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상록
read 4857 vote 0 2002.09.10 (10:47:22)

철학은 완전학이다. 철학이 불완전한 인간과 인간의 세계가 완전함을 발견하고 찾아가는 내용을 담고있는 학문이다. 두가지 길이 주어진다. 하나는 완전함 그 자체를 구성하는 내용에 대한 것이요 둘은 인간이 그 완전함에 다가가는 방법에 대한 것이다. 전자는 물리학, 수학, 미학, 논리학, 분류학의 영역이요 후자는 인간학, 윤리학, 정신학, 역사학, 사회학의 측면이다. 철학은 양자를 두루 포괄하고 있다.

<질문 1>
■ 문 : 완전함은 어떤 방식으로 존재하는가?
■ 답 : 물리, 수학, 미학, 논리학, 언어학

<질문 2>
■ 문2 : 인간은 완전함에 어떻게 다가갈 수 있는가?
■ 답 : 윤리학, 인간학, 정신학, 역사학, 사회학

※ 종교나 정치적 이념들도 그 완전함과 완전함에 대한 접근방법에 대한 설명을 나름대로의 하나씩 가지고 있다. 종교의 천국론과 정치이념의 유토피아론이 바로 그것이다.

종교에서 완전함은 신으로 표상되어진다. 인간이 종교의 신을 부정할 수는 있어도 완전함이라는 개념 그 자체는 부정할 수 없다. 과학은 부단히 신을 죽이려고 노력해 왔지만 신의 근처에도 가보지 못하였다.

시간상에서 모든 것은 불완전하며 현재의 불완전함은 역으로 본래의 완전함을 반증하고 있다. 인간에게 있어 삶의 본질은 완전함에 대한 열망과 추구와 의지다. 그것은 결혼으로, 사랑으로, 혹은 가족으로 표상되기도 하고 또는 돈이나 성공, 권력에의 의지로 분출되기도 한다. 그것은 사회적인 미의식과 트렌드, 패션으로 반영되기도 한다. 종교나 정치이념도 근본에서는 '완전함에의 의지'에 기초하고 있다 할 것이다.

인간을 구성하는 모든 요소들, 인간이 추구하는 모든 가치들은 결국 완전함에 다가가려는 노력이다. 그것은 신에게 근접하려는 태도, 또는 자기완성에의 노력이다. 그것은 또 자손을 남기는 방법으로 가족에의 투사나 친구 혹은 제자와 후계자를 통한 배달이기도 하다. 그 완전함에의 추구가 좌절될 때 인간은 절망하고, 낙담하고, 좌절하고, 자살한다.

완전함에의 추구는 구체적으로 어색함과 부끄러움에 대한 감정 또는 그 반대의 떳떳함과 자연스러움의 감정으로 나타난다. 인간이 도달할 수 있는 최고의 경지는 일체의 어색함이 없는 상태 곧 가장 자연스러운 상태이다. 자연스러울 때 인간은 완전하다.

어린이는 완전하다. 어린이의 삶은 늘 자연스럽다. 어린이에게는 아무런 목표나 계획, 남에게 보이기 위한 겉보기 태도가 없기 때문이다. 인간이 철이 들고 목표를 가지면서 남에게 보이려는 겉보기 태도를 가지게 되면서 부자연스러움을 느끼게 된다.

인간은 부자연스러움을 극복하기 위해 더 중요한 임무와 더 높은 목표를 자신에게 부여한다. 자신에게 목표를 부여하는 방법으로 타인과의 관계맺기를 활용한다. 타인과의 관계설정을 위하여 남에게 보이기 위한 포지션을 설정한다. 그 타인과의 관계를 위한 작위적인 포지션구성이 곧 겉보기 태도이다.

겉보기 태도는 타인과의 관계를 설정하는 포지션에서 우정의 관계, 친밀한 관계, 종속적인 관계, 적대적인 관계, 수평적인 관계 등으로 설정되며 이러한 포지션들을 통하여 인간은 타인과
관계를 맺고 자기 자신에게 임무를 부여하는데 성공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들이 가중되는 비례로 그 목적은 실패할 가능성이 더욱 높아지며 인간의 삶은 더욱 어색하게 된다. 이 어색함의 극단에서 인간은 자살을 선택한다. 깨달음은 그러한 본능과 노력을 파악하고 자신에게 불합리한 게임의 규칙을 마련하지 않게 또는 자신이 의도적으로 설정한 임무부여의 함정에 빠지지 않게 하는 것이며 타인을 의식한 겉보기 태도를 만들지 않는 것이며 타인과의 관계설정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기 위한 작위적인 포지션설정을 하지 않게 하므로서 자신에게 선택의 폭을 늘려주고 스스로 자유케 하는 것이다.

인간의 삶이 실패하는 것은 무리한 완전함에의 추구 때문이며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적절한 단절하기와 충분한 씨앗뿌리기가 필요하다. 단절하기는 현재를 과거와 미래로부터 단절하기다. 인간은 종종 자신에게 무리한 목표와 임무를 부여하게 된다. 그러한 무리는 타인을 의식한 겉보기 태도이며 겉보기 태도는 타인과의 관계설정에서 자기우위의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기 위한 목적이다.

깨달음은 그러한 작위적인 포지션들을, 자의적인 관계설정을, 자기에게 부여한 임무와 목표를 깨부셔버리는 것이다. 그것은 일과 생활에 있어서 아무런 주도적인 혹은 종속적인 포지션도, 타인과의 적대적인 혹은 의존적인, 혹은 수평적인 관계도 가지지 않는 것이다.

가정에서의 포지션은 아버지와 가부장적 포지션과 어머니의 가모장적인 혹은 며느리의 종속적인 포지션들이 있을 수 있다. 형제간에는 형의 포지션과 아우의 포지션이 있다. 직장에서는 상사와 부하의 포지션들이 있다. 이러한 포지션들에 충실하려는 의지가 스스로의 선택의 폭을 좁힘으로서 인간의 삶은 힘들어지게 된다.

깨달음은 첫째 단절하기이고 둘째 씨앗뿌리기다. 과거와 미래는 게임의 규칙에서 배제한다. 완전함의 규칙을 과거와 미래의 연속선상에서 찾는 것이 아니라 주어진 지금 이순간 이 상황 안에서 찾아낸다. 만약 자신이 친구와 커피숍에서 담소하고 있다면 그 상황 안에서 가장 멋있는, 가장 자연스러움을 찾는 것이며 그 이전의 기억들과 그 이후의 계획들을 온전히 버림으로서 그 자연스러움에 이를 수 있다.

씨앗뿌리기는 새로운 게임의 규칙을 부단히 만들어내기다. 즉 과거에 부여된 거창한 목표나 계획은 폐기해버리고 언제 어디서나 즉석에서 게임의 규칙을 만들어낼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만약 그대가 야외에서 한송이 꽃을 발견했다면 그 한송이 꽃과 자신의 업무와 현재의 비참한 상태를 연결시키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깨달은 자는 언제 어디서든지 완전함의 규칙을 발견하고 적용할 수 있어야 한다. 지금 이순간 그 한송이 꽃에게 적절한 역할을 부여할 수 있는 삶의 방식이 중요하다. 만약 그대가 그대의 과거와 미래의 연속선상에서 그 꽃을 상대하려면 그 꽃은 그대의 삶과 아무런 상관없는 돌출적으로 틈입한 존재로 된다. 그대는 그 꽃 한송이를 그대의 연속적인 과정의 바깥으로 밀어내게 된다. 이러한 노력들이 그대를 파괴한다.

씨앗뿌리기는 매 순간 매 상황 그대의 삶 앞에 나타난 모든 요소에 역할과 임무를 부여하기다. 만약 그대가 길에서 우연히 그대와 아무런 상관이 없는 사람과 마주쳤을 때 그대는 자연스럽게 그 상대한 모든 시공간적 요소와 구성소와 상대하는 타자에게 임무를 부여할 수 있어야 한다. 게임이 이루어져야 한다. 만약 그대가 과거와 미래의 연속성 가운데서 그 새로운 타자의 역할을 발견하려 한다면 그대는 그 상황이 굉장히 낯설고 생경하고 어색하게 느껴진다. 그대는 그 타자의 틈입을 봉쇄하려 한다. 그대는 이렇게 말한다.

"저 사람은 흑인이야. 저 사람은 전라도 사람이야. 저 사람은 나와 계급이 달라. 저 사람이 나의 삶을 방해하지 않도록 경계해야 해"

그러나 그대가 그대의 과거와 미래와 연속되는 흐름을 단호하게 끊고 온전히 자신을 자유롭게 한 상태에서 본다면 그대는 그 흑인이 혹은 그 전라도 사람이 혹은 그 계급이 다른 사람이 그대에게 주어진 새로운 역할과 임무로 된다. 그대는 그 새로운 타자와의 관계에서 즐거운 시간을 꾸려내는데 성공할 수 있다.

매순간 매상황 그대는 자유로와야 한다. 연속적인 흐름을 끊고 과거와 미래를 온전히 지우고 아무런 의지도 목적도 계획도 없는 순수한 상태에서 그대의 삶 앞에 출현한 모든 구성요소들에게 적절한 임무와 역할을 부여할 수 있어야 하며 또 동시에 그것으로 하여 얻은 모든 성과들을 포기할 수 있어야 한다.

그대가 만약 그 순간에 얻은 성과들을 보존하려고 노력한다면 그대는 그만큼 새로운 기회와 게임들과 가치들을 배척하게 된다. 부단한 버리기로서 부단한 획득이 가능하다. 자신이 중요한 일을 하고 있다는 믿음을 깨부셔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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