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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ad 14672 vote 0 2007.08.08 (09:06:09)

[데일리섶칼럼입니다.]

이건 전쟁이다. 처음은 몇몇 평론가와 네티즌 사이의 작은 설전으로 시작되었다. 이 전쟁이 전면전쟁으로 비화된 것은 언제나 그렇듯이 일부 욕심많은 군수업자들의 농간 때문이었다. 언론이라는 이름의 표지를 건 군수업자들이 이송희일, 김조광수씨의 숨어있는 개인 블로그를 귀신같이 찾아내어 광장에 모여든 군중들 앞에 전시하고 외쳐댄 것이다. ‘보라! 여기 너희들이 타격해야 할 적이 있다’고. 그러자 곧 거대한 장이 들어섰다. 이 정도면 볼 만 하게 된 것이다.

이제 전쟁은 충무로와 일부 언론 대 전체 대중들 사이의 전쟁으로 확대되었다. 이 전쟁에서 대중이 이기면 충무로는 어떻게 되고 충무로가 이기면 또 충무로는 어떻게 되는가? 충무로는 반드시 대중을 패배자로 만들어야 하는가? 대중이 패배자가 되면 충무로는 어떤 전리품을 챙기는가? 생산자가 소비자를 적으로 만들어서 어떤 이익을 얻는다는 말인가? 분노한 소비자가 지갑을 닫아버리면 그 피해는 어디로 가는가?

이왕 벌어진 전쟁이다. 이제와서 전쟁을 말리려 해봤자 때리는 시어미보다 말리는 시누이가 더 밉다는 격으로 전쟁은 더욱 확대될 뿐이다. 길은 하나 뿐이다. 이 전쟁에서 충무로가 져야 한다. 잘난 척 하는 평론가들이 져야 한다. 색안경을 들이댄 일부 언론이 져야 한다. 참패해야 한다. 관객이 승리하고 대중이 승리해야 한다. 그것이 충무로가 살고 평론가가 살고 모두가 사는 길이다. 그리고 패배한 쪽은 굴욕을 당해야 한다. 마땅히 반성하고 사과하고 변해야 한다. 충무로가 바뀌어야 한다. 관객은 지금 그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 전쟁은 관객들의 충무로에 대한 불만이 누적된 상태에서 심형래라는 기폭제가 우연히 작용한 것이다. 심형래는 관객과 충무로 사이에서 전쟁을 일으킬 의도가 없었다. 그는 단지 한 사람의 영화감독으로 인정받기를 바랬을 뿐이다. 그렇다. 이건 사고다. 우연히 충무로가 그 비열한 속마음을 들켜버린 것이다.

관객들은 누적된 불만을 터뜨릴 기회를 잡은 것이다. 그러므로 이 싸움은 일정 부분 의도된 것이며 본질에서는 심형래의 영화와 무관한 것이다. 관객들과 충무로 사이에는 본래부터 태풍전야의 긴장이 조성되어 있었으며 심형래는 우연히 그 긴장의 한가운데에 들어서서 태풍의 눈이 되어버린 것이다. 1988년의 칠수와 만수처럼.

이 사건을 투박하게 재구성하면 충무로가 ‘심형래 길들이기’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우연히 눈치챈 관객들이 일제히 달려들어 ‘충무로 길들이기’에 나서버린 것이다. 그렇다. 이건 우리가 무수히 보아온 낯익은 풍경이다. 군대에서도 보았고 사회에서도 보아온 신고식 말이다. 면신례라고도 하고 신참례라고 한다. 고려시대부터 있었다고 전한다. 텃세라고도 한다. 어디를 가나 이 사회에는 그 바닥이라는 것이 있고 신참은 기득권들의 집요한 공격을 당해야 한다.

그리고 언제나 그렇듯이 새로 진입한 신참을 물어뜯는 개떼 역할은 그 기득권 그룹의 막내가 담당하는 것이다. 가장 최근에 신참 딱지를 뗀 사람이 신고식의 총대를 맨다. 충무로 변두리 하고도 말석의 막내인 새내기 일병 이송희일과 김조광수에게 이등병 길들이기 역할이 돌아가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그들은 집단의 생리를 충실히 따라서 심형래에게 ‘너도 감독이냐?’ 하고 ‘전학생 괴롭히기’를 시도했고 그러한 내막을 본능적으로 감(感) 잡아버린 네티즌들이 ‘너희도 당해봐라’하고 ‘역 전학생 길들이기’를 시도한 것이다.

이제 절대 다수의 관객과 충무로는 적이 되어버렸다. 루비콘 강을 건넜다. 돌이킬 수 없게 되었다. 영화를 만드는 업에 종사하는 사람이 ‘(누구의) 영화를 보지 말라’고 선동한다. 기업하는 사람이 소비자에게 ‘(누구의) 물건 사지 말라’고 압박한다. 세상이 미쳐 돌아가고 있다. 충무로가 드디어 미쳐버린 것이다. 자기 밥그릇을 차도 유분수지 말이다. 심형래라는 빅브라더 예비후보의 탄생을 불편하게 여겨 견제작업 들어간다는 것이 잘못되어 결과적으로 그렇게 되어 버렸다. 이건 철저하게 정치적 사건이다.

아무 생각없이 디워를 본 순수한 관객을 모독하는 저 안하무인의 태도를 보라. 너무나 겸손하지 않다. 동업자 정신을 발휘하여 수준이하의 영화에도 주례사비평의 호평을 던져주던 몰상식한 자들이 심형래 신참에게만 유독 악평을 던지는데서 알 수 있듯이 그들의 평은 하나같이 증오를 담고 있다.

악착같이 텃세를 부리고 신고식을 시키고 기어코 물을 먹이겠다는 것이다. 손을 봐주겠다는 것이다. 누가 명령하고 사주하지 않았는데도 손발이 척척 맞는 것은 스크린쿼터 투쟁으로 손발을 맞춰온 충무로 특유의 끈끈한 결속력 때문이다.

결국 아무 생각없이 디워에 박수를 보낸 관객을 물먹이고 관객에 대해 증오의 감정을 쏟아낸 결과로 된 것이다. 심형래의 일련의 돌출행동은 많아 봤자 일년에 서너차례나 극장을 찾을 뿐인 평균적인 한국 관객의 심사를 정확하게 대변하고 있다. 그들은 평균적인 한국관객의 평균적인 수준을 적대시한 것이다. 디워를 이미 보았거나 앞으로 볼 계획인 일천만 이상의 관객들에게 ‘너희 벌거숭이 애들은 너무 수준이 낮아서 상종을 못하겠어!’ 하고 모욕을 가한 것이다. 왜 이렇게 되었을까?

이 모든 것의 기저에는 ‘충무로의 권력화’라는 본질이 숨어 있다. 불행하게도 이 사회가 실력을 위주로 평가되는 사회가 아니라 권력을 중심으로 평가되는 사회이기 때문이다. 그것을 잘 알기 때문에 피해의식을 가지고 자기보호를 위해 스스로 권력화를 시도한 심형래의 돌출행동에 비위가 상한 충무로 권력이 새로운 빅브라더(?) 심형래를 견제한 것이다. 순전히 권력적인 동기로 말이다. 아니라고 말할 자 누구인가?

왜 이렇게 되었는가? 왜 다수의 관객이 충무로에 환멸을 가지게 되었는가? 왜 관객과 충무로 사이에 태풍전야의 긴장이 조성되었는가? 간단하다. 최고 연기파 배우 최민식이 영화에 거의 출연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4, 5년 전부터 일류 배우들이 영화에 잘 나오지 않게 되면서 충무로와 관객 사이에 긴장이 조성되었다. 2005년에 있었던 빅브라더 강우석의 실명비판이 결코 우연은 아니다.

만화가 이현세의 고백에 그런 내용이 있다. 만화가 그룹의 리더로 떠오르면서 만화 그리기를 등한시 하고 만화가 단체의 일에 시간을 뺏기면서 스스로 타락했다고. 똑같은 거다. 최민식은 본래 충무로의 막내였다. 어느 사이에 형님이 되어버린 것이다. 그리고 지금 형님놀이에 몰두하고 있다.

형님 체면을 위해 충무로의 밥그릇이 걸린 스크린쿼터 투쟁이 더 중요해져서 영화에 자주 출연할 수 없게 된 것이다. 그 이전에는 한석규가 그랬고 그 이전에는 안성기도 한때 그랬다. 그들이 영화에 잘 출연하지 않는 이유는 목에 힘이 들어갔기 때문이다.

관객이 충무로에 반감을 가지게 된 이유는 그들이 고리채 광고에 출연하는 뻔뻔함을 보여서도 아니고, 비싼 외제차를 타고 다녀서도 아니고, 5억원 플러스 러닝개런티라는 고액의 출연료를 요구해서도 아니다. 그 따위는 그다지 문제가 안 된다. 유능한 배우가 자신이 번 돈으로 외제차를 타건 고액의 출연료를 받건 상관이 없다. 다 양해할 수 있다. 영화에만 자주 출연해 준다면. 문제는 그들이 ‘형님놀이’에 몰두해서 영화를 사랑하지 않게 된 데 있다. 더 이상 관객을 사랑하지 않게 된 데 있다.

그리지 않는 만화가는 더 이상 만화가일 수 없고 출연하지 않는 배우는 더 이상 배우일 수 없다. 왜 이렇게 되었는가? 왜 한 때의 이현세는 만화를 그리지 않고 만화가단체 일에 전념하게 되었는가? 건방이 들었기 때문이다. 오만해졌기 때문이다. 내가 쪽팔리게 코흘리개 애들 푼돈이나 뜯는 만화 따위나 그리게 생겼는가? 난 천한 ‘망가쟁이(만화계 은어)’가 아니라구! 난 이래뵈도 어엿한 대학교수라구. 대학교수 체면이 있지 어떻게 천한 만화 따위나 그리겠느냐고! 이렇게 된 것이다.

이현세가 스스로를 만화가 이현세가 아닌 대학교수 이현세로 혹은 만화가 단체의 좌장 이현세, 혹은 협회장 이현세로 신분을 격상시키면서 만화그리기라는 노동을 거부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는 하층계급인 노동자 신분을 거부한 것이다. 물론 이현세는 지금 그러한 과거를 반성하고 다시 펜을 잡았다고 고백하고 있다.

배우들도 마찬가지다. 그들은 원하는 부를 얻자 곧 신분상승 작업에 착수하였다. 그들이 고액의 출연료를 요구하는 이유는 돈을 벌기 위해서가 아니라 영화에 출연하지 않을 핑계를 만들기 위해서이다. 돈을 원한다면 더 많은 영화에 부지런히 출연하면 된다. 한 때의 주윤발처럼. 그들이 원하는 것은 돈이 아니라 충무로 안에서의 형님대접이다. 그들은 신분상승을 위해 돈 마저도 포기해버린 것이다.

내가 체면이 있지 딴따라 노릇이나 하게 생겼느냐 이거다. 나는 이제 신분상승해서 이 바닥의 원로가 되었으니 이제 동생들 밥그릇이나 챙겨주는 큰형님 역할을 해야지! 이렇게 된 것이다. 그들이 타락한 것이다. 본래 노동자였던 자들이 지금은 스타가 되어서 노동을 거부하고 있다.

충무로가 백번 잘못했다. 내가 생각하는 충무로의 바른 태도는 이런 것이다. 디워는 적어도 한 가지 이상의 참신한 점이 있고 또 충무로 역사상 거의 최초로 온 가족이 함께 볼 수 있는 성공하기 쉬운 장르의 영화이다. 관객의 선호도가 높은 장르의 특성상 히트는 예정되어 있다. 괴물의 히트로 입증이 되었듯이 말이다. 당연히 천만 이상의 관객이 몰려들게 되어 있다. 원래 관객은 착하다. 어지간히 봐 줄 만 하면 그냥 봐준다. 그 관객들을 의식하고 겸손하게 말해야 했다.

그리고 변해야 한다. 지금 충무로의 모습은 참담하다. 여러 장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 두가지 식상한 장르에 99가 몰려 있고 나머지 장르를 심형래가 혼자 독식하고 있다. 관객은 뭔가 새로운 점이 한 가지만 있으면 다른 여러 단점에는 눈감아 주는 관대함을 가지고 있다.

그렇게 관대한 관객이 충무로를 외면하는 이유는 그들이 어리석게도 1의 협소한 장르에 99가 몰려들어 제살깎아먹기 경쟁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그 판국에 심형래가 홀로 바깥으로 나가서 블루오션을 개척한 것이다. 원래 관대한 관객이 충무로를 외면하게 만든 책임은 순전히 충무로에 있다는 말이다.

기왕지사 벌어진 전쟁이다. 이 전쟁에서 충무로가 이기면 충무로가 망하고 충무로가 지면 충무로가 흥한다. 그러므로 충무로를 적으로 삼고 강력하게 타격해야 한다. 충무로가 스스로 반성하고 참회하고 개혁할 때까지. 그렇게 하는 것이 모두의 이익이 된다. 심형래의 엉성한 영화를 박수치며 봐주는 이 관대하고 착한 관객들이 충무로를 외면하게 만든 원인은 순전히 그들의 과도한 목에 힘주기에 있으니까.

충무로 인맥구조 안에서 그들의 폐쇄적이고 배타적인 결속력이 높아질 수록 관객과의 거리는 멀어질 것이다. 사랑하기 때문에 미워하는 것이다. 그렇지 않나? 관객의 스타에 대한 사랑의 농도가 높아질수록 충무로 식구들의 배타성에 대한 반감도 높아만 간다.

젠장! 한국에서는 꼭 이렇게 된다. 바닥이 너무나 좁기 때문이다. 넓은 운동장에 양팔 간격으로 흩어져 있지 않고 너무 밀착해 있어서 약간의 마찰에도 모두가 피곤해 하며 한 마디씩 거들게 된다. 그 때문에 쓸데없이 룰이 복잡해진다. 뭔가 새로운 것을 들고 나오는 사람은 공동체의 룰을 어겨서 괘씸죄에 걸려 고립되고 만다. 그 경우 누구의 도움도 받지 못하고 혼자서 모든 것을 다해야 한다.

심형래나 김기덕이 그래도 한 가지 재주는 있는 사람인데 그 쓸데없이 복잡해진 공동체의 룰을 어기고 튀는 행동을 했다는 이유로 그 한 가지 재주를 써먹지 못하고 배척하고 마는 것이다. 이건 공동체의 손해로 귀결된다.

그리고 피해자의 대응도 문제가 있다. 발목잡기를 시도하는 방해자를 제거하기 위해 스스로를 신격화 한다. 빅브라더가 되려고 한다. 신격화를 시도하므로 기득권 그룹에 의해 더욱 배척된다. 따돌림을 당한다. 대중은 약자편을 들어서 문제를 증폭시킨다. 이런 악순환은 끝없이 반복된다. 한국이란 이 작은 나라에서 말이다. 그 악순환의 고리를 지금 끊어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강력하게 충무로를 타격해야 한다.

여러가지로 모자라더라도 한 가지 재주가 있는 사람이 있다면 그 한가지 재주를 써먹는 방향으로 공동체의 룰을 바꾸어가야 한다. 밖에서 블루오션을 개척하는 사람을 적극적으로 응원하는 문화가 정착되어야 한다. 그것이 갑자기 말려들어 이 전쟁에 참여하게 된 모든 사람이 바라는 속마음이다.

심형래 길들이기 대 충무로 길들이기다. 충무로가 길들여져야 평화는 찾아온다. 심형래도 잘못이 있고 충무로도 잘못이 있지만 역사는 심형래의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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