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상록
소대장이 부당한 명령을 내린다. 이때 한 사람이 "난 못하겠소!" 하고 대들고 나서면, 다른 사람이 여기저기서 동조해준다. 권력의 부당한 명령에 저항한다. 소대장은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다른 방법을 찾아낸다.

이런 일들이 만화나 소설에서는 가능하지만 현실에서는 불가능하다. 설사 용기있는 한 명이 개기고 나섰다 하더라도 아무도 동조해주지 않는다. 모두들 잔뜩 얼어서 잠자코 기죽어 있다. 더욱 치명적인 사실은 소대장은 졸병들의 심리를 꿰뚫어 알고있다는 점이다. 인간들을 어떻게 다루어야 하는지, 졸병들을 어떻게 길들여야 하는지 잘 알고 있다는 점이다.

유격훈련 조교들은 챙이 큰 모자를 쓴다. 자기 눈빛을 감추기 위해서다. 만약 챙이 짧은 모자를 써서 조교의 눈빛이 보이면 인간적으로 약해진다. 상대방과의 눈싸움에 지는 경우가 있는 것이다. 눈싸움에 밀리지 않기 위해서 눈을 감추어야 한다. 선그라스를 쓰던가 아니면 챙이 넓은 모자를 쓰던가다.

권력? 별거 아니다. 사람 셋이 입 맞추어 한사람 병신 만드는거 일도 아니다. 권력이란 그저 사람 서너명이 손을 맞추어 다른 사람들 병신 만드는 바로 그것이다. 왜 권력에 주눅들고 기죽고 약해지는가? 권력의 속임수란 그저 눈알을 부라리는 정도에 불과하다. 챙이 넓은 모자로 눈빛을 감추는 정도에 불과하다. 그 정도의 약은 속임수도 돌파해내지 못하는가?

조선일보의 최장집죽이기? - 권력의 시위다. 유격조교가 일단 만만한 사람 한 사람을 잡아서 잔인하게 폭력을 행사하면, 다른 사람들 기죽어서 말잘듣는 양떼가 된다. 바로 그것인 거다. 우리는 순한 양떼처럼 겨우 그 정도 속임수에 속아서 늘 당해왔다.

전두환의 광주죽이기? - 권력의 시위다. 일단 만만한 한 사람을 골라잡아서 잔인한 폭력을 행사하면 다른 사람들은 모두 순한 양떼가 된다. 그게 수법이다. 권력에 길들여진 비굴한 80년대 우리의 모습 바로 그것이다.

권력? 그거 별거 아닌데, 그저 서너명이 손 맞추고, 입맞추어, 순진한 사람 길들이기 하는건데. 그따위 조잡한 수법에 속아넘어가다니. 조선일보? 별거 아니다. 그저 챙이 넓은 모자를 쓰고 눈빛을 감추는 정도에 불과하다. 각다귀들의 수법은 눈알을 부라리는 거다. 조폭들은 애들에게 밥을 배터지게 먹여 덩치를 키운 다음에 한 줄로 죽 세워놓는다. 그걸 병풍친다고 한다. 우리는 그런 정도에 속아넘어가곤 한다. 바보같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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