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상록
read 3842 vote 0 2002.09.10 (11:10:49)

푸틴의 시대 - 위대한 짜르의 영광은 돌아오는가?

[능력의 7할만 발휘하라]

100만원이나 1000만원이 걸린 문제는 온갖 지혜를 모아 적절하게 처리
하면서도 제 목숨이 걸린 중요한 일은 그저 점장이에게 물어본다.

잘못된 일인가? 결혼, 취직, 사랑, 승부..인생의 중요한 고비에는 얼마
간 신비주의의 요소, 운명의 요소가 끼어들기 마련이다.

어리석은 인간의 지혜로 능력을 10분 발휘해서 문제를 해결하려 해서
는 안된다. 능력의 7할만 발휘하고 3할은 신의 처분에 맞겨야 한다.

운명의 결정, 역사의 흐름, 문명의 판도가 지시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인간이 할수 있는 일은 요모조모 잘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운명
이, 역사가, 문명이 잘 하도록 선의 확률을 높여두는 것 뿐이다.

위대한 승부사들은 대개 운이 좋았다. 운이 하늘에서 그저 떨어진 것
은 아니다. 평소의 활발한 정보수집, 좋은 대인관계, 적극적인 매너로
행운의 확률을 높여둔 것이다.

그렇다. 인생의 처신은 모름지기 그리해야 한다. 100퍼센트 완벽주의자
가 되지 말라. 얼마간은 모자라게 행동하라. 대신 행운의 확률을 높여
두라. 그러면 뜻밖에 우연히 성공하게 된 것처럼 보여지지만 그 행운
은 그저온 것이 아니라 평소의 여유있는 처신이 불러온 것이다.

그대가 타산적으로 자신을 위해 100퍼센트를 다 사용한다면 그대의 친
구들도 그리할 것이며 결정적인 순간에 아무도 돕지 않을 것이다. 그
대가 운명을 위해 에너지의 3할을 남겨둔다면 승부의 순간에 하늘이
그대를 도울 것이다.

[러시아의 국민성]

러시아인은 얼마간 신비주의다. 대륙은 넓고 풍토는 가혹하다. 1년의
힘든 수고가 타타르의 뜨거운 모래바람에 단번에 날아가버리기도 하고
반대로 비옥한 초원이 1년의 농사로 3년의 양식이 저축되기도 한다.

합리주의적인 판단, 바른 결정은 중요하지 않다. 믿음과 인내, 우직함
이 중요하다. 약싹빠르게 사리에 맞게 행동해서는 안된다. 바보 이반처
럼 우직하여야 좋다.

거친 풍토를 견뎌오며 운명과 신비를 체념으로 받아들이는 러시아인들
은 무력감에 빠지기 일쑤다. 그들은 합리적인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중국도 마찬가지다. 거대한 나라, 거대한 땅, 역사를 바꾸기 위해서는
10억명의 생각을 다 바꾸지 않으면 안된다. 나 한사람의 노력으로 가
능하지 않다. 곧 무너진다.

러시아인들은 숙명적이 된다. 위대한 짜르가 나오지 않으면 안된다. 그
들은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기 보다 모든 문제를 일거에 해결해줄 한명
의 초인을 기다리게 된다.

내일 대선을 치르는 푸틴은 러시아인이 기다리는 짜르의 이미지에 꼭
맞다. 가문의 운명을 짊어지고 불굴의 정신으로 나아가는 타타르의 족
장처럼 그가 나타났다.

[자신감, 용기, 사나이다움]

러시아가 요구하는 것은 이런 것들이다. 그들은 자잘한 지혜가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 러시아식 낭만주의다. 음모가는 안
된다. 오직 헌신적인 용기와 사나이다움이 필요할 뿐이다.

논쟁, 조정, 흥정, 정치적 책략은 필요없다. 과묵하게 지켜오고 단호하
게 결정하며 과감하게 행동한다. 그것이 러시아다운 것이다. 푸틴은 그
런 인물이다.

그는 때가 오기까지 나서지 않는다. 그는 언제나 충성스러운 신하였다.
KGB시절에도 소브차크 시장 밑에서도 그는 과묵한 충신이었다. 나서
지 않고 과시하지 않는다.

그러나 한번 기회가 주어졌을 때 그의 행동은 지극히 러시아적이다.
그 어떤 가치도 조국의 영광에 앞설 수는 없다는 단호한 결정이다. 러
시아식 사나이다운 매력이다.

너무 큰 나라, 너무 복잡한 나라, 러시아가문의 맡형은 복잡한 방법으
로 슬기롭게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다. 자잘한 지혜는 유태인이나 짚시
들에게나 어울리는 것이다.

타타르 족장의 방법, 거칠은 코르시카의 경기병의 방법은 다르다. 영광
이외에 다른 단어는 허용되지 않는다. 푸틴이 그런 인물이다. 논쟁으로
밤을 새는 의회 앞에서 그는 좌와 우의 경계를 단숨에 허물어뜨려 버
리고 지극히 러시아다운 방법으로 그 모든 것을 거머쥐었다.

푸틴은 운명을 믿는 인물이다. 때를 기다릴 줄 아는 인물이다. 싸우지
않고 모든 것을 거머쥘 줄 아는 인물이다.

정치는 이래서 재미있다. 언제나 진리의 길을 따라 변화가 있다. 남아
공에서 말레이시아에서 대만에서 러시아에서 우여곡절이 있는 와중에
서도 선이 조금씩 승리해가고 있다.

김동렬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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