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읽기
read 16231 vote 1 2007.09.04 (17:16:17)

거짓 증언하는 자들은 ‘아는바 없다’고 한다. ‘모른다’고 하면 그 모르는 부분을 빼고 나머지 아는 부분이라도 대답하라고 추궁할 것이므로 아예 ‘아는 바 없다’고 발뺌을 하는 것이다.

알지 못하는 이유는 아는 바가 없기 때문이다. 바 소(所)라 했으니 바는 장소다. 아는 바 없다는 것은 앎의 장소가 없다는 뜻이다. 앎을 저장하여 둘 창고가 없고 앎이 기대고 살 토대가 없다는 뜻이다.

앎의 정보를 저장할 파일이 없고, 그 파일을 저장할 폴더가 없고, 그 폴더를 저장할 소프트웨어가 없고, 그 소프트웨어를 저장할 OS가 없고, 그 OS를 저장할 하드웨어가 없다. 근본이 없다.

무언가 알고자 하기 이전에 먼저 ‘아는 바’를 추구해야 한다. 앎의 집부터 지어야 한다. 앎의 설계도를 먼저 얻어야 하고 앎의 나침반을 먼저 구해야 한다. 출발점으로 돌아가 앎의 기초부터 확립해야 한다.

무엇인가? 그것은 관(觀)이다. 가치관이다. 가치관으로 철학을 이룬다. 가치는 의미를 배달한다. 배달하여 동그라미를 이룬다. 가치를 배달하여 그것은 이야기다. 이미 그것을 얻고서야 비로소 알 수 있다.

눈을 떠야 한다. 관을 얻어야 한다. 시야를 열어야 한다. 먼저 그것을 얻지 못한다면 장님코끼리 만지기와 같아서 앎이 내 안에서 조직되지 않는다. 앎의 모습이 얽어지지 않는다. 앎이 내것이 되지 않는다.

하나를 배우면 열을 알아야 하는데 내 안에서 앎의 모습이 얽어지지 않으니 하나의 앎이 열을 물어오지 않는다. 하나의 앎이 또다른 앎을 낳아내지 못한다. 앎을 통제하지 못한다. 그래서는 진짜가 아니다.   

관을 얻어야 한다. 구조로 보는 세계관을 얻어야 한다. 의미로 보고 가치로 보고 맞섬으로 보는 시야를 얻어야 한다. 깨달음을 얻어야 한다. 연역적 사유의 방법을 획득하여야 한다. 전지적 관점을 획득해야 한다.

List of Articles
No. 제목 글쓴이 날짜sort 조회
공지 닭도리탕 닭볶음탕 논란 종결 2 김동렬 2024-05-27 17532
6319 구조가 성질이다. 김동렬 2023-05-20 3087
6318 인간과 권력 김동렬 2023-05-19 3780
6317 광주승리의 의미 김동렬 2023-05-18 3705
6316 닫힌계의 즐거움 김동렬 2023-05-18 3730
6315 광주 싸움의 의미 김동렬 2023-05-18 3718
6314 세월호와 비행기 김동렬 2023-05-17 3548
6313 방사능 오염수의 진실 김동렬 2023-05-16 4158
6312 비행기가 뜨는 진짜 이유 image 김동렬 2023-05-16 3974
6311 1초 직관 구조론 김동렬 2023-05-15 3218
6310 최강욱의 진실과 박지현 추태 김동렬 2023-05-14 3256
6309 모든 이론의 이론 김동렬 2023-05-14 2563
6308 루틴 만들기 김동렬 2023-05-13 4305
6307 동기론과 게임론 김동렬 2023-05-12 2296
6306 비트코인과 구조론 2 김동렬 2023-05-12 4425
6305 사건의 키를 찾아라 김동렬 2023-05-11 2785
6304 상호의존성 감소 김동렬 2023-05-10 3852
6303 게임이론과 등가원리 김동렬 2023-05-09 2753
6302 한빛미디어 박태웅 4 김동렬 2023-05-09 3988
6301 신의 입장 김동렬 2023-05-08 2488
6300 찰스와 영국 원숭이들 1 김동렬 2023-05-07 446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