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일상에 많은 변화가 생겨 바쁜 와중... 남편이 갑자기 예약해 놓은 제주도 여행을 투덜거리며 따라나섰다.
그동안 제주도는 한 10여 차례 넘게 다녀온 곳이라, 시설물에 대한 관광에는 별 흥미가 없었다.
그저 바다나 오름을 보고 오면 좋겠다는 마음이지만, 아마도 아직 어린 딸아이들의 성화에 요란한시설물이나 피곤하게 따라다녀야 하겠지... 하며 별 기대는 전혀 안했고...(그 소란스런 테마공간들에 미리부터 피곤....)
어릴 때, 아버지를 따라 다녀왔던 제주도의 기억은 해수욕과 먹을꺼리...
신혼여행으로 갔었을 때, 성산일출봉과 4.3 유적지, 오름, 추사적거지는 나름 좋았었다.
그 이후에는 주로 바다에서 놀았고, 경치좋다는 곳, 아이들이 좋아하는 각종 테마시설도 갈만큼 갔었다.
테디베어박물관, 테지움,소인국테마파크, 초콜릿박물관, 신영영화박물관, 트릭아트뮤지엄, 유리공예박물관.....
휴우.... 또 그런데 가자고 조르는 아이들...
역시 이번 여행에서도 이틀은 아이들 위주로 다녀야했는데,
우연히 돌문화박물관에 대한 극찬을 듣게 되었다.
그래도 별 기대감이 안갔다. 돌을 주제로 한 제주의 테마공간은 많지 않은가???
돌아오는 날, 잠시 들렀는데 역시 별 기대는 없었다.
드넓은 주차장에 도착하니 세워진 차가 한대도 없었다.
"쉬는 날 아냐?"
"그래도 한번 들어가보자."
입구까지 걸어가도 인적이 하나도 보이지 않는다. 가랑비와 안개만이 가득한 풍경..
첫번째로 만난 집은 텅 비어있다.
"아무도 없나봐?"
"이건 민간에서 운영하는 시설이 아닐꺼야. 현란한 현수막이 거의 없잖아.
사람이 와도 그만, 안와도 그만인 시설같아. ㅎㅎ 그래서 너무 좋다~~ 우리 밖에 없네!"
(제주도에서 2001년 기공식을 거쳐 2005년 준공된 시설로 도에서 운영하는게 맞았다.)
몇 집을 지나치니 표를 파는 곳이 있었다. 사람이 있다! 쉬는 날이 아니었다. (입장료도 싸다!)
표를 사고 나서 바로 박물관으로 들어가는 것이 아니고 이런 오솔길을 걸어들어가야 한다. 오호!
봄을 품은 나뭇가지에 빗방울이 열렸다.
비행기 시간이 있어서 급하게 둘러봐야 했다. 이렇게 큰 시설인 줄은 몰랐다.
자세히 볼 겨를이 없어 걸어가면서 사진을 찍었다.
아래의 사진은 그 걸음의 여정, 순서대로이다.
오솔길을 지나면 커다란 바위들이 안내하는 길을 걷게 된다.
다시 또 작은 오솔길이 있고...
갑자기 길이 열리면서 만나게 되는 풍경.
거대한 연못.
처음으로 만난 관광객의 무리가 멀리 있는 새와 같다.
소란스럽지 않은 일행은 순례자의 행렬처럼 조용히 우리 곁을 지나갔다.
연못을 지나 만나게 되는 거대한 계단
계단을 내려가니 아래 건물입구가 내려다 보인다.
많은 전시물이 있었지만, 둘러보지 못하고 비행기 시간을 맞추느라 출구쪽으로 빠르게 걸음을 옮겨 스쳐지나갔다.
전시물을 거의 보지 못했지만.... 이로도 충분하다.
전시장을 나와 출구로 향하는 자연 속의 거대한 작품들이 너무나 감동적이다.
자욱한 안개 속에 신화속의 거대한 석상들이 실루엣을 드러내는 모습은 장관이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꿈속을 거닐다 나온것 같았다.
지금껏 보아왔던 그 어떤 제주의 테마시설보다 제주의 자연과 이야기를 가장 잘 느끼게 해주었던 곳이었다.
자연과 제주가 만들어낸 석물들은 제주에서 만난 그 어떤 작품보다도 가장 감동적이었다.
준공된지 7년이 되었는데도 별로 안 알려져 있다는게 신기하다. 제주에서 만난 최고의 작품이다!!
제주의 돌과 흙... 자연을 이토록 감동적으로 나타낸 곳이 또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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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괄기획의 기본구상:
1999년 1월 19일 구북제주군과 구탐라목석원은
제주돌문화공원 조성을 위한 협약서를 체결한 바 있습니다.
탐라목석원에서 제출한 기획(안)을 최대한 반영한다는 제3조1항에 따라,
저는 우선 3년 여 동안 제1단계 사업지구 30만평부터 철저히 지형 관찰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해를 거듭할수록, 조천읍 교래리 산119번지 3,269,731㎡ (100만평)의 방대한 전 지역을
혼자서 걸어 다니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늪서리 오름, 큰지그리 오름, 작은지그리 오름, 바농 오름 정상에 오를 때마다
발아래 펼쳐진 아름다운 돌문화공원 예정지인 곶자왈 자연림을 보면서
얼마나 감탄했는지 모릅니다.
이 천혜의 자연림을 어떻게 고스란히 보존하면서 시설할 것인가,
이것이 저에게는 가장 큰 고민거리였습니다.
지구(地球)는 70%의 바다와 30%의 육지로 구분되어 있다고 합니다.
왜 이런 비율로 형성되어 있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그러나, 반대로 생각해서 30%는 바다이고 70%가 육지였다면
요즘처럼 오염된 환경일때 아마 지구는 벌써 자멸하고 말았을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3,269,731㎡ (100만평) 중 70%의 ‘곶자왈’ 바다는
없어서는 결코 안될 푸른 여백이 아닐 수 없습니다.
돌, 나무, 넝쿨들이 엉켜있는 아름다운 ‘곶자왈’ 바다를 그대로 보전하여
생태공원으로 우리의 후손들에게 물려주는 일이야 말로
이 시대에 반드시 해야 할 우리들의 사명이 아닌가 생각하고 있습니다.
자연환경만 잘 보전한다 해서 돌문화공원이 저절로 조성되는 것은 물론 아닙니다.
첫째도 환경, 둘째도 환경, 셋째도 환경을 먼저 생각하는
이런 원칙하에 아름다운 곶자왈 지대와 조화를 이루는 문화공원---,
이것이 저희의 꿈이었습니다.
돌문화공원 기획설계에서부터 확실한 방향을 잡고 기본계획들을 수립했기 때문에
오늘의 돌문화공원 조성이 가능했던것 같습니다.
이제 제주돌문화공원은 어디에 내놓아도 자랑할 만한
생태공원의 모델케이스가 되리라는 자신을 갖고 있습니다.
이처럼 제주의 명예와 자존심을 오로지 이 제주돌문화공원 하나에 걸고 있는 것은
그동안 수많은 양질의 자연석 자료 확보는 물론 3,269,731㎡ (100만평) 전체의 밑그림이
위에서 말씀드린 바와 같이 향토색과 녹색철학 위에 그려졌기 때문입니다.
돌박물관의 암석, 지질관도 제주화산연구소의 학술적 뒷받침에 따라 전시되고 있으며
수석과 자연석들은 미학적 측면에서 전시를 하고 있습니다.
제주돌문화의 발원지가 될 한라산 영실에서 오래전부터 전해 내려오는
설문대할망 신화를 핵심테마로 설정함은 물론
그밖에 돌문화에 관한 전시는 시대별과 기능별로 나누어 전시했을 뿐만 아니라
같은 종류의 돌민속품들은 한 곳에 모아 설치미술 차원에서 테마별 전시를 해놓았습니다.
그런가 하면 전통초가들을 재현, 생활속에서의 돌민속품을 제 위치에 배치함으로써
특히 자라나는 어린 학생들에게 산교육의 장소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다른 한편으로는 원주인으로부터 버림을 받고 본래의 역할을 상실한 수많은 돌민속품들을
한 곳에 모아 그 석령(石靈)들을 위한 위령탑도 쌓았습니다.
왜냐하면 우리의 소중한 민속문화를 우리 스스로 저버린 어리석음과 부끄러운 과거를
깊이 반성하고 거울로 삼을 때만이 새로운 향토문화의 미래를 열어 갈 수가 있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민 · 관이 힘을 합쳐 우리의 후손들에게 물려줄 이 대업을 수행하는 동안
신철주 군수께서는 협약사항 목적에 명시된 바와 같이
'신의성실의 원칙'에 따라 기념비적인 제주돌문화의 초석을 마련해 주었습니다.
방대한 부지 선정은 물론 돌문화공원 조성과정에서 행,재정적인
어려움이 닥칠 때마다 적극적으로 모든 문제들을 해결해 주었습니다.
제주의 정체성을 살리기 위해
기획설계부터 직접 이 사업에 참여한 총괄기획자의 입장에서 볼 때
신철주 군수의 탁월한 행정력과 혜안이 없었다면
3,269,731㎡ (100만평)의 100년 대계는 물론
세계적인 제주돌문화공원 1단계 조성사업은 불가능 했을 것입니다.
20년간 제주돌문화공원을 조성하자는 협약을 맺은 역사적인 날로 부터 생각해보면
어언 그 절반의 세월이 흐르는 동안 협약당사자였던 신철주 군수는 고인이 되셨고,
북제주군도 제주특별자치도에 편입되었는가 하면,
지방기념물 25호 탐라목석원은 개원 40여년 만에 문을 닫는 시련을 겪어야만 했습니다.
그러나 탐라목석원이 지상전시물 일체를 제주돌문화공원에 무상기증함으로써
제주돌문화공원은 오히려 더욱 충실을 기할 새로운 전기를 맞게 됩니다.
저 자신을 돌아보면 제주돌문화공원의 예정 부지인
교래리 산119번지 100만평의 지면(地面)위를 수도 없이 걷고 또 걸으며
설문대할망과 오백장군 신화를 밑그림 삼아 제주의 돌문화를 시대별로 정리하는
기획설계를 할 때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10년여의 세월이 흘렀으니
참으로 감회가 새롭습니다.
제주돌박물관 건설은 큰 공사였습니다.
그러나 본래 그 자리에 있던 나무 한그루, 돌 하나도 허투루 없애거나 옮기지 않았습니다.
그 점이 기획자가 스스로 가장 뿌듯하게 여기는 사실입니다.
당초 구북제주군이 잡은 기본계획에서는 1단계가 2004년까지로 되어 있었습니다.
그 뒤 기획설계 변경에 따라 1단계가 끝나는 2010년 말까지 10년간의 세월과
711억원의 예산이 투자됨으로써 명실공히 세계적인 돌문화공원이 조성될 수 있었습니다.
민,관의 협약에 의해 조성되는 제주돌문화공원은
협약서에 명시된 신의성실의 원칙 하나 믿고 출발을 했지만,
한때 그 원칙이 흔들리면서 시련도 있었습니다.
그러나“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는 신념으로 묵묵히 일하다 보니
과연 하늘은 성실하고 유능한 행정실무자들을 속속 보내 주었습니다.
그러는 동안 사업은 3년 이상 정체됐지만 그 때문에 안팎의 사람들이
사업의 본질을 이해하고 협력하는 전화위복이 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더구나 올해 2010년은 제1단계가 마무리됨과 동시에
제2단계 사업이 시작되는 아주 의미 있는 해입니다.
앞으로 세워질 설문대할망 전시관은 약 2만여평의 대형 건축물로서
설문대할망의 몸을 형상화한 특이한 설계가 될 것입니다.
단, 건축물은 머리 부분만 지상에 노출되고 나머지 대부분은 지하로 들어갈 텐데,
그 머리에 해당되는 곳에는 대극장이 들어서게 됩니다.
대극장은 일출봉의 경관을 축소한 형태로 디자인되고 천정 높이는 40m가 될 것입니다.
그 정도의 높이면 서커스 공연도 가능합니다.
실내객석과 야외객석 사이에는 대형무대가 들어서게 됩니다.
그리고 무대는 객석으로, 객석은 무대 위로 그 위치가 자동 전환되는
시스템을 갖추게 될 것입니다.
무대디자이너인 양정현 교수에 따르면 이렇게 설계된 무대는
지구촌에서 설문대할망 전시관 대극장이 유일하다고 합니다.
습도 조절이 필요한 전시물들은 실내에 전시하겠지만
노천에 전시 가능한 전시물들은 천정을 개폐하는 시스템을 갖추어
전대미문의 새로운 전시방법으로 선보이게 될 것입니다.
그러고 나서
문화,예술인들이 아름다운 환경 속에서 숙식하며 작업을 하고
내,외 작가들이 어울려 교류하고 함께 전시도 하는
문화 단지와 제주학 연구소단지까지 완공되면
제주문화의 정체성,향토성,,예술성 삼위일체의 진수를 담아내고
그럼으로써 자손대대로 제주인의 자존과 명예가 되어 줄
제주돌문화공원의 조성사업이 모두 마무리 됩니다.
이 원대한 대업의 기초 작업을 마련하고 홀연히 떠나신
고 신철주 군수와 관계 공무원들,
그동안 알게 모르게 주변에서 도움을 주신 고마운 분들,
그리고 소임을 다해 숨은 노력을 아끼지 않는 제주돌문화공원 행정 실무자들,
총괄기획팀 여러분들께도 이 자리를 빌려 심심한 사의를 표하고자 합니다.
2010. 1. 19.
제주돌문화공원 총괄기획 백 운 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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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플 달던중 이미지 밑에 어느새 글이?(아마도 물고기(글)들을 풀어 놓은듯....^^)
아무튼 글 보기 직전에 이미지를 보았기에 우선 이미지 '느낌'의 리플을 올립니다.
aprilsnow님의 이미지 보다가 떠오른 우리집 바이올렛.
올 겨울, 게으름 때문에 창가에서 자라고 있는 바이올렛 화분을 잊어 버려 그만 얼어버렸지요.
안타깝고 미안한 마음에 몸둘바 몰라 하다가 아는 곳에서 바이올렛 세 이파리를 끊어 와
물병에 꽂아 두었지요.
이제나 저제나 언제 뿌리가 나올까 초조하게 기다리던 어느 날, 살짜기 나온 바이올렛의
잔뿌리 하나를 발견하고 '와!' 탄성을 질렀지요. 물 속에서 뿌리를 내린 바이올렛을 바라보는데
어찌나 기특하던지. 바다 내음이 몸을 감기울것 같은 분위기 앞에 많은 이야기를 나눴을 것 같은
aprilsnow님댁. 발을 담근 채 저 조용한 바다를 거닐었을 같은, 괜히 기분 좋은 분위기,
바다에 담근 발을 바이올렛 뿌리라 생각 한다면...^^
ㅋㅋㅋ 아직도 돌귀신들하고 노닐고 있다가~
안단테님 덕분에 투명한 청록빛 바닷물에 보라색 눈물을 떨구는 바이올렛으로 변신~ㅋㅋㅋㅋ
ㅋㅋㅋ 사진들을 검색해보니~ 내 사진이 잘나온것 같음~
안개자욱한 어제.... 비행기 시간을 놓칠까봐 맘졸이는 가족들에게...
" 아! 이런 날씨.. 이런 순간이 아니면~ 이런 사진 찍기 힘들어! 쪼금만!!!!"
'나무 한그루도 베지않고, 달팽이의 속도로...
내 맘대로 짓지만, 내 이름은 안 남기는 조건.
돌 나무 집 모두 자연 그대로..
이 곳에 가짜는 없다"
'단순한 컬렉터가 아니라, 장인. 그것도 미친 장인.' (사진작가 배병우)
기사를 찾아보니~
함께 일했던 공무원이 미치는 줄 알았다고~
뒤에서 욕도 엄청 많이 했다고~ 일을 이렇게 한다고~
포크레인도 나무를 훼손하지 않게 힘들게 쓰곤 했다는~
(기우이기를 바라지만...
앞으로도 더 시설물을 만들 예정인것 같은데....
더 이상 군더더기가 만들어지지 않았으면 좋겠다.....제발...!!!)
아...... 내가 사랑하는 테마로 저런 공간을 마음껏 만들수 있다면....
평생이 걸려도 좋을텐데......
부럽다...........................................................
헤이리보다 100배보다 더 훌륭한듯...
안개까지도 미리 계획에 포함된 것인가...?
안개가 있어서 돌의 아름다움이 더 드러나 보이네요.
멋져요.
꼭 가보고 싶네요.^^
숨죽이고 함께 걸었습니다.
꼭 한 번 가보고 싶은 곳!
꼭 산안개 끼인날 가보세요~
잠시 머물렀지만 오랫동안 여운이 남네요.
영감을 줍니다.
요즘 집중해서 글을 읽거나 쓸 여유가 없어서 아쉽네요.
아주 잠깐잠깐 인터넷에 들어오는데~
이 느낌이 또다시 잊혀지는게 아쉬워서
얼른 대충 사진찍고 후다닥 썼습니다.....
언젠가 차분하게 다시 돌아보고 싶네요......
* 제주에서 자연경관을 제외한 문화시설 중~
제가 가장 추천하는 싶은 곳은
'김영갑갤러리'와 '돌문화박물관'
제주도에 살고 있으면서도 이런 소중한 곳의 가치를 타지역 분의 글을 통해 새삼 느끼게 되네요ㅋ
4년전쯤 두번 가봤는데..다시 가봐야겠어요.. 조금은 바뀐것 같아요..^^ 감사합니다~
묘한 분위기.
꼭 가볼테요. 사진 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