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읽기
read 16276 vote 1 2007.09.04 (17:16:17)

거짓 증언하는 자들은 ‘아는바 없다’고 한다. ‘모른다’고 하면 그 모르는 부분을 빼고 나머지 아는 부분이라도 대답하라고 추궁할 것이므로 아예 ‘아는 바 없다’고 발뺌을 하는 것이다.

알지 못하는 이유는 아는 바가 없기 때문이다. 바 소(所)라 했으니 바는 장소다. 아는 바 없다는 것은 앎의 장소가 없다는 뜻이다. 앎을 저장하여 둘 창고가 없고 앎이 기대고 살 토대가 없다는 뜻이다.

앎의 정보를 저장할 파일이 없고, 그 파일을 저장할 폴더가 없고, 그 폴더를 저장할 소프트웨어가 없고, 그 소프트웨어를 저장할 OS가 없고, 그 OS를 저장할 하드웨어가 없다. 근본이 없다.

무언가 알고자 하기 이전에 먼저 ‘아는 바’를 추구해야 한다. 앎의 집부터 지어야 한다. 앎의 설계도를 먼저 얻어야 하고 앎의 나침반을 먼저 구해야 한다. 출발점으로 돌아가 앎의 기초부터 확립해야 한다.

무엇인가? 그것은 관(觀)이다. 가치관이다. 가치관으로 철학을 이룬다. 가치는 의미를 배달한다. 배달하여 동그라미를 이룬다. 가치를 배달하여 그것은 이야기다. 이미 그것을 얻고서야 비로소 알 수 있다.

눈을 떠야 한다. 관을 얻어야 한다. 시야를 열어야 한다. 먼저 그것을 얻지 못한다면 장님코끼리 만지기와 같아서 앎이 내 안에서 조직되지 않는다. 앎의 모습이 얽어지지 않는다. 앎이 내것이 되지 않는다.

하나를 배우면 열을 알아야 하는데 내 안에서 앎의 모습이 얽어지지 않으니 하나의 앎이 열을 물어오지 않는다. 하나의 앎이 또다른 앎을 낳아내지 못한다. 앎을 통제하지 못한다. 그래서는 진짜가 아니다.   

관을 얻어야 한다. 구조로 보는 세계관을 얻어야 한다. 의미로 보고 가치로 보고 맞섬으로 보는 시야를 얻어야 한다. 깨달음을 얻어야 한다. 연역적 사유의 방법을 획득하여야 한다. 전지적 관점을 획득해야 한다.

List of Articles
No.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sort
공지 닭도리탕 닭볶음탕 논란 종결 2 김동렬 2024-05-27 26097
공지 신라 금관의 비밀 image 7 김동렬 2024-06-12 15961
1952 유년기 기억상실증에 대해 image 2 김동렬 2017-09-28 13599
1951 완전성이란 무엇인가? image 3 김동렬 2017-07-29 13600
1950 컨택트 (Arrival, 2016) image 김동렬 2017-02-07 13607
1949 권력이란 무엇인가? image 4 김동렬 2017-02-16 13615
1948 예쁜 사람 콤플렉스에서 벗어나기 image 3 김동렬 2017-05-14 13617
1947 개혁당 서프당과 일전을 벌이다 image 김동렬 2003-02-05 13618
1946 러 군사정보국 보고 (지오리포트) image 김동렬 2003-04-01 13623
1945 뉴라이트의 본질 김동렬 2005-11-19 13626
1944 오마이의 로맨스 조선의 불륜 김동렬 2004-06-02 13630
1943 누가 미쳤는가? 김동렬 2004-06-23 13632
1942 펜타그래프 구조론 image 김동렬 2017-03-17 13632
1941 전황분석 - 1라운드는 부시의 참패다 image 김동렬 2003-03-28 13633
1940 이회창을 즉각 구속하라 image 김동렬 2003-12-09 13637
1939 조선일보가 비판받아 마땅한 100가지 이유(한겨레펌) 김동렬 2003-03-25 13638
1938 박근혜, 아웃인가? image 김동렬 2004-07-27 13638
1937 왜 김대업인가? 김동렬 2004-11-05 13639
1936 호르몬의 전략과 선택 image 1 김동렬 2017-02-04 13639
1935 좋은 아마추어 박근혜 김동렬 2004-04-25 13641
1934 어떤 왜넘의 콤플렉스 타령 김동렬 2006-08-31 13641
1933 518이 공휴일로 지정되는 그날까지 image 김동렬 2004-05-18 136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