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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ad 20026 vote 0 2007.10.22 (23:29:59)

학문이란 무엇인가?

구조론은 구조와 시스템을 탐구하는 새로운 학문을 성립시킨다. 수학이 수에 관한 학문이듯이 구조학(!)은 구조에 관한 학문이다. 구조학은 수학, 논리학, 철학, 미학과 같은 순수추상의 영역에 속한다.

과학은 구체적인 현실과 접목시켜 실험하고 검증할 수 있는 분명한 대상이 있지만 수학과 논리학 등은 그 대상이 없거나 있어도 인간의 생각 속에 있다. 사유실험이 가능할 뿐이다. 철학과 미학도 본질에서는 그러하다.

수학(반복성을 탐구), 구조론(비반복성을 탐구), 논리학(의미를 탐구), 철학(가치를 탐구), 미학(완전성을 탐구)은 과학 이전의 학문으로 모두 하나의 범주에 속한다. 형이상학의 개념과 맥락이 같다.

이 다섯이 모든 학문의 자궁이다. 여기서 전개하여 다양한 과학의 분야가 연역되어 나오는 것이다. 오늘날 철학과 미학이 공허한 이유는 이들이 하나의 범주에 속하는데 수학, 논리학과 이어주는 연결고리가 빠졌기 때문이다.

구조론이 그 잃어버린 고리다. 구조론이 수학과 논리학 그리고 철학과 미학을 하나의 연쇄적인 고리로 통합하여 형이상학을 완성시킨다. 철학의 핵심인 가치론과 미학의 토대인 완전성 개념의 이론적 토대를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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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들어 새로 나온 학문이 있다. 현대성을 규정하는 네가지 학문이 있다. 다윈의 진화론이 낳은 생물학, 프로이드의 정신분석이 낳은 심리학, 아담스미스의 국부론이 낳은 경제학, 마르크스의 자본론이 낳은 사회과학이다.

여기서 다윈과 프로이드, 아담스미스와 마르크스는 하나의 론(論)을 제기했을 뿐이지만 많은 사람들의 협력에 의해 학문으로 발전하고 있다. 마찬가지로 구조론은 구조와 시스템, 그리고 제어에 관한 학문으로 발전된다.  

학문이 종교나 개인의 경험과 구분되는 지점은 재현가능성이다. 스승이 이룩한 성과를 제자가 실험실에서 재현하지 못하면 실패다. 스승이 뿌린 씨앗을 제자가 가꾸어 수확하지 못하면 학문이 아니라 종교다.

학문은 소스가 개방되어 있어서 후학들에 의해 업그레이드 된다. 그것이 가능한 이유는 학문의 유전인자가 있기 때문이다. 그것이 ‘론(論)’이다. 론은 ‘~이면 ~이다’를 충족시키는 하나의 방정식이다.

여기서 ‘~이면’은 일치, ‘~이다’는 연동이다. 마르크스에게는 두 가지 론이 있다. 하나는 양질전환 이론이다. 이 이론은 엔트로피 증가의 법칙에 어긋나는 오류이므로 이 이론에 연동되어 있는 마르크스 경제학은 실패다.  

다른 하나는 생산력과 생산관계의 연동이론이다. 이 이론은 옳다. 그러므로 사회과학으로 발전하고 있다. 마르크스는 경제학에서 실패한 것을 사회과학의 성과로 상당부분 만회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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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의 핵심은 어떤 대상을 통제 혹은 제어함이다. 어떻게 제어하지? 일치와 연동의 방법으로 제어한다. 구글검색이 이 방법을 쓴다. 먼저 검색어와 일치하는 단어들을 추출하고 다음 연동되어 있는 하위 링크를 검색한다.

제어는 주어진 상황을 통제하여 임무를 달성하는 방식으로 일을 수행한다. 어떤 일이든 모든 일은 반드시 제어 과정을 거친다. 일치와 연동을 거친다.

일치를 어떻게 얻는가? ‘작용 반작용의 법칙’을 적용하여 일치를 얻는다. 어떻게 연동을 얻는가? 인과율을 적용하여 전부 연동시켜 풀어낸다.

일치는 기하학에서 한 점에 선과 각과 입체와 밀도가 동시에 맞물리는 구조에서 1을 얻어내는 것이며 연동은 기하가 그렇게 얻어낸 1 다음에 2.3.4.5..로 연속하여 전개하는 방법으로 대수학을 성립시키는 것이다.

기하의 일치는 1을 정의하고 대수의 연동은 2를 정의한다. 여기서 대수가 발전시킨 2의 정의는 기하가 찾아낸 1의 정의에 연동되어 결정된다.

기하가 그 최초의 점에 선과 각, 입체 뿐 아니라 밀도까지 물려 있다는 사실을 찾아내면 대수에서 그에 해당하는 방정식이 찾아지는 식이다.

일치를 결정하는 것은 존재의 비반복성, 비순환성, 불연속성, 비가역성, 비분할성이며 엔트로피 증가의 법칙은 이를 무질서로 표현한다.

연동을 결정하는 것은 그 반대편에서의 반복성, 연속성, 순환성, 가역성, 분할성이며 이들은 물리학에서 질량보존의 법칙을 성립시킨다.

구조론은 하나의 론이며 그 핵심은 일치와 연동이다. 그것은 제어다. 이러한 일치와 연동의 론이 없다면 애초에 학문으로 성립하지 않는다.

한의학의 경험방과 같다. 동의보감 이전의 한의학은 단지 약재의 목록을 모아놓은 정도에 지나지 않았다. 경험을 수집해 놓은 것에 지나지 않았다. 이래서는 민간요법에 지나지 않는다. 학문으로 서지 않는다.

동의보감에 이르러 오행설이 반영되어 비로소 학문처럼 보여지게 된 것이다. 그러나 역시 론이 부실했기 때문에 사상의설을 고안하여 땜질하고 있다.

론이 없으면 학문이 아니다. 그러나 21세기 이 문명한 시대에 철학이나 미학은 한의학과 마찬가지로 론이 불투명하다. 많은 철학자들의 주장은 개인의 경험칙에 불과하다.

그 음악은 그냥 들으니 좋더라거나 그 그림은 그냥 보기에 좋더라는 식으로 개인의 경험을 주장해서는 곤란하다. 그 그림이 어색한 것은 원근법에 어긋나기 때문이고 그 그림이 어색하지 않은 것은 원근법에 맞기 때문이다.

그 그림이 아름다운 것은 긴장과 이완을 동시에 반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긴장을 반영하는 것은 강과 약, 정과 동, 수직과 수평, 음과 양의 대비를 실었기 때문이고 이완을 반영하는 것은 반복성이 표현되어 있기 때문이다.  

학문이란 무엇인가?

학문은 주어진 대상을 통제하는데 성공해야 한다. 철학은 철학 자신을 통제할 수 있어야 한다. 수학은 확실히 수학 자신을 통제하는데 성공하고 있다. 명백히 제어하고 있는 것이다.

구조와 시스템에 대한 아이디어는 많이 나와 있지만 이들은 통제되지 않고 있다. 중구난방으로 제기되고 있을 뿐이다. 누군가 이들의 목록을 수집하고 이들 사이에 질서를 부여하여야 한다.

구조주의는 이미 나와 있는데 그 구조주의의 근거가 될 구조론이 없다. 연주자는 있는데, 실제 연주도 이루어지고 있는데 악보가 없다면 이상한 거다. 치료는 되는데 수 많은 약재들 중 어떤 성분이 작용했는지 모른다면 이상한 거다.

악보가 있어야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다. 거기에 머무르지 않고 더 발전할 수 있다. 구체적으로 어느 성분이 작용했는지 인과법칙의 고리를 풀어야 신약이 발명될 수 있다. 특허를 주장할 수 있다. 학문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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