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상록
[묻지마는 사절한다-벤처, 알고 투자하라~!]

"둑을 막고 물을 퍼내면 고기를 남김없이 잡을 수 있는데 맨손으로 잡
으려 하니 겨우 한 마리를 잡을 뿐 고기들이 놀라 달아나고 만다. 무
릇 벤처를 하려거든 평범한 아이템이라도 기술로 승부하여야지 기발한
아이디어를 내세우는 것은 고기를 손으로 잡으려는 것과 같다."

16일자 중앙일보에 벤처의 대부라 할 미래산업 정문술사장의 칼럼이
다. 어찌 가슴에 사무치지 않으랴?

심플렉스인터넷(주) 이재석사장은 94년 PC통신을 통해 알게 되었다.
유서깊은 고도 경주 포석정에서 포항공대를 1회로 졸업하고 세상을 향
해 첫 발을 내디디는 야심만만한 물리학도를 만났다.

관심은 미래예측에 관한 과학적시스템에 대한 것이었다. 변화는 무질
서하게 일어나지만 반드시 반복되는 패턴을 읽을 수 있으며 그 패턴을
찾아 카오스이론을 적용하면 미래를 예측하는 일정한 수식을 유도할
수 있다는 것이 그의 발상이었다.

나는 모든 변화는 구성요소들 상호간의 수학적 연관관계에 의해 일어
나며 구조론을 이용하여 패러다임을 파악할 수 있다고 이야기했던 기
억이 난다. 그때부터 그의 야심은 세계 GNP 10프로였다.

"왜 세계 GNP의 10프로나 되는 돈을 벌려고 하지?"
"컴퓨터와 반도체가 만들어내는 저 거대한 정보화혁명의 물결을 지켜
보라. 내가 아니라도 누군가가 그 일을 할 것만 같으니까 이왕이면 내
가 그 일을 하겠다는 거다"

그의 신들린 듯 거침없이 뱉어내는 비전을 들으면 젊은 날의 손정의가
연상된다. 터무니없이 많은 아이디어와 새로운 계획들에 파묻혀 인생
이 너무 재미있기 때문에 술이나 담배나 여자 따위에는 일체 관심을
가질 기회조차 없었다는 사람.

그는 하루의 대부분을 정보수집과 창의적인 상상 그리고 사업계획에
투자한다. 유일한 즐거움은 딸 까웅이(별명)의 재롱을 자랑하는 것인데
매일 한가지씩 새로운 버전이 제공된다.

95년 후 뒤늦은 군입대로 떠나 있었고 97년 재회했을 때 이재석사장은
그동안 몇가지 사업을 벌이다가 스케일이 성에 차지 않아 동업하던 친
구에게 양도하고 'PC통신경영컨설턴트'를 하고 있었다.

곧 의기투합하였는데 목표는 한국의 AOL이 되는 것, 마침 PC통신은
텍스트환경에서 그래픽환경으로 넘어가는 과도기였는데 신생사들이 잘
못된 전략으로 과도기형태의 중간기술로 도전하다 실패하고 있었다.

이재석사장은 고속통신시대에 걸맞는 이용자환경을 연구해놓고 투자자
를 찾아다녔는데 곧 IMF가 닥쳐 투자를 유치하기는 용이하지 않았다.

특히 연세에도 불구하고 젊은이들보다 더 생각이 젊은 미래산업 정문
술사장을 끈질기게 쫓아다녔는데 벤처인의 자세에 대해 많은 것을 배
웠다고 입버릇처럼 말하곤 한다.

그러는 사이에 인터넷시대가 열렸으나 그의 거대한 스케일에 비추어
인터넷의 자질구레한 사업아이템들은 성에 차지 않았다. 그는 아직도
한국의 AOL을 외치고 있었다.

IMF의 터널을 지나고 결단을 내려야 했다. "그래 작은 것부터 시작하
자" 그의 스케일은 거대한 계획, 막대한 투자, 정면돌파였지만 대형 투
자유치는 성사단계에서 실패하고 친구들의 주머니를 털어 창업멤버 다
섯명으로 시작했다. 그러나 목표는 어김없이 세계 GNP 10 퍼센트

그는 아이디어가 너무 많다. 아이디어가 너무 많기 때문에 아이디어를
믿지 않는다. 그것은 마치 모든 악기를 다 다루는 연주자가 결국은 지
휘자가 되고 마는 것과 같다.

피아노도 치고 싶고 플루우트도 불고 싶다. 바이얼린도 키고 싶고 드
럼도 치고 싶다. 어쩌랴. 그런 사람은 연주하지 못한다. 오케스트라의
지휘자가 될 수 밖에. 자 인터넷에서 무엇을 할 것인가?

우리는 몇가지 원칙을 정했다. 가급적이면 큰 길을 간다. 되돌아나오기
어려운 틈새로 너무 깊이 들어가지 않는다. 보편과 표준, 중앙과 핵심
의 길로 가되 변방을 지양하며 적게 먹되 전부를 먹는다.

그러나 적은 자본으로 할 수 없다. 이재석사장의 사업스케일은 너무나
거대하다. 끊임없이 떠오르는 아이디어는 다 소화하는 방법은 못을 막
고 물을 몽땅 퍼내는 방법 뿐이다. 아무리 고기가 탐스러워도 손으로
는 잡지 않는다.

인터넷은 거대한 집이다. 집안 한구석에 점포를 열었다가는 집을 고쳐
죽을 때 수명이 끝난다. 집 그 자체를 뜯어고치는데 대비하지 않으면
안된다. 궁극적인 목표는 '실시간커뮤니케이션시스템'으로 인터넷환경
의 인프라를 재편하는 것이다.

핵심은 기술. 아이디어는 얼마든지 있지만 잘못 발목을 잡혀버리면 진
짜 큰 승부를 해야할 때 타이밍을 놓친다. 평범한 것으로 가져가자.

종합쇼핑몰 마트24, 증권채팅 이챗 외에도 여러가지를 개발했다. 평범
하다. 그러나 핵심이다. 지금은 포탈과 커뮤니티를 외치고 있지만 3년
후에는 E-비즈니스(전자성거래)가 중심이 된다.

이것은 발판에 불과하다. 못의 물을 다퍼내기 위하여 바가지를 하나
장만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특히 증권채팅 이챗은 채팅을 하겠다는
것이 아니다.

아이디어의 승부가 아니다. 기업정보를 다 밝힐 수 없는 것이 유감이
지만 '실시간커뮤니케이션시스템'을 위한 기초기술의 축적을 위하여 채
팅에 있어서는 세계최고가 아니면 안되기 때문에 이챗을 하는 것이다.

인터넷의 핵심은 정보다. 정보의 3요소는 신속성, 보안성, 정확성이다.
이 조건을 확실히 충족시키는 것은 금융정보다. 인터넷이 정보의
바다라지만 신속하지않고 정확하지 않고 보안이 필요없는 정보는 정보
가 아니다.

금융정보가 진짜 정보이며 금융정보에다 신속성, 정확성, 보안성을 담
보하는 방법은 실시간커뮤니케이션시스템 뿐이다. 그 핵심에 채팅이
있고 그래서 증권채팅을 하는 것이다.

지난 한해는 기술인력 확보와 기술축적에 에너지를 쏟았다. 모르는 사
람은 기술은 사면 된다고 생각하는데 그러다간 안정성이 떨어져서 운
영을 버벅거리게 된다. 승부타이밍에서 실패하게 된다. 최고를 위해서
는 자체기술이 담보되어야 한다.

더 많은 자본이 투입되어야 한다. 그렇다면 공모다. 심플렉스인터넷은
이챗(www.echat.co.kr)에서 토요일까지 인터넷공모를 하고 있다.

화장실에서 똥누다가 우연히 떠올린 아이디어가 아니다. 이론과 원칙
에 대한 부단한 검토 끝에 나온 최종결론이다. 둑을 막고 물을 몽땅
퍼내어 고기를 남김없이 잡아내는 데 다른 길은 절대로 없다.

옥션이니 역경매니 무슨닥이니 하는 기발한 아이템들, 좋다. 그런 아이
디어는 얼마든지 생각해 낼 수 있다. 그런데 왜 쉬운 길 가지 않는가?
막대한 이벤트로 눈길을 끌어야 하는데 거기에 자본을 낭비해버려서는
진짜 승부처에 전념할 수 없기 때문이다.

힘들더라도 정도를 가자. 세계시장을 다먹으려면 아이디어의 유혹에
넘어가서 안된다. 전담 서퍼맨이 미국에서 뜨는 아이템들을 매일 수집
하고 있지만 인터넷의 흐름을 파악할 뿐 우리는 곧 죽어도 실시간커뮤
니케이션시스템이다.

나는 왜 이 거대한 계획에 뛰어들었는가? 이재석사장의 아이템은 너무
거창하기 때문에 이론적 검토를 거치지 않으면 안된다. 정확한 미래예
측이 담보되지 않으면 안된다. 위대한 선장을 위해서는 좋은 나침반,
빛나는 등대도 필요하다.

아이디어를 강조하는 사람은 대개 아이디어가 빈곤하다는 것이 나의
철학이다. 아이디어가 없으므로 평범한 아이디어에 감탄하는 것이다.
진정한 승부사는 한가지 아이디어로 뛰어드는 것이 아니라 미리 예측
하고 여러 가지 아이디어를 조율할 수 있는 인프라를 구축한다. 영원
히 기억되는 것은 연주자가 아니라 오케스트라의 지휘자다.

심플렉스인터넷이 간다. 실시간커뮤니케이션시스템이 간다. 약간 엉성
해보이고 짜임새가 없어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작은 일에 에너지를
낭비하지 말고 우리는 날아간다.

현재 인터넷은 정보의 시대가 아닌 학습의 시대이다. 학습의 시대에는
정보의 신속성, 보안성, 정확성이 강조되지 않는다. 아무 정보나 그저
많기만 하면 된다. 가치없다.

야후가 판치는 학습의 시대는 2년 이내에 끝난다. 모든 네티즌이 인터
넷에 익숙하게 되면 진짜 정보, 정확한 정보, 필요한 정보, 따끈따끈한
정보를 원하게 된다. 거기에 응답하는 것이 인터넷에 대한 관념을 완
전히 바꾸어놓는 실시간커뮤니케이션시스템이다.

나는 이론가다. 직관력은 뛰어나나 창의력이 없다. 앞으로 이러이러한
길로 가야 한다고 원칙론을 말하지만 구체적으로 방법론을 내놓지 못
한다. 그때 이재석사장은 구체적인 방법론을 내놓는다.

기어이 사고를 친다. 대형사고다. 그러나 판을 깨지 않고 슬그머니 판
을 업그레이드한다. 이 위대한 작업을 함께하고자 하는 사람은 지금
심플렉스인터넷(주)과 함께하여도 좋다.

공모참여는 www.echa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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