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상록
옳은 것은 옳은 것이 아니고 공정한 것은 공정한 것이 아니며 불편부
당한 것은 불편부당한 것이 아니며 바른 것은 바르지 아니하다.

모름지기 변화를 이해하지 않으면 안된다. 강물은 흐른다. 흐르는 물
가운데 가만이 있는 것은 가만이 있는 것이 아니다. 퇴보다.

역사의 강물이 쉼없이 흐르기 때문에 문명이 부단히 진보하기 때문에
중간에 서는 것은 치우쳐 서는 것이며 머물러 있는 것은 퇴보하는 것
이며 옳은 즉 비뚤어진 것이다.

만약 어떤 대립되는 것이 있다면 반드시 둘을 통일하는 제 3의 것이
있다. 만약 토대를 공유하지 않는다면 결단코 둘은 대립될 수 없다.

A --------------B

C ---------------D
▲ E

토대 C가 A와 B를 공유한다면 대립된 A와 B의 중간에 서는 것은 공
평한 것이 아니다. 그것은 오히려 치우친 것이다.

만약 솜씨있는 웨이터가 와인을 나른다면 출렁이는 잔을 넘어뜨리지
않기 위해서는 와인잔 A, B를 통일하는 쟁반 C를 쥔 손목관절 E를
적절히 움직여주어야 한다.

즉 사태를 안정시키는 것은 안정이 아니라 오히려 변화인 것이다. 손
목관절의 유연한 변화 E가 와인잔을 흔들리지 않게 하는 것이다.

모든 것의 주인인 역사의 편에 서지 않으면 안된다. 모든 것의 주인인
진리의 편에 서지 않으면 안된다.

중용은 중용이 아니며 불편부당은 불편부당이 아니며 공정한 것은 공
정한 것이 아니다. 옳은 것은 심히 그르다.

유연하게 사고할 수 있어야 한다. 꿰뚫어 알 수 있어야 한다. 신 앞에
서 역사 앞에서 진리 앞에서 바른 답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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