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읽기
read 16294 vote 1 2007.09.04 (17:16:17)

거짓 증언하는 자들은 ‘아는바 없다’고 한다. ‘모른다’고 하면 그 모르는 부분을 빼고 나머지 아는 부분이라도 대답하라고 추궁할 것이므로 아예 ‘아는 바 없다’고 발뺌을 하는 것이다.

알지 못하는 이유는 아는 바가 없기 때문이다. 바 소(所)라 했으니 바는 장소다. 아는 바 없다는 것은 앎의 장소가 없다는 뜻이다. 앎을 저장하여 둘 창고가 없고 앎이 기대고 살 토대가 없다는 뜻이다.

앎의 정보를 저장할 파일이 없고, 그 파일을 저장할 폴더가 없고, 그 폴더를 저장할 소프트웨어가 없고, 그 소프트웨어를 저장할 OS가 없고, 그 OS를 저장할 하드웨어가 없다. 근본이 없다.

무언가 알고자 하기 이전에 먼저 ‘아는 바’를 추구해야 한다. 앎의 집부터 지어야 한다. 앎의 설계도를 먼저 얻어야 하고 앎의 나침반을 먼저 구해야 한다. 출발점으로 돌아가 앎의 기초부터 확립해야 한다.

무엇인가? 그것은 관(觀)이다. 가치관이다. 가치관으로 철학을 이룬다. 가치는 의미를 배달한다. 배달하여 동그라미를 이룬다. 가치를 배달하여 그것은 이야기다. 이미 그것을 얻고서야 비로소 알 수 있다.

눈을 떠야 한다. 관을 얻어야 한다. 시야를 열어야 한다. 먼저 그것을 얻지 못한다면 장님코끼리 만지기와 같아서 앎이 내 안에서 조직되지 않는다. 앎의 모습이 얽어지지 않는다. 앎이 내것이 되지 않는다.

하나를 배우면 열을 알아야 하는데 내 안에서 앎의 모습이 얽어지지 않으니 하나의 앎이 열을 물어오지 않는다. 하나의 앎이 또다른 앎을 낳아내지 못한다. 앎을 통제하지 못한다. 그래서는 진짜가 아니다.   

관을 얻어야 한다. 구조로 보는 세계관을 얻어야 한다. 의미로 보고 가치로 보고 맞섬으로 보는 시야를 얻어야 한다. 깨달음을 얻어야 한다. 연역적 사유의 방법을 획득하여야 한다. 전지적 관점을 획득해야 한다.

List of Articles
No.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sort
공지 닭도리탕 닭볶음탕 논란 종결 2 김동렬 2024-05-27 29309
공지 신라 금관의 비밀 image 7 김동렬 2024-06-12 19330
557 민희진과 배신자들의 말로 김동렬 2024-06-02 2455
556 비트코인이 뜨는 이유 김동렬 2023-01-31 2453
555 계 체 각 선 점 2 김동렬 2020-04-23 2452
554 도구주의 관점 김동렬 2020-08-28 2451
553 이명박이 웃는다 김동렬 2022-07-04 2449
552 민족과 인종 김동렬 2022-10-15 2445
551 전쟁은 끝났다 김동렬 2022-05-01 2445
550 평등과 다양 김동렬 2022-11-09 2444
549 안다는 것은 무엇인가? 김동렬 2022-05-30 2444
548 21세기 천동설 김동렬 2023-10-02 2440
547 에너지의 이해 김동렬 2021-12-15 2440
546 지식 김동렬 2022-10-11 2439
545 라고한다의 법칙 김동렬 2023-01-17 2438
544 첫 단추를 꿰는 문제 김동렬 2022-02-23 2438
543 행복한 사람의 죽음 김동렬 2023-02-28 2437
542 보편원리 김동렬 2022-10-24 2437
541 무한동력의 슬픔 김동렬 2023-08-07 2432
540 아프리카의 주술사들 김동렬 2022-12-22 2432
539 마동석 액션 1 김동렬 2022-07-04 2432
538 변화의 세계관 김동렬 2022-12-27 24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