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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ad 11933 vote 0 2006.12.13 (23:40:36)

정체성에 대한 문제

친한이냐 친중이냐 하는 조선족 사회 내부의 논쟁과 관련하여 생각나는 것을 정리해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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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누구인가?’
이 물음에 대답할 수 있는가?

‘인생을 살아가면서 어떤 방법으로 자기일관성과, 자기동일성을 체현할 수 있는가?’ 하는 물음이다.

‘당신의 인생을 한 폭의 그림으로 본다면 그 그림의 주제는 무엇인가?’ '당신은 세상이라는 화폭 위에서 어떤 타이틀로 당신의 삶을 그려낼 것인가?' 이렇게 비유하여서도 말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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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궁 속의 아기인 당신에게.. 어떤 나라이든 선택해서 태어날 수 있는 권한이 주어진다면 우간다와 미국 중에서 어느 나라를 선택하여 태어날 것인가?

어느 나라에서 태어나든.. 똑똑이로 태어나는 것이 멍청이로 태어나는 것 보다는 나을 터이다. 미국에서 멍청이로 사는 것 보다는.. 우간다에서 똑똑이로 사는 것이 나을 수 있다.

우간다를 선택하는 사람은 없겠지만.. 만약 있다면 그 사람은 자신감에 넘치는 똑똑한 사람이다. 그는 적어도 대통령을 꿈 꾸는 사람이다. 미국 대통령보다는 우간다 대통령이 경쟁률이 낮다는 사실을 그는 알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평범한 사람들은 미국을 선택할 것이다. 그러므로 평범한 당신이 미국을 선택한다 해도 그것이 잘못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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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명한 사람이라면 소의 꼬리가 되느니 닭의 머리가 되고자 할 것이다. 한국의 상류층에 속하는 사람들이 유럽의 하층민 보다는 훨씬 더 뻐기면서..탱자탱자.. 잘 먹고 잘 사는 것이 또한 사실이다.  

가난한 인도에서도 6천만명 쯤 된다는 상류층 사람들은 많은 하인을 거느리며 제왕과 같은 삶을 누리고 있다고 한다. 유럽에서는 그런 삶이 불가능하다.

정상에 도달할 능력이 있는 사람은 - 충분한 기회가 주어진다는 전제 하에 - 크고 부유한 나라보다 작고 가난한 나라를 선택한다. 만만하기 때문이다.

물론 전혀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다면.. 역시 선진국을 선택하는 것이 낫다. 그러나 충분한 기회가 주어진다면 가난한 나라에서의 성공이 더 큰 성공이 된다.

왜인가? 낙차가 더 크기 때문이다. 낙차가 클수록 에너지의 단위가 크다. 선진국에서 하층민과 상류사회의 간격은 크지 않지만 후진국에서는 그 격차가 크다. 선진국에서는 성공한다 해도 약간 성공할 뿐이다. 그러나 후진국에서 성공한다면 그 성공은 매우 큰 성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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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1천년 전 어느 봉건왕조의 왕자로 태어나서 장차 왕위를 계승할 입장이라면.. 젊고 똑똑한 인재들을 모아 늙고 교활한 원로 대신들과 한 판을 벌이려는 계획을 세울 것이다.

당신의 마음은 나라를 개혁하려는 꿈에 불타게 될 것이다. 당신은 진보주의자가 될 것이다. 그것이 더 멋있고 가치있기 때문이다. 더 많은 계획들을 실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어느 나라이든 그 역사는 대개 개혁적인 젊은 왕자와 보수적인 늙은 귀족집단의 대결로 된다. 왕세자 치고 개혁적이고 진보적이지 않은 왕세자는 없다. 물론 집권 이후에는 조광조를 팽한 중종처럼 배신이 다반사지만.

어떤 사회, 어느 집단, 어떤 나라, 어느 세계이든 그 사회의 상층부 1프로는 개혁과 진보를 선택한다. 유능하기 때문이다. 꿈이 있기 때문이다. 똑똑하기 때문이다. 자신이 있기 때문이다. 영리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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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성공한 흑인들은 상류층 백인사회에 쉽게 편입된다. 그들은 결코 흑인 커뮤니티로 돌아가지 않는다. 왜? 귀찮은 일이 생기거든.

성공한 흑인이 흑인공동체로 돌아가면? 대인(大人)이 된다. 많은 추종자가 몰려든다. 좋은 평판을 얻는다. 대신 공동체를 위해 재산을 좀 내놓아야 한다.

벼라별 인간들이 다 나타나서 성공한 당신에게서 뭔가를 뺏어가려 한다. 그러므로 약간 성공한 흑인은 철저하게 백인사회 속에 숨는다. 왜? 뜯기기 싫으니까.

그러나 크게 성공한 흑인은 흑인사회로 되돌아간다. 왜? 진정 자신을 인정해주는 곳은 흑인사회 뿐이니까. 자신의 진가를 완벽하게 발휘할 수 있는 사회는 흑인사회니까.

백인사회에서는 결국 들러리 신세를 면하지 못한다. 부시 밑에 파월 신세다. 자신의 백프로를 발휘하지 못한다. 아름답지가 않다. 주류를 치지 못하는.. 길들여진 비주류의 한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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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태인은 어디에 살든 유태인이다. 화교 또한 마찬가지다. 세계 어느나라에 살아도 화교는 화교다. 이들은 영원히 중국인이다.

한번 화교는 영원한 화교인데 한번 조선족은 잠시만 조선족이다?

미국인 중에서 영국 출신은 10프로 밖에 안되지만 미국은 결국 영국의 식민지에 지나지 않는다. 독일 출신이 절대다수를 점하고 있지만 미국은 영국의 미국이지 결코 독일의 미국이 아니다.  

만약 미국 백인사회가 영국계와 독일계로 갈라진다면 아일랜드계와 프랑스계와 기타 소수인종이 모두 영국계를 편들기 때문에 결국 미국은 영국의 미국이다.

한국 교민들도 영국편에 설 것이다. 영국의 미국이 독일의 미국보다 조금 더 때깔이 나기 때문이다. 그것이 자신의 위신을 세우는데 보탬이 된다. 그것이 미학적 완결성의 힘이다.

어디가나 주류가 있고 비주류가 있다. 중심부가 있고 주변부가 있다. 일본처럼 아시아도 아니고 유럽도 아니고 어중간 하다가는 결국 겉돌게 된다. 양쪽으로부터 대접받지 못하게 된다.

고이즈미가 친미에 들이는 정성 만큼 미국이 일본을 대접해주는 일은 절대로 없다. 결국 일본은 손해본다. 정 주고 뺨맞는다. 그것이 미학의 원리다. 언제라도 자기일관성과 자기동일성을 추구하지 않으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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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개소문이 당에 굴종한 영류왕을 제거하고 보장왕을 등극시키자 말갈족이 이반했다. 연개소문의 쿠데타와 말갈족의 이반이 무관해 보이지만 관련이 있다.

근태가 대통령 앞에서 계급장 떼고 붙어보자고 나오면 평당원도 당의장에게 계급장 떼고 맞장뜨자고 나온다. 하극상이 시작되면 도미노처럼 이어진다.

대부분의 유목민들은 극심한 내부적인 반목과 갈등 속에 빠져 있다. 좋은 풀이 있는 목초지를 찾아 이동하며 끝없이 투쟁하게 되기 때문이다. 그들이 갈등을 일으켰을 때 중재자가 필요하다.

제정분리가 확실하지 않았던 고대국가의 왕들은 정치적 지배자이면서 한편으로 종교적 신앙의 대상이었다. 그런데 연개소문이 고구려 왕실의 제사장으로서의 기능을 없애버렸으므로 말갈족들은 내부적인 반목이 있을 때 더 이상 고구려 왕에게 중재를 부탁할 수 없게 된 것이다.

그들은 고구려를 버리고 당나라에 붙었다. 일본이 덴노를 숭배하는 것이나 영국이 여왕을 버리지 못하는 것이나 같은 원리다. 덴노를 철폐하면 일본은 분열된다. 영국이 왕실을 폐지하면 영연방이 해체된다.

이런 현상들은 주변부와 중심부, 주류와 비주류 사이의 미묘한 역학관계로 하여 일어나는 것이다. 중심부가 흔들리면 주변부는 이탈한다. 이런 문제를 가볍게 보아서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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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체성이란 무엇인가? 그것은 자기일관성과 자기동일성이다.

무엇인가? 영국인이 메이플라워호를 타고 먼저 와서 씨를 뿌렸기 때문에 영국의 미국이 일관되지 늦게온 독일의 미국은 일관되지 않다. 일관성을 선택하는 것.. 그것이 멋이고 뽀대고 미학이다.

집단이 중대한 결정을 앞두고 신속한 의사결정을 끌어내기 위해서는 일관성과 동일성의 표준에 의지하지 않을 수 없다. 그것이 정통성이다. 한번 정통성이 무너지면 쿠데타로 망한 고구려처럼 와르르 무너진다.

정통성은 주류와 비주류, 중심부와 주변부를 가름하는 기준이다. 이것이 위기 때 신속한 의사결정을 가능케 하는 의사소통의 표준이 된다. 요즘 말로는 ‘코드’다.

국가에 정통성이 있다면 개인에게는 정체성이 있다. 나가 나 다운 것이 정체성이다. 어떻게 나 다울 수 있는가? 일관성으로 나다울 수 있다.

나의 과거와 미래가 한결같은 것이 자기일관성이면 나의 중심부와 주변부가 한결같은 것이 자기 동일성이다.

본래의 순수한 나와 사회로부터 받아들여진 즉 확장된 나가 일치하게 함으로써 ‘나는 누구인가’ 하는 질문에 답할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이 정체성이다.

자기일관성과 자기동일성을 체현하려면 시간을 거슬러 최초의 씨앗되는 원형을 찾고 뿌리를 더듬어야 한다. 내 인생의 처음과 끝이 한결같아야 내 인생의 주제와 내 인생의 화두가 찾아진다. 내 인생의 중심부와 주변부가 하나되어 호응한다. 내 인생을 한 폭의 그림으로 보고 그 그림의 메시지를 찾자는 것이다.

내 인생의 주제를 찾으려면? 좁은 문으로 들어가야 한다. 남이 선 줄 뒤에 가서 서지 말아야 한다. ‘나의 이야기’를 말할 수 있어야 한다. 주워들은거 말고 꾸며낸거 말고 판에 박힌거 말고 찍어낸거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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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자편에 붙을 것인가 약자편에 붙을 것인가?

강자편에 붙으면 안전하다. 대신 발언권이 없다. 그쪽은 숫자가 많아서 당신에게 마이크가 돌아오지 않는다. 한곡조 뽑을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다. 주연의 기회는 없다. 천상 조연에 불과하다. 남들 다 가는 넓은 문으로 가면 그렇게 된다.

약자편에 붙으면 위험하다. 대신 발언권이 있다. 약자는 숫자가 적어서 당신에게도 한 번은 마이크가 돌아온다. 한곡조 뽑을 기회가 주어진다. 주인공 되어 그 무대를 휘저을 기회가 주어진다. 좁은 문으로 들어가면.

위험을 두려워 하는 고이즈미는 안전한 강자 편에 붙고 위험을 두려워 하지 않는 노무현은 약자 편에 붙는다.

관객들은 약자를 응원한다. 그래야지만 관객의 존재가 유의미하게 자리매김 하게 되기 때문이다.

강자가 승리하면 그 승리의 주역은 강자이지 응원단이 아니다. 그러나 약자가 승리하면 그 승리의 주역은 응원단이다. 그러므로 당연히 약자편을 든다. 두려움이 없다면 모두가 약자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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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족이 친한하든 친중하든 한국사를 모르면 이런 논의조차가 무의미하다. 한국사를 알아야 한다.

한국과 중국 사이에 갈등이 없다면 문제는 없을 것이다. 한국과 중국 사이가 미묘해진다면.. 조선족은 친한도 아니고 친중도 아닌 제 3의 정체성을 형성하여 이를 지렛대 삼아 한국과 중국을 동시에 컨트롤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조선족이 한국편에 서느냐 중국편에 서느냐는 한국시민권의 가치가 얼마나 되느냐에 따라 결정될 것이다. 한국이 성공할수록 시민권의 가치는 올라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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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로 입양된 한국인들은 결국 한국을 다시찾게 된다. 왜? 그렇게 하는 것이 본인에게 더 이익이기 때문이다. 하인스 워드 입장에서는 그냥 미국인으로 사는 것 보다 한국을 찾아보는 것이 더 이익이 크다.

입양된 모든 사람이 한국을 다시 찾는 것은 아니다. 다만 그 사회에서 성공한 사람일수록 한국을 다시찾을 분명한 이유가 생긴다.

의식이 족하면 예절을 안다고 했다. 성공하면 여유가 생기고 여유가 생기면 뽀대나게 폼을 잡아보고 싶고 그러려면 근본을 알아야 한다.

그냥 평범하게 살고자 한다면 이런 고민조차가 사치일 것이다. 성공한 조선족의 고민일 뿐이다. 나의 견해 또한 상위 5프로의 조선족에게나 유의미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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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은 수직상승하여 주류사회에 진입한 사람이다. 그러면서도 주류에 동화되지 않고.. 길들여지지 않고 끝까지 저항한 사람이다.

관우는 무식한 무장(武將) 소리를 듣기 싫어 마상에서도 항상 춘추를 끼고 다녔다. 이순신은 ‘무식한 무반(武班) 출신이 다 그렇지’ 하는 소리를 듣기 싫어 문반  출신보다 더 깐깐하게 원칙을 고수하다가 다쳤다.

좁은 문으로 들어가라! 주변부에서 또다른 중심을 만들어 나아가기를 부단히 반복하지 않으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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