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비게이션이 가끔 엉뚱한 길을 알려주지만 길치들은 개의치 않는다. '둘러가도 상관없어. 어떻게든 길을 알려주기만 하면 돼! 집에 까지 갈수 있다는 확신만 있으면 돼. 룰루랄라 휘파람 불면서 갈거야.' 확실하다는 것, 확신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은 사람에게 엄청난 에너지를 준다. 그러나 여기에는 단서가 붙는다. 중간과정이 단순해야 한다는 것이다. 왼쪽으로 두 번 꺾고 오른쪽으로 세 번 꺾어서 5분만에 가는 지름길과 그냥 쭉 가서 10분만에 도착하는 우회도로 중에 어느 쪽을 택하겠는가? 낯선사람에게 길을 알려줄 때는 시간이 더 걸려도 우회도로를 알려주는 것이 좋다.
중간에 복잡해지는건 죽음이다. 다들 기피한다. 애플이 하면 삼성도 하고 LG도 한다. 삼성이나 LG는 표절시비를 피하기 위해 애플과는 다른 방법을 쓴다. 여기서 질문 들어가자. 삼성과 LG는 그렇게 할 수 있는데 왜 진작에 안 했지? 어떤 문제를 풀 때 그곳에 확실한 답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푸는 것과 모르고 푸는 것은 하늘과 땅의 차이가 있다. 어떻게든 답이 있다는 사실을 알면 어떻게든 답을 찾아오는게 인간이다. 애플이 답을 알려주지 않아도 어딘가에 답이 있다는 사실은 알게 된다. 삼성과 LG는 길치가 내비게이션을 입수한 만큼의 자신감을 가진다. 그리고 달라붙어서 정말 열심히 한다. 누군가가 답을 찾았다는 사실 자체가 강력한 힌트가 되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노력하지 않는 이유는 게을러서가 아니라 그 길에 확신을 가지지 못하기 때문이다. 서부에 금이 있는데 1만 명이 금을 찾으려고 시도했지만 한 명도 찾지 못했다. 이때 어떤 사람이 처음으로 금을 찾았다면, 그 장소를 알려주지 않아도 많은 사람이 인근의 다른 곳에서 금을 찾는데 성공한다.
왜? 그곳에 금이 있다는 확신을 가지고 찾는 것과 혹시나 하고 찔러나 보는 것은 하늘과 땅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어떤 사람이 무엇을 발명했는데 거의 동시에 다른 사람이 특허를 신청한 일은 역사적으로 매우 많다. 왜 동시에 발명할까? 누군가 성공에 근접했다는 소문이 들리면 강력하게 동기부여 되기 때문이다. 경쟁 붙은 것이다. 구조론은 확실한 답을 알려준다. 결 읽는 법을 배우고 결 따라가면 이긴다. 승부의 결은 방향판단, 위치선정, 창의하기, 싸움걸기, 전파하기다. 마이너스로 방향을 잡으면 이기고, 탑 포지션으로 위치를 잡으면 이기고, 팀의 편성으로 창의하면 이기고, 승부처를 읽고 싸움을 걸면 이기고, 완성된 자기 스타일을 전파하면 이긴다. 시간이 걸리고 과정이 정교하지만 반드시 이기는 방법은 분명히 있다.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서 취해야 할 행동이 정해져 있으며 그대로 하면 된다. 물론 충분한 연습문제를 풀어보고 숙달해야 한다. 어렵지 않다. 몇 가지 공식만 외우면 된다. 구조론의 문제는 과정이 단순하지 않다는데 있다. 사람들은 열심히 공부해서 서울대 가는 것보다 팔공산 갓바위에 삼천배 해서 서울대 붙는 길 중에서 하나를 택하라면 후자를 선택한다. 3천배가 더 단순하기 때문이다. ◎ 구조론은 확실한 정답을 알려준다. ◎ 구조론은 정밀한 중간과정을 거쳐야 한다. 징기스칸이 천하를 얻은 방법은 사실 복잡한 것이었다. 이렇게 한 다음에 저렇게 하고, 다시 이렇게 한 다음에 다시 저렇게 하고를 상당히 여러차례 해서 어렵게 성공한 것이다. 물론 익숙해진 다음에는 쉽다. 장기스칸은 금나라의 맹안모극제를 모방한 천호제를 도입하고 전통적인 부족을 해체하고 노략질을 금지하는 등 여러 가지 규칙을 새로 만들었다. 근데 말이다. 시간을 되돌려서 젊은 징기스칸을 만났다고 치자. 징기스칸이 내게 질문한다. ‘어떻게 하면 천하를 얻을 수 있죠?’ ‘이렇게 한 다음에 저렇게 하고 다시 이렇게 한 다음에 저렇게 하고...’ 구조론만큼 복잡하게 설명을 해주면 징기스칸이 알려준 대로 실천할까? 정답은 .. 안 한다. 여러분이 구조론에 시큰둥한 것과 같다. 답을 알려줘도 안 하는게 인간이다. 왜? 안 해도 되는데 왜 해? 공식만 외우면 되는데 절대 안 외운다. 왜? 시험을 안 치니까. 성적표가 없으니까. 징기스칸은 했다. 왜 했을까? 누군가가 징기스칸을 죽이려고 계속 쫓아다녔기 때문이다. 징기스칸은 정적들에게 계속 쫓겨다녔기 때문에 살기 위해서 실천하지 않을 수 없었다. 자유로운 상태였다면 절대로 안 했다. 그걸로도 부족하다. 단지 살기 위해서 그렇게 하지는 않는다. 징기스칸은 여러번 죽을 고비를 넘기면서 자신의 천신으로부터 몽골울루스를 통일할 사명을 받았다고 생각했다. 무당들에게 신탁을 받은 것이다. 한 번은 포로가 되어 죽을 뻔 했고, 한 번은 화살을 맞고 턱뼈가 깨져 죽을 뻔 했고, 한번은 목에 화살을 맞아 죽을 뻔 했고, 한번은 기습을 당했는데 기적적으로 도망쳤다. 그러다보니 동기부여가 된 것이다. 정답은 있고 중간에 복잡한 단계를 거치지만 끝가지 가면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 길은 있다. 가느냐 마느냐는 동기에 달려있다. 여러분께 묻노니 갈 것인가 말것인가? 징기스칸의 길을 갈 것인가? 공식 외울 것인가? 확실한 정답을 알려줘도 사람들의 행동은 둘로 나뉜다. ◎ 서부에서 황금을 찾는 것과 같은 단순한 길 - 누구나 한다. ◎ 징기스칸의 성공방정식과 같은 복잡한 길 – 동기가 확실한 사람만 한다. 구조론은 내비게이션과 같다. 그냥 막연히 창의하라고 다그치기 보다는 내부에 팀을 만들고, 포메이션을 구축하고, 역할을 분담하라고 구체적으로 행동계획을 찔러주는 것은 큰 차이가 있다. 소설에도 그러한 구조는 있고, 작곡에도 있고, 시에도 있고, 그림에도 있고, 영화에도 있다. 영화 안에 팀이 있고, 그림 안에 팀이 있고, 어디에나 다 있다. 함박눈이 내린 날 소년은 눈사람을 만들었다. 실패했다. 눈은 뭉쳐지지 않았다. 누군가 간단한 팁을 찔러주었다. 장갑을 벗고 맨 손으로 눈을 살짝 녹인다. 눈은 손바닥의 체온에 녹다가 다시 얼어서 단단해진다. 단단해진 눈을 심으로 박아넣고 눈을 굴리면 눈사람이 된다. 이건 간단한 요령이다. 최초의 심을 찔러주기만 하면 그 다음은 밸런스의 원리에 의해 자동항법으로 간다. 눈은 저절로 뭉쳐진다. 왜? 눈의 무게가 눈을 뭉치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팔힘을 주어 꽉꽉 눌러 눈을 다져야 뭉쳐지지만 다음에는 눈덩이의 무게에 의해 저절로 뭉쳐지는 것이다. 바닥의 돌과 흙과 지푸라기까지 달라붙어 심을 보강하니 눈사람은 더욱 단단해진다. 창의한다는 것은 그냥 괴상한 짓을 하는게 아니라 눈덩이 안에 심을 박아넣듯 자기 안에 질서를 부여하는 것이다. 일단 내부와 외부를 가르는 구획을 하고 다음 내부에 에너지를 투입하고, 입자를 부여하고, 축과 대칭을 박아넣고, 운동을 전개시키고 최종적으로 결과를 뽑아내는 것이다. 구조를 알면 눈덩이를 굴리는 소년이 심을 얻은 것과 같고 길치가 내비게이션을 얻은 것과 같다. 구조론의 길이 더디 가는 수는 있어도 못 가는 수는 없다. 가기는 반드시 간다. 확신을 가져도 좋다. 단 공식은 외어야 한다.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있다. 이기는 방법을 알고 있으므로 이길 수 있다. 요행수 바라지 말고, 심리적으로 무너지지 말고, 현장 위주로 가되, 미리 판을 설계하여 내부에 시소구조를 세팅해놓고 에너지를 순환시키며 조금씩 확률을 높여가면 이긴다. 절대적으로 선수를 쳐야 이긴다. 후수를 잡으면 진다. 되치기나 노리면 진다. 상대방이 설계해놓은 판에 뛰어들면 진다. 플러스 방향으로 가면 진다. 바텀 포지션을 잡으면 진다. 승부처에서 분산되면 진다. 상대가 어떤 방법으로 나오든 맞춤대응하는 한 차원 위의 수단은 있다. 상대가 똑같은 방법으로 나와도 이기는 방법은 있다. 공식을 알고 진법을 훈련하면 이긴다. 이 길을 갈 것인가 말 것인가? ◎ 확실한 답을 알려준다.(모두가 간다) ◎ 중간에 조금 복잡해진다.(동기가 확실한 사람만 간다) ◎ 시스템이 구축되고 익숙해진 다음에는 쉽다.(뒤늦게 묻어간다.)
이 길은 결국 모두가 가는 길이지만 어떤 사람은 앞서가고 어떤 사람은 남들이시스템을 구축해 놓은 다음에 묻어가게 된다. 결국 모두가 이 길을 가게 된다. 컴퓨터를 쓰려면 자판을 외어야 한다. TV를 켜려면 리모컨 작동법을 알아야 한다. 결국은 모두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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