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상록
read 4429 vote 0 2002.09.10 (10:56:01)

손정의의 대도무문

손정의의 소프트뱅크는 처음부터 시장의 60프로를 지배하겠다는 독점전략으로 나아갔다. 시장을 지배해야 시장을 움직일 수 있기 때문이다.

손정의는 입버릇처럼 말했다. "60퍼센트의 점유율을 확보하지 못하면 그건 점유율도 아니다." 이 말을 단순히 젊은 사업가의 야심으로 들어서는 안된다. 그는 60퍼센트의 독과점을 욕심낸 것이 아니라 60퍼센트에 미치지 못하면 반드시 실패한다는 사실을 진작 알았던 것이다.

왜 60퍼센트여야 하는가? 표준의 문제 때문이다. 비슷비슷한 점유율의 여러개 회사가 도토리 키재기로 경쟁한다면 표준을 제정할 수 없고 이때 중복투자, 중복구매로 모두가 손해를 보게 된다.

개발업체나 유통업체나 소비자나 한결같이 통일된 표준을 통하여 중복투자와 중복구매의 혼란을 막고싶어한다. 시장의 에네르기는 자연히 싹수가 보이는 어떤 특정업체 하나로 힘을 몰아주기 마련이며 실제 60퍼센트에 미치지 못한 업체들은 몰락했다.

60퍼센트는 한껏 욕심을 낸 수치가 아니라 사실은 생존을 위한 하한선이었던 것이다. 중요한 것은 이것이 시장의 내재적인 에네르기에 기초한다는 점이다.

처음 한 개의 회사가 독점하고 있다면 시장은 독점의 횡포를 꺼려하여 경쟁업체의 출현을 반긴다. 자연히 서너개 업체가 뛰어들게 되고 더 시간이 지나면 우후죽순으로 늘어난다.

이때 개발업체나 이용자나 하나같이 혼란을 느끼게 된다. 그것은 두 개업체가 경쟁할 때의 느낌과 다르다. 2개업체가 경쟁하면 대개 5:5로 엇비슷하게 갈라지지만 세 개이상이 되면 6:2:2로 갈라진다.

즉 어느 선 이상으로 업체 수가 늘면 거꾸로 한 회사의 독점경향이 강해지는 것이다. 이는 시장의 요구이며 개발자 유통업자 소비자가 각기 이익을 위해 움직인 자연스런 결과이다.

대부분의 인터넷기업에서 이러한 몰림현상을 관찰할 수 있다. 포털영역에서는 일등만이 살아남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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