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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ad 16179 vote 0 2008.08.05 (12:29:14)

깨달음은 언제 소용되는가?

세종이 비밀리에 혼자 한글을 만들었는데 중국과 일본의 운서를 들여온 때가 세종 22년이라 하니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한글을 연구했다고 보면 착수한지 3년 만에 한글을 만들었다고 볼 수 있다.

집현전 학자들이 한글창제에 참여하였다는 이야기는 100 퍼센트 날조된 허구다. 함께 만들었다고 해야 위인전을 읽는 독자들이 더 신나기 때문에 위인전의 법칙에 따라 지어낸 이야기일 뿐이다.  

창제 이후 3년 동안 문종과 세조를 비롯한 직계 가족들에게 가르쳐서 시험하였고 1446년에 반포하였으나 언문(발음기호)으로 기능했을 뿐이며 한글이 널리 쓰이게 된 것은 그로부터 500년이 지난 1945년 해방 이후의 일이다.

석가가 2500년 전에 깨달았다고는 하나 그것은 영감을 주는 하나의 아이디어로 전해졌을 뿐이며 이후 동아시아 일대에서 종교로 기능했다고는 하나 그것은 깨달음의 본의와는 거리가 있는 것이다.

한글은 백성을 위해 만든 글자인데 백성의 시대가 오지 않으니 한글이 받아들여지지 않는 것이다. 500년 후 한글이 받아들여지게 된 이유는 문명이 진보하여 비로소 백성의 시대가 왔기 때문이다.

문자가 지배계급이 피지배계급을 통제하기 위한 수단으로 존재한다면 한글은 개념이 다른 것이다. 오늘날 수구떼가 영어를 추종하는 이유도 백성의 시대를 끝막고 새로 귀족의 시대를 열어보기 위한 것이다.

결국 21세기 현대문명의 진로가 결정하는 것이다. 깨달음이 사회에 널리 받아들여지는가는 작금의 산업화 국면이 진정되고 인문의 시대가 오는가에 달려있다. 위대한 소통의 시대가 오는가에 달려 있다.  

석가는 인생이 고(苦)이기 때문에 해탈이 필요하다고 말했지만 대부분의 인간들은 행복하게 잘 살고 있다. 그들에게 인생은 고가 아니다. 깨달음은 필요한 사람에게나 필요할 뿐이다.

사막의 건천에 뿌려진 씨앗은 오백년 만에 싹이 트기도 하고 천년 만에 싹이 트기도 한다. 깨달음은 한글을 익히는 문제가 아니라 한글로 소통되는 문명을 건설하는 문제다. 이 사막에 문명의 비가 와야 한다.

한글은 하룻만에 익힐 수 있지만 그 문명의 건설은 결코 쉽지 않다. 그래도 해보겠다는 사람은 이 길을 계속 가보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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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달음은 옷과 같다. 혼자 튀는 옷을 입으면 어색해진다. 고립된다. 유행하면 모든 사람이 똑 같은 옷을 입어서 역시 본뜻과는 멀어지고 만다. 튀어도 안 되고 유행해도 안 된다.

어느 명상가를 만난 일이 있는데 그는 목욕도 하지 않고 수염도 깎지 않고 양말도 신지 않고 구두를 빠개 신으며 자유스럽게 살고 있었다. 추종자들도 남녀 없이 머리도 깎지 않고 화장도 하지 않고 지저분하게 하고 있었다.

그들은 자신의 내부에 감추어진 끼를 드러내지 않았다. 단지 모방할 뿐이었다. 획일화 되었다. 그들은 서로 간에 만남의 긴장을 조성하지 않기 때문에 할 말이 점점 없어졌다. 그들은 말없이 앉아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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