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읽기
read 16432 vote 0 2006.07.18 (15:34:56)

주몽은 두어번 본 것으로
의미있는 분석을 하기 어렵지만

들리는 소식으로 보건대
멜로가 중심이 되어 현대극의 느낌을 준다고 한다.

사극은 막대한 비용이 투입되는 만큼 시청률 본전을 뽑아야 한다.
그래서 이 나라는 사극이 안 된다.

주몽에 각별히 기대한 바가 있다면
신화시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는 점이다.

신화.. 이거 멋진 거다.
발달된 CG기술을 맘껏 써먹을 수 있다.

무제한의 상상력을 도입할 수 있다.
그러나 작가는 주몽을 퓨전 사극으로 만들어 버렸다.

상상력의 자유가 허용되는 신화적 배경이라는
결정적인 무기를 던져버리고 스스로 무장해제 한 것이다.

포기한 것이다.
포기하면 안 되는데.

일리아드와 오딧세이의 무대가 되는 트로이 전쟁.
헤라클레스 영웅담을 비롯한 그리이스 신화들

역사와 신화가 뒤섞여 있다.
해모수는 비교하자면 제우스 신과 같다.

그리이스 신화의 인물들은
역사 속의 인물인데도 신의 아들로 묘사되어 있다.

아킬레스는 바다의 신 테티스의 아들이다.
해모수는 태양신이다.

주몽이 해모수의 아들이라는 말은 태양신의 아들이라는 뜻이다.
혈연으로 보면 주몽은 금와왕의 서자다.

당시의 신(神)이라는 개념은 지금과 다르다.
많은 로마인들은 카이사르가 신이라고 생각했다.

죽어서 하늘로 올라가 신이 된 것이 아니라 살아있는 신이었던 것이다.
주몽이 스스로를 신으로 선언함이 전혀 이상하지 않다.

그리이스 신화에서처럼 신과 인간의 경계가 모호한 시대였다.
드라마 주몽에서 주인공들은 스스로를 신격화하지 않는다.

바위도 신이고, 강물도 신이고
산도 신이고, 바다도 신이고, 나무도 신이었던 시대에

영웅이 스스로를 신으로 칭하지 않는다.
주몽은 겸손한 현대인이다.

이건 부자연스런 것이다.
강물도 신이고, 산도 신인데 신에 미치지 못하는 인간이

어떻게 그 산을 넘고, 그 강을 건널 수 있을까?
스스로를 신격화 하지 않는데 과연 부하들이 따라올까?

스스로를 신이라 주장해야지만
산의 신과 대등해지고 강의 신과 대등해져서

무사히 그 산을 넘을 수 있고
비로소 부하들이 믿고 따르는 것이다.

신들의 시대이면 영웅도 신이어야 한다.
그래야 이야기 흐름이 자연스럽다.

King이라는 단어와 군(君), 칸이라는 단어의 어원은 같다.
genius, genus와 같은 계열로

수호신인 조상신의 보호를 받는 사람
혹은 조상신으로부터 갈라져 나온 특별한 종족이라는 뜻이다.

킹이나 칸이라는 이름 자체에 신격적인 의미가 있다.
신라는 왕실숭배가 종교였다.

화랑도는 왕실을 숭배하는 종교의 사제들이었다.
후대의 징기스칸도 왕실숭배를 이용했다.

한편 고대사에는 많은 동명왕들이 등장한다.
동명왕은 고구려 이전에 부여의 시조이며 또 백제가 제사하는 시조왕이다.

주몽은 스스로를 동명왕이라 칭했다.
고대사에는 동명이인도 많고 같은 지명도 많다.

삼국사기 최리의 낙랑국과 한사군의 낙랑군은 다르다.
낙랑은 우리말로 나라라는 뜻으로 더 많은 나라들이 있었다.

백제가 건국되기 훨씬 이전에
마한의 여러 소국들 중에 이미 백제가 있었고

고구려가 건국되기 전에 이미 구려가 있었다.
오마이뉴스 등에 쥬신 어쩌고 헛소리 하는 교수가 있는데

이 바보는 고대사에 많은
동명이인과 동명지명 동명국명 현상을 이용하여

독자들을 혼란케 하고 있다.  
식민사관에 찌든 친일파 추종 사대주의 세력인 그 바보의 헛소리는

풍납토성 발굴로 거짓임이 확실히 입증되었다.
백제는 기원전부터 있었던 것이다.

10명의 신하가 있어서 비류의 십제가 되고
백명의 신하가 따라서 온조의 백제가 되고 하는 설은

전형적인 민간어원설이다.
백제는 백제가 건국되기 이전 부족국가 시절부터 백제였다.  

신라도 이전에 사로가 있었는데
이를 한자로 옮기면서 새롭게(新) 건국하여 사방을 망라(網羅)한다는

의미를 부여했지만
이는 나중에 한문을 배워서 의미를 부여한 것이고

박혁거세가 한문을 배웠을 리 없다.
이전부터 있었던 사로를 한자로 옮기다보니 신라가 된 것이다.

고구려, 백제, 신라, 부여가 모두 기원전부터 있었다.
기원전후로 기병의 등자기술이 전해지면서

전차의 활동반경인 평지의 수십키로에서
기병의 활동반경인 숲속의 수백키로로 국가의 규모가 커진 것이다.

당시 고구려, 백제, 신라는
논밭이 거의 없었고 들판이 대개 숲이었던 것이다.
  
논은 고려 때 와서 생겨난 것이고
당시에는 벼를 재배해도 밭벼를 재배했다.

삼림이 우거져서 길이 없으니 도시는 강가에 세워졌다.
고구려, 백제, 신라가 모두 강변에 서울을 정했다.

한편 동명은 동쪽을 밝힌다는 의미다.
해모수=동명은 동일 인물 혹은 비슷한 개념의 신일 수 있다.

주몽이 스스로를 동명왕으로 칭한 것은 자신을 신격화 한 것이다.
고구려의 건국자인 추모 동명왕과

부여 및 백제의 시조신은 동명왕은 다른 인물일 수 있다.
당시로서는 주몽이 살아있는 신이 된다는 설정이 이상하지 않다.

고구려 건국 훨씬 이전부터 부여 시조 동명왕이 있었으므로
당시 고구려인들은 신(神)인 동명왕이 주몽으로 다시 태어났다고 믿었다.

고대의 세계는 신의 세계였다.
모두가 신이었다.

살아있는 신도 많았다.
왕이 스스로를 신격화 하지 않는다면 이상한 일이다.

이렇다 할 종교가 없었던 시대이다.
국가의 시조신에 대한 숭배가 상당했다.

스스로를 신격화 하지 않으면 추종자를 모을 수 없고
따라서 국가를 건설할 수 없다.

그런 시대의 신화적인 분위기가
드라마 주몽에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사소한 일에도 쉽게 목숨을 거는
쉽게 감동하고 쉽게 마음을 내주는 그런 시대.

한번 믿으면 끝까지 믿는 우직한 사람들의 시대
현대와 같은 의심과 시기, 비꼼과 야유, 질시와 편견이 없는 시대.

내가 태백산에서 용을 한 마리 구워먹고 왔노라고 호언장담하면
그 말을 곧이 곧대로 믿어버리는 시대.

바람이 휙 지나가도 신이 다녀갔다고 믿던 시대.
신과 농담을 주고받는 것이 상식인 시대.

그러나 드라마 주몽은 너무 사실주의적이다.
그러면서도 고증은 개판이다.

중국이 강한 철기로 무장했다는 것은 전혀 사실과 맞지 않다.
야금기술은 북방 유목민이 항상 중국에 앞서 있었다.

철갑기병은 중국에서 상상할 수 없다.
당시 중국의 주요한 전쟁은 전차전과 중갑병으로 이루어졌다.

전차를 상대할 수 있는 무기는 노궁(석궁)이다.
구리로 만든 방아쇠가 붙어있는 노궁은 낙랑유물로 평양에서 발견된다.    

한사군은 전차+노궁+청동기가 주요무기였고
북방 유목민들이 철제무기를 사용했던 것이다.

중국인들은 당시까지만 해도 말을 탈 수 없었다.
진시황 무덤의 8000여 병마용들 중에 말을 탄 기병은 전혀 없다.  

철갑기병은 중국사에 등장하지 않는다.
구리로 만든 방아쇠의 노궁이 중국유물인가 아닌가를 구분하는 기준이다.

중국은 전차를 사용했기 때문에
평지에 성을 쌓고 평지에서 전투를 했다.

한사군은 상업적인 용도의 거점도시에 불과했고
도시 주변의 숲은 말을 탄 고구려인의 지배하에 있었다.

영국이 홍콩이나 싱가포르 따위 항구를 거점으로 삼듯이
한사군은 중국이 거점 도시 몇 개를 만들어 교역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전차는 숲으로 들어올 수 없기 때문에
전차로는 기병을 이길 수 없다.  

평양에서 발견되는 낙랑유물은
100프로 평원에서의 전투에 사용되는 무기들이다.

야금기술이 뒤졌던 중국이
철갑기병으로 부여를 압박했다는 것은 말도 안되는 헛소리이며

한사군은 모피교역 목적의 거점 도시에 지나지 않는다.
오히려 고구려가 등자기술을 도입하여

철제무기로 무장하고 숲을 지배한 것이다.
결론적으로 멜로 중심의 현대극 분위기로

사극을 만든 것이 시청률은 높일 수 있겠으나
고대라는 시대를 이해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실패한 드라마다.

고증 역시 엉터리일 뿐 아니라
당시의 중국을 과대평가한 것이다.

List of Articles
No.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1657 어느 영화인의 죽음에 부쳐 김동렬 2006-08-21 16335
1656 세상에 말 걸기 김동렬 2006-08-20 16612
1655 거짓말 좀 하지 맙시다. 김동렬 2006-08-20 14060
1654 노무현 대통령이 잘못한 것들 김동렬 2006-08-19 19948
1653 근태, 동영, 맹바기, 핵규, 고건 김동렬 2006-08-18 16981
1652 전작권 환수 문제는 김동렬 2006-08-17 15061
1651 구조론이란 무엇인가? 김동렬 2006-08-15 11532
1650 주유소 습격사건과 괴물 김동렬 2006-08-13 14300
1649 깨달음의 룰 김동렬 2006-08-09 16389
1648 실존의 죽음과 그 건너편 김동렬 2006-08-08 12033
1647 인간이라는 존재에 대한 환멸 김동렬 2006-08-07 16012
1646 노무현 그룹의 한계와 의사소통의 실패 김동렬 2006-08-07 15203
1645 된장녀와 한류녀 그리고 왜색녀 김동렬 2006-08-07 20638
1644 괴물에 엉기기 김동렬 2006-08-06 12014
1643 한국인에게 영어가 들리지 않는 이유 김동렬 2006-08-06 14806
1642 된장녀와 고추장남 김동렬 2006-08-04 16172
1641 황박과 괴물 김동렬 2006-07-31 15419
1640 김정일의 남은 카드는 정상회담 뿐 김동렬 2006-07-19 16682
» 드라마 주몽의 아쉬움 김동렬 2006-07-18 16432
1638 FTA와 한국의 충격요법 김동렬 2006-07-15 144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