 불가능합니다.

의복도 마찬가지입니다. 동대문에서 옷을 사지는 않습니다. 수십가지
자기기호에 맞는 옵션을 걸어야 하는데 맞춤제작이 아니고 안되며 역
시 인터넷이 아니고는 그 복잡한 맞춤을 소화할 수 없는 것입니다.

즉 단지 가격요인 때문에 인터넷화 된다면 인터넷의 수명은 매우 짧은
것입니다. 그러나 가격 이외의 요인..즉 소비자의 수요구조 때문에 인
터넷화 된다면 인터넷은 엄청나게 팽창합니다.

제가 인터넷이 느리게 발전하고 있다고 말하는 것은 이런 부분까지 포
함해서입니다. 인터넷은 우리의 사고와 행동을 바꾸고 경제를 바꿉니
다. 그러나 아직 이 부분은 가시적으로 포착되지 않고 있습니다.

물론 3년 내로 등장합니다. 인터넷으로만 주문을 받아 자동차를 공급
하는 자동차회사가 생길 것이며 이 자동차는 주문자 개개인의 개성에
맞는 자동차를 소량다품종 공급하게 될 것이며 이렇게 생산된 자동차
의 가격이 기존 대량생산자동차와 크게 차이나지 않을 때 진정한 혁명
이 일어나는 것입니다.

지금도 미국에서는 자동차를 개인의 기호대로 뜯어고치는 유행이 있지
마는 미래사회에서는 주문단계에서부터 개인의 기호를 반영하게 되며
이는 오직 인터넷으로만 가능한 것입니다.

이것이 신경제이며 신경제는 가격의 인하로 인한 소비급증 내지 소비
고급화 소비차별화로 이어져서 경제규모를 확대하고 부를 늘릴 것이며
따라서 주가가 오르는 것은 정당한 것입니다.

문제는 이 부분이 일상화 되는 데는 10년 정도의 기간을 필요로 한다
는 점이지요. 그러나 문제는 없습니다. 상당히 중요한 부분은 확률인데
그 확률을 담보하는 것은 참여자의 절대 머리숫자입니다.

에디슨이 언제 전구를 발명하는 가는 실험을 몇번 했는가에 의해 결정
됩니다. 에디슨은 3만번의 실험을 했습니다. 6개월이 걸렸습니다. 백명
의 에디슨이 참여한다면 그 기간은 그만큼 단축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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