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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ad 17370 vote 0 2008.02.01 (22:11:16)

야마다 사장의 인간경영

미라이공업 야마다사장 이야기 다들 한 번씩은 들었을 것이다. ‘야마다 사장 샐러리맨의 천국을 만들다’라는 책도 서점가에 나와 있고 MBC스페셜인지 뭔지 하여간 TV에도 보도되었고 한다.

그의 인간경영 철학은 최근 정당업으로 업종을 변경하여 석 달만에 100억 대의 적자를 보고 있다는 유한킴벌리 문국현 전 사장의 사람중심 영업철학과 비교되며 한때 화제가 되기도 했다.

70세 정년, 종신고용, 연간 140일휴가, 매년 전직원 국내여행, 5년마다 해외여행, 8시30분에서 4시30분까지 근무, 야근 및 잔업금지, 대기업수준의 연봉, 육아휴직 3년. 사원의 이름을 적은 쪽지를 선풍기로 날려 멀리 날아간 사람을 간부로 임명, 사원명단이 있는 쪽지로 볼펜을 굴려 볼펜이 닿은 사람을 승진. 전설 같은 이야기들이다.

우리나라에도 월 1회 주 4일제 근무를 하는 회사가 있는데 그 소식이 언론에 보도되니까 다른 업체 사장님들이 '아이고 우리는 죽으라고 이러시나' 하는 내용을 리플을 달았더라.

근근이 버티는 회사의 경영자 입장에서 이상적인 업무환경이 배부른 소리로 들릴 수 있다. 기업의 생리란 것이 결국 누군가를 착취해서 이윤을 뽑는거고 이쪽에서 널널하다는 소식은 저쪽을 쥐어짠다는 의미가 될 수 있다.

기업세계에는 항상 갑과 을이 있다. 갑이 널널하면 을은 죽을맛이다. NHN이나 다음 직원이 빵빵한 연봉과 함께 많은 복지혜택을 누린다면 그 포탈에 콘텐츠를 제공하는 CP업체 직원들은 야전침대에서 컵라면 먹는 거다.

인기있는 네이버 웹툰만 해도 그렇다. 수백만 조회수를 자랑하지만 과연 만화가들이 정당한 원고료를 받고 있을까? 무작정 이상주의를 말할 것이 아니라 본질을 가지고 이야기 해야 한다.

내가 이익을 보기 위해 누가 손해를 봐야 하는 제로섬 시장에서 이상적인 업무환경은 환상에 불과하다. 그것이 선(善)이 아닐 수 있다. 자칫하면 갑의 위치에서 을이 애써 키워놓은 인재를 빼가는 수단이 될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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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마다 사장이 이상적인 근무환경을 조성했기 때문에 업무효율이 늘어난 것은 아니다. 그것은 본질이 아니다. 거꾸로 생각해야 한다. 미라이 공업이 어떤 핵심을 잡았기 때문에 이상적인 경영을 해도 회사가 돌아가는 것이다.

기업의 경쟁력이 어떤 수준에 오르면 경영상의 효율을 따질수록 오히려 비효율이 발생한다. 야마다 사장은 이면지를 아껴서 직원들 해외여행을 보내준다지만 이면지 안쓰게 해서 업무효율을 높이는 회사도 있다.

이면지 쓰라고 하면 멀쩡한 종이로 이면지 만드느라고 업무효율 더 떨어진다고 말하는 사장님도 있더라. 그런 점에서 근검절약을 강조하는 미라이 공업 방식이 모든 업체에 보편적으로 적용될 수는 없다.

미라이 공업이 사원들에게 충분한 복지를 제공할 수 있는 이유는 시스템을 자동화 하여 최고의 효율을 끌어내는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최저 숫자의 인력을 고용했기 때문이다. 대기업에는 적합하지 않은 방식이다.

일은 노동이고 노동은 반복인데 반복이 있다면 모두 비효율이다. 구조론으로 보면 모든 반복은 자동화 시킬 수 있다. 절대로 반복되지 않는 것이 있다는 것이 구조론인데 그것은 무언가를 결정하는 것이다.

TV가 자동화 되면 그만큼 리모컨의 버튼 숫자가 늘어나고 그만큼 더 많은 것을 결정해 주어야 한다. 여기에 일정한 함수관계가 있다.

노동의 본질을 이해해야 한다. 노동은 반복되는 것이고 반복되는 것은 항상 외부에서의 에너지 투입이 필요한데 에너지의 근거는 결국 태양이다. 석유나 석탄도 고대의 태양에너지가 축적된 것이다.

인간의 반복적인 노동은 결국 태양에너지를 뽑아쓰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에너지 보존의 법칙에 의해 다른 것으로 대체될 수 있다. 노동은 기계가 대리할 수 있다. 다른 형태의 태양에너지에 의해 대체된다.  

노동은 근육에서 얻어지는 에너지에 의존하고, 근육은 음식에 의존하고, 음식은 태양이 키우는 곡식에서 얻어진다. 결국 태양이 노동한다. 태양이 노동하여 산천초목을 길러내고 짐승들을 거둬먹인다.

다른 것으로 대체될 수 있다는 것은 그것이 가치의 본질이 아니라는 의미다. 대체될 수 있다면 그러한 대체에 의해 노동자의 소외가 발생한다. 기계로 대체되고 화석연료로 대체될 때 노동자는 그 자리에서 밀려나고 만다.

반복적인 노동은 가치창출의 실체가 아니다. 진정한 가치를 두고 말해야 한다. 아무리 일을 줄여도 절대로 줄일 수 없는 것이 있다. 절대로 대체할 수 없는 것이 있다. 그것은 결정이다. 결정은 더 줄일 수 없다.

인간의 진짜 일은 곧 결정하는 것이다. 그 외의 일은 모두 자동화가 가능하다. 관리직이 생산직에 비해 더 나은 대우를 받는 이유는 자동화 될 수 없기 때문이다. 대체될 수 없기 때문이다.

관리직의 일은 반복되는 일이 아니라 새롭게 결정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잘못된 결정으로 회사에 피해를 입힐 수 있기 때문이다. 역으로 잘된 결정으로 회사에 막대한 이익을 안겨줄 수도 있다.

진정한 가치는 결정에서 일어난다. 그 결정이 회사에 손실과 이익을 동시에 줄 수 있기 때문에 일어난다. 이익도 줄 수 있고 손실도 줄 수 있다는 그것이 바로 권력이다. 그것이 가치다. 그것이 힘이다.

미라이 공업의 성공사례는 그러한 가치의 본질을 잡았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미라이 공업의 사원들은 생산직이든 관리직이든 공통적으로 회사에 이익 혹은 손실을 끼칠 수 있는 포지션을 점하고 있는 것이다.

대기업의 생산직 노동자는 사전에 결정되어 있는 일을 단순 반복할 뿐 새로운 결정을 하지 않으므로 회사에 이익이나 피해를 줄 가능성이 없다. 그러므로 파업을 해서 회사에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줘야 사용자와 대화가 된다.

본질을 이해해야 한다. 그것은 가치창출이다. 가치는 새롭게 결정을 내리는 것이다. 그 결정은 이익과 손해를 줄 가능성을 동시에 가지는 것이다. 노동자들은 그러한 가치결정의 주체가 되는 방법으로 정당한 대우를 받을 수 있다.

노동자 개인은 무력하다. 관리직과 달리 새롭게 결정하여 가치를 창출할 기회를 얻지 못한다. 단순반복 임무가 주어지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조직되어야 한다. 노동자 개인 입장에서는 불가능하지만, 조직된 노동자는 이상과 가치를 공유하는 방법으로 가치창출에 나설 때 정당한 댓가를 받을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정보의 소통에 의한 가치의 공유가 중요하다.  

미라이공업은 자동화를 통하여 전 직원을 회사에 이익이나 피해를 줄 수 있는 사람으로 만들었다. 회사에 이익이나 손해를 끼칠 수 있는 결정을 내릴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 그 결정은 정보의 소통과 공유에 의해 가능하다. 가치의 본질은 결정인데, 노동자는 정보가 없으므로 결정과정에 참여하지 못하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미라이 공업이 이상적인 근무환경을 제공했기 때문에 업무효율이 올라간 것이 아니라, 역으로 정보의 소통과 공유를 통해 전 직원이 경영상의 주요한 결정에 참여할 수 있는 개방형 기업구조를 만들었기 때문에 이상적인 근무환경이 필요해진 것이다.

다른 회사가 미라이 공업을 모방한다면 실패할 확률이 높다. 이 방법은 직원들의 창의력을 최대한 활용하는 오직 미라이공업의 야마다 사장만이 쓸수 있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특히 한국과 같은 개도국의 기업은 직원의 창의가 아니라 선진국의 기술 빼오기 의지하므로 직원의 창의는 성가실 뿐이다.

미라이공업의 경우 야마다 사장의 역할이 중요하다. 그가 ‘창의는 이렇게 하는 거다’ 하고 창의의 패턴을 제공했기 때문에 누구나 창의할 수 있게 되었고, 누구나 창의할 수 있게 되었으므로 이상적인 업무환경이 필요한 거다.

야마다 사장의 진짜 비결은 창의의 저작툴을 직원들에게 제공한 것이다. 그 제작툴이 없으면 창의는 일어나지 않는다. 반면 저작툴을 공유하면 평범한 사람도 창의할 수 있다.

에디슨이 수 천가지를 발명한 것도 사실은 그가 창의의 저작툴을 직원들에게 공유시켜 놓고 직원들이 발명한 것을 전부 자기이름으로 특허등록한 때문이다. 에디슨은 세계 최고의 발명도둑이다. 물론 에디슨이 자신이 고안한 창의의 저작도구를 빌려주었기에 직원들도 발명할 수 있었던 것이지만.

컴퓨터 게임을 만들더라도 그러하다. 처음 주인공의 캐릭터를 어떻게 만드느냐에 따라 창의가 열배로 늘어날 수도 있고 창의가 죽어버릴 수도 있다. 초기조건의 민감성이다. 주인공의 성격이 경직되면 모든 창의가 사라진다.

작가가 주인공에게 다중적인 성격을 제공해야 시키지 않아도 배우가 즉석에서 애드립을 해주는 것이다. 그것이 잘못되면 뛰어난 배우도 갑자기 경직되어 연기를 못하게 된다. 유능한 배우가 갑자기 죽쑤는 경우가 그렇다. 최민식, 송강호, 차승원인데도 흥행이 안되면 작가에게 문제가 있다.  

한국영화는 아직 헐리우드 수준의 캐릭터 구현에 근접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한국영화의 근본적인 한계다. 인물성격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 최근 시나리오 수준이 많이 높아졌지만 아직도 배우 개인의 애드립에 의존한다.

모든 주인공은 당연히 이중적인 성격을 가져야 한다. 뺀질한 사람도 한 구석에 슬픔을 감추고 있어야 하고, 수더분한 사람도 한 구석에 깐깐한 면모를 가져야 한다. 당연히 그래야 한다. 모든 영화의 모든 주인공들이 그래야 한다.

시어머니는 항상 잔소리나 하고, 며느리는 항상 푼수노릇이나 하고, 남편은 항상 우유부단하고.. 한국 드라마의 이런 단선적인 성격은 정말 질렸다. 낮에는 빵집에서 밀가루 더미에 파묻혀 열심히 일하다가도 밤에는 명품으로 치장하고 데이트와 파티를 즐긴다든가 하는 이중적인 성격은 한국 드라마에 아직 없는듯 하다.

모든 인물이 한가지씩 자기만의 비밀을 가져야 이야기가 되는 거다. 그렇지 않다면 우리네 삶은 얼매나 맹숭맹숭해지고 마는 것인가.

야마다 사장의 인간경영은 노동의 본질, 가치의 본질, 창의의 본질이 무엇이냐에 대해서 시사하는 바가 있다. 그 본질을 잡지 못하기 때문에 대부분의 회사들은 쉬운 길을 애먹고 둘러가는 것이다. 야마다 사장은 그 본질을 잡은 거고 그러므로 자연스럽게 인간경영이 되는 것이다.

그 핵심을 잡지 못했기 때문에 우리 사회는 아직도 이명박식의 인내, 끈기, 노력, 충성, 복종, 집념, 불도저 등의 봉건적 규범을 강조하고 있다. 미련한 일이다.

우리 사회는 총체적인 수준에서 그 가치창출의 중핵을 잡지 못했다. 창의의 저작도구가 없어서 창의력 있는 인재도 한국에서는 둔재로 썩는다. 영화, 드라마, 음악, 패션, 인테리어 다 수준이 떨어진다. 그러니 명박이 삽질이라도 할 말이 없는 거다. 삽질에 무슨 창의가 필요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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