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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ad 18042 vote 0 2007.10.11 (20:44:20)

영어와 한자의 진화원리

세상은 일치와 연동으로 모두 설명된다. 구글 검색이 특히 일치와 연동의 원리를 잘 활용하고 있다. 구글은 먼저 검색어와 일치하는 단어를 찾는다. 다음 그 페이지에 딸린 하위 링크를 모두 검색한다. 이것이 일치와 연동이다.

우리가 한자학습에 애를 먹는 이유는 이러한 일치와 연동의 방법을 쓰지 않기 때문이다. 한자의 일치는 상형문자다. 상형문자는 그 가리키는 사물의 형태와 일치한다. 일(日)은 해를 닮았고 월(月)은 달을 닮았다.

연동은 회의문자다. 명(明)은 상형문자인 일(日)과 월(月)에 연동되어 있고 휴(休)도 상형문자인 인(人)과 목(木)에 연동되어 있다. 그러나 우리는 한자학습에 이러한 제자의 원리를 활용하지 않는다.

한자학습의 핵심은 발음인데 발음이 연동되는 원리를 배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욕(浴)은 수(水)+곡(谷)이다. 여기서 욕과 곡은 초성을 제외하고 중성과 종성의 발음이 유사하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수(水)는 뜻이 일치하고 곡(谷)은 발음이 연동된다. 속(俗)도 같은 원리다. 수 만 자의 한자가 모두 수백여자의 발음기호로 정리될 수 있다. 곡(谷)과 속(俗), 욕(浴), 욕(慾), 욕(欲)을 연동시켜 학습한다면 학습효율은 배로 높아진다.

틈, 뜸, 짬, 참, 띄엄, 띄움, 드문, 땜, 때움, 뗌, 토막, 도마, 돔, 도미, 두메, 따로, 떼다, 점(占), 점(點)은 모두 ‘떼다’에서 나온 것이다. 이는 모두 혀를 입천장에서 뗄 때 나는 소리다. 여기에 소리와 동작의 일치가 있다.

틈, 뜸, 짬, 참, 토막, 도마를 비롯한 20여개의 단어는 모두 그 하나의 떼다로부터 연동되어 있다. 찾아보면 더 있다. 하나의 일치로부터 무수한 연동이 전개되어 나오는 것이다. 역시 일치와 연동의 구조가 적용되고 있다.

이 원리를 추적하면 우리말 5만 단어가 불과 120여개의 몸동작으로 정리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한자가 상형문자의 일치에서 회의문자의 연동으로 발전하듯이 우리말도 일치와 연동에 의해 성립하고 있다.

이 원리는 영어 단어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영어사전의 30만 단어가 모두 120개의 기본적인 몸동작에 연동되어 만들어졌다. 입술과 혀와 구강과 턱과 잇몸의 동작으로 신체동작을 흉내낸 것이다.

입과 잎, lip과 leaf, 합(嗑)과 엽(葉)은 모두 사람의 입술에서 나왔다. 특히 잎, leaf, 엽(葉)은 모두 나뭇잎이라는 뜻을 가졌는데 나뭇잎이 사람의 입술을 닮았기 때문에 입술로 나뭇잎을 흉내내다가 나온 말이다. 이것이 일치다.

이렇듯 언어는 일치에서 연동으로 진화한 것이다. 언어의 진화경로를 추적하여 언어가 진화한 경로를 되밟으며 영어 단어를 학습한다면 학습의 효율은 극적으로 높아진다. 일치와 연동의 원리로 추적할 수 있다.

사랑의 주소는?

세상 모든 것은 자신의 주소지를 가지고 있다. 456은 455 뒤에 있다. 그것이 그 숫자의 주소지다. 그렇다면 사랑의 주소지는? 사랑은 주소가 많다. 네트워크처럼 거미줄처럼 무수한 촉수가 뻗어나와 사방으로 연결되어 있다.

사람의 주소지는 몇 개인가? 우선 사는 집의 주소가 있다. 어떤 사람을 찾으려면 일단 집주소로 추적하여 찾을 수 있다. 또 직장의 주소가 있다. 그 사람의 직업을 안다면 때로는 집주소를 몰라도 찾을 수 있다.

그 사람의 직업이 대통령이라면 단번에 찾을 수 있다. 대통령은 한 사람 뿐이기 때문이다. 또 이메일 주소가 있고 휴대폰 전화번호가 있다. 이메일로 연락하여 찾을 수 있고 휴대폰으로 전화하여 찾을 수 있다.

사랑 역시 그러한 주소지를 가지고 있다. 다만 사랑은 주소가 많다. 456은 오직 455 뒤에서만 발견할 수 있지만 사랑은 도처에서 발견할 수 있다. 믿음 뒤에도 사랑이 있고 열정 뒤에도 사랑이 있다.

결혼 앞에도 사랑이 있고 약혼 뒤에도 사랑이 있다. 사랑의 주소가 한 곳에 고착되지 않을 뿐 주소가 없는 것이 결코 아니다. 살펴보면 모든 추상적인 개념에도 분명한 주소지가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날아가는 새도 주소지가 있다. 새는 이리저리 날아다녀서 주소가 없는듯 하지만 최초로 지구상에 조류가 등장하고서부터 혈통이 이어져 내려오고 있다. 그것이 그 새의 주소지가 된다. 사람이라면 족보가 또한 주소지다.

숫자는 하나의 주소지를 가질 뿐이지만 존재는 참으로 다양한 주소지를 가진다. 관계망으로 연결된 그것이 주소다. 반드시 일치점이 있고 연동점이 있다. 그 일치와 연동이 만나는 씨줄과 날줄의 교차가 곧 구조다.

국어사전에서 단어를 찾을 수 있는 것은 역시 주소가 있기 때문이다. 일치와 연동을 통해 어휘를 검색한다. 먼저 일치를 추적하여 ‘자유’를 찾는다. 그리고 그 주변에서 자유롭다, 자유업, 자유인 등을 연동시켜 찾을 수 있다.

그런데 예전에는 자유라는 단어가 없었다. 자유는 free와 liberty를 번역하면서 만들어낸 신조어다. 이 경우 일치가 없으므로 국어사전이 있어도 찾을 수 없다. 일치가 항상 있는 것은 아니라는 말이다.

우리가 사물을 볼 수 있는 것은 인간의 눈에 자연의 칼라와 일치하는 세포들이 있기 때문이다. 반면 자외선이나 적외선을 볼 수 없는 것은 인간의 눈 속에 그 일치점이 없기 때문이다.

만약 인간의 눈 세포 속에 자연의 칼라와 반응하는 일치점들이 없다면? 우리는 사물을 볼 수 없다. 반대로 연동이 없는 경우도 생각할 수 있다. 구글이 등장하기 전에는 알타비스타가 검색성능이 좋았다.

일치만 있고 연동이 없다면 예전의 알타비스타처럼 너무 많이 검색되어서 자신이 진짜 원하는 정보를 찾을 수 없게 된다. 구조는 일치와 연동을 통해 존재를 최적화시킨다. 그것이 진리의 속성으로서의 합리성이다.

이러한 구조의 원리를 통해 우리는 사물들의 최단거리를 잴 수 있다. 존재는 네트워크와 같아서 무수한 경로가 있지만 최단거리가 있다. 구글은 가장 빈번하게 검색되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노출순위가 정해진다.

사랑은 다른 곳에도 있지만 결혼 주변에서 쉽게 찾을 수 있고 연애 주변에서도 쉽게 찾을 수 있다. 나무의 모든 잎들은 뿌리와 태양으로 부터 최단거리에 위치하고 있다. 곧 최적화 되어 있는 것이다. 그것이 구조다.

생물은 진화한다. 그것은 연동이다. 모든 존재는 반드시 어딘가에 연동되어 성립하고 있다. 그냥 자연 발생하는 것은 없다. 이러한 원리는 무생물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산은 물에 의해 깎인다. 큰 산은 큰 강 주변에서 찾을 수 있다.

한강 끝에는 태백산이 있고 섬진강 끝에는 지리산이 있고 압록강 끝에는 백두산이 있다. 산과 강은 서로 연동되어 있는 것이다.

세상의 모든 존재는 일치와 연동을 가지고 있다. 하나의 사건 안에는 다섯개의 일치점과 연동점이 있다. 구조는 교차로와 같다. 존재의 네트워크에서 그 씨줄과 날줄이 만나서 얽히는 교차로가 구조다.

구조는 일치점과 연동점의 교차점이다. 시간과 공간에 동시에 얽히는 지점이다. 과거에서 미래로 가는 시간의 인과율과 전체에서 부분으로 가는 공간의 인과율이 구조라는 교차점에서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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