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읽기
read 16122 vote 1 2007.09.04 (17:16:17)

거짓 증언하는 자들은 ‘아는바 없다’고 한다. ‘모른다’고 하면 그 모르는 부분을 빼고 나머지 아는 부분이라도 대답하라고 추궁할 것이므로 아예 ‘아는 바 없다’고 발뺌을 하는 것이다.

알지 못하는 이유는 아는 바가 없기 때문이다. 바 소(所)라 했으니 바는 장소다. 아는 바 없다는 것은 앎의 장소가 없다는 뜻이다. 앎을 저장하여 둘 창고가 없고 앎이 기대고 살 토대가 없다는 뜻이다.

앎의 정보를 저장할 파일이 없고, 그 파일을 저장할 폴더가 없고, 그 폴더를 저장할 소프트웨어가 없고, 그 소프트웨어를 저장할 OS가 없고, 그 OS를 저장할 하드웨어가 없다. 근본이 없다.

무언가 알고자 하기 이전에 먼저 ‘아는 바’를 추구해야 한다. 앎의 집부터 지어야 한다. 앎의 설계도를 먼저 얻어야 하고 앎의 나침반을 먼저 구해야 한다. 출발점으로 돌아가 앎의 기초부터 확립해야 한다.

무엇인가? 그것은 관(觀)이다. 가치관이다. 가치관으로 철학을 이룬다. 가치는 의미를 배달한다. 배달하여 동그라미를 이룬다. 가치를 배달하여 그것은 이야기다. 이미 그것을 얻고서야 비로소 알 수 있다.

눈을 떠야 한다. 관을 얻어야 한다. 시야를 열어야 한다. 먼저 그것을 얻지 못한다면 장님코끼리 만지기와 같아서 앎이 내 안에서 조직되지 않는다. 앎의 모습이 얽어지지 않는다. 앎이 내것이 되지 않는다.

하나를 배우면 열을 알아야 하는데 내 안에서 앎의 모습이 얽어지지 않으니 하나의 앎이 열을 물어오지 않는다. 하나의 앎이 또다른 앎을 낳아내지 못한다. 앎을 통제하지 못한다. 그래서는 진짜가 아니다.   

관을 얻어야 한다. 구조로 보는 세계관을 얻어야 한다. 의미로 보고 가치로 보고 맞섬으로 보는 시야를 얻어야 한다. 깨달음을 얻어야 한다. 연역적 사유의 방법을 획득하여야 한다. 전지적 관점을 획득해야 한다.

List of Articles
No.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sort
1880 기본소득의 딜레마 김동렬 2021-08-09 3547
1879 진중권 동물의 배신 메커니즘 김동렬 2021-04-04 3547
1878 이언주의 귀환 김동렬 2024-01-23 3545
1877 이준석의 눈물 김동렬 2023-10-16 3545
1876 국민이 잘못했다 1 김동렬 2022-07-30 3545
1875 구조론은 순서다 1 김동렬 2019-05-12 3544
1874 종교는 이단이다 5 김동렬 2020-03-04 3543
1873 양자중력이론 1 김동렬 2019-08-08 3540
1872 인간의 행동에는 이유가 없다 5 김동렬 2019-03-11 3537
1871 바른 말을 하자 2 김동렬 2021-08-29 3536
1870 말 한마디에 천냥빚을 탕감해주랴? 1 김동렬 2020-08-30 3536
1869 당신은 우주를 믿는가? 1 김동렬 2019-05-24 3535
1868 어떻게 살 것인가? 김동렬 2023-06-06 3532
1867 아스퍼거에 대한 생각 1 김동렬 2022-10-02 3532
1866 사건의 얼개 1 김동렬 2019-08-22 3532
1865 잠 자는 윤석열 image 4 김동렬 2022-10-02 3531
1864 구조론적 확신 김동렬 2021-11-10 3529
1863 이기는 방법 김동렬 2022-07-31 3527
1862 율곡은 맞고 퇴계는 틀리다 1 김동렬 2018-10-16 3527
1861 전지적 창조자 시점 1 김동렬 2019-01-29 35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