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읽기
read 17191 vote 0 2007.11.06 (22:44:43)

질서와 무질서


자연을 관찰하면 반복되는 것이 있고 반복되지 않는 것이 있음을 알 수 있다. 둘은 구조적으로 얽혀 있다. 하루는 부단히 반복된다. 오늘 뜬 해는 내일도 뜬다. 그런데 하루 안에서 아침은 반복되지 않는다.


아침 다음은 아침이 아니고 점심이다. 낮 다음은 낮이 아니고 밤이다. 소설 한 편은 어떻게든 끝이 난다. 노래 한 곡은 언제든 끝난다. 건물 한 채는 따로 독립되어 있다. 사람 한 명도 독립되어 있다. 끝이 있다. 


숫자는 반복된다. 1과 2는 반복된다. 3과 4와 5로 무한히 전개하여 끝이 없다. 그러나 자연수 1은 자연에 실제로 존재하는 사과 하나를 가리킨다. 이때 그 사과와 숫자 1의 결합구조 그 자체는 반복되지 않는다.


사과 하나와 숫자 1이 만나 개념 하나를 이룬다. 여기에 만남의 구조가 있다. 엄마 하나와 아빠 하나가 만나 자녀 하나를 낳듯이 사과 하나와 숫자 1이 만나 개념 하나를 이루는 대응구조 자체는 반복되지 않는다.


반복되지 않는다는 것은 하나여야 한다는 말이다. 숫자 1은 사과도 하나 개념도 하나 만남도 하나여야 한다. 자녀 하나는 엄마도 하나 아빠도 하나 결혼도 하나여야 한다. 둘이면 안 된다. 엄마가 둘이면 안 된다. 반복되면 안 된다.


하루는 반복되지만 그 하루 안에서 아침이 반복되지 않는 것은 그 하루가 지구와 태양이 만나는 구조를 반영하기 때문이다. 지구 하나가 태양 하나와 만남 하나 날자 하나로 세트를 이룬다. 세트 안에서 결코 둘은 안 된다.


● 비반복성이란 무엇인가?.. 지구 1+태양 1+만남 1+밤낮 1=날자 1의 전개에서 세트를 이루는 요소들은 반드시 1이어야 한다. 2는 허용되지 않는다.


모든 반복되는 것은 내부에 반복되지 않는 절대의 구조를 가지고 있으며 그 구조는 만남의 형태를 반영하고 있고 그 만남의 얼개 자체는 결코 반복되지 않는다. 헤어지기 전에는 다시 반복되지 않는다.


인간은 일생에 걸쳐 오직 한 번 출생하고 한번 죽을 뿐이다. 인간은 한 번 태어나서 세상과 만나고 한 번 죽어서 세상과 이별한다. 그 삶의 1 사이클 안에서 두번 태어남이 없고 두번 죽음도 없다. 반복되지 않는다.


모든 만남이 있는 것은 반복되지 않는다. 만남이 얽힘이고 얽힘이 관계이고 관계가 비반복성이다. 모든 만남이 그러하다. 한번 헤어지기 전에 두번 만나지 않고 다시 만나기 전에 두번 헤어지지 않는다. 그것은 불가능하다.

  

질서와 무질서, 존재의 반복성과 비반복성은 이처럼 따로 떼어질 수 없다. 둘은 합쳐져 하나의 세트를 이룬다. 이로서 자연의 체계를 이룬다. 모든 반복되는 것 내부에는 비반복성이 숨어 있다. 반복되지 않는 것은 완성되고서야 반복된다.


 

List of Articles
No.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sort
공지 닭도리탕 닭볶음탕 논란 종결 2 김동렬 2024-05-27 22020
공지 신라 금관의 비밀 image 7 김동렬 2024-06-12 11013
» 만남과 헤어짐 김동렬 2007-11-06 17191
6565 Re.. 인터넷백과사전을 이용하시지요. 김동렬 2002-12-24 17186
6564 차리는 말 image 김동렬 2010-06-30 17179
6563 정몽준캠프의 개그콘서트식 민주주의 image 김동렬 2002-11-06 17172
6562 생선을 거부한 고양이 image 김동렬 2002-09-19 17167
6561 재검표하면 이 무슨 개망신이람. 영호 2002-12-24 17161
6560 펀 혈액형별 성격 김동렬 2003-05-09 17125
6559 이제까지의 글 중에서 탱글이 2002-12-01 17123
6558 123457 image 김동렬 2011-10-07 17120
6557 병역비리대책회의 사실로 확인 image 김동렬 2002-10-23 17118
6556 후세인동상 철거장면은 헐리우드의 속임수? image 김동렬 2003-04-11 17102
6555 그림 image 김동렬 2011-07-11 17100
6554 화두란 무엇인가? 4 김동렬 2010-08-10 17096
6553 삼류사랑 진짜사랑 5 김동렬 2009-02-10 17093
6552 부족민의 화물교 신앙 김동렬 2010-09-08 17075
6551 부산일보 손문상화백 만평 image 김동렬 2002-12-12 17055
6550 “김두관을 지지하지 않는 이유” 김동렬 2005-03-22 17048
6549 대칭성 원리 김동렬 2009-12-10 17043
6548 얼굴보고 반한다는건 허튼소리(마광수의 경우) 2005-08-16 17034
6547 마지막 말 김동렬 2007-08-30 17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