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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ad 13271 vote 0 2006.06.16 (11:17:01)

구조론에 따르면 존재는 질, 입자, 힘, 운동, 량의 다섯가지 갈피로 되어 있다. 이 갈피들은 ‘체계, 평형, 구조, 전개, 원소’로 다르게 표현될 수 있다.

여기서 핵심은 밸런스다. 밸런스는 예의 다섯 중에서 두 번째 평형이다. 밸런스는 평형과 평형이탈 중 하나를 선택한다. 평형을 선택하면 상황이 교착된다. 이 경우 50 대 50의 법칙이 작용하여 브라질과 몰도바가 대결해도 0 대 0으로 무승부가 된다.

밸런스가 붕괴되면 다득점이 일어난다. 이 경우 80 대 20의 법칙이 작용하여 브라질과 아르헨티나가 대결해도 4 대 1의 큰 점수차가 난다.

축구 뿐 아니라 모든 스포츠는 밸런스와 밸런스의 대결이며 밸런스가 유지되면 실력차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점수차가 거의 나지 않으며 밸런스가 무너지면 실력차 이상의 큰 스코어가 나는 것이다.

스포츠 뿐 아니라 전쟁이나 정치에도 같은 원리가 적용된다. 여당과 야당 사이에 상당한 실력차가 있어도 대선에서는 대략 50 대 50으로 평형이 유지되어 적은 차이로 당선되곤 한다.

반면 지자체의 경우 밸런스가 무너져서 80대 20의 법칙이 작용한다. 한나라당이 80을 먹고 나머지 당이 20을 먹었다. 정치든 전쟁이든 스포츠든 시장에서의 경쟁이든 대략 이렇게 된다.

그러므로 약팀은 밸런스의 원리를 이용하여 강팀을 잡을 수 있다. 이는 의심이 많은 사마의가 제갈량의 전략을 무력화 시킨 예와 같다. 상대가 강할 경우 상대가 원하는 전장을 회피하는 방법으로 상황을 교착시키고 시간을 끄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1회용이다. 장기전으로 들어가면 갈수록 밸런스가 무너져서 약팀은 강팀에 대패하고 만다. 로마는 불리할 경우 전쟁을 장기화 시키는 방법을 쓴다. 이 방법에는 명장 한니발도 도리가 없다.

월드컵은 단기전이고 축구는 90분 안에 승부를 내야 하므로 유능한 감독이 밸런스의 원리를 이용하여 강팀을 잡을 수 있다.

스포츠에서는 팀을 기준으로 볼 때 체력(체격), 조직력, 개인기, 스피드, 정신력으로 볼 수 있다. 물론 이 구분은 정확하지 않다. 약간식 겹쳐 있을 뿐 아니라 팀을 중심으로 볼 것인가 개인을 중심으로 볼 것인가에 따라 다르기 때문이다.

다섯은 너무 많아서 혼란을 유발하므로 셋으로 압축하여 설명하겠다. 축구는 파워+조직력+개인기의 조합이다. 핵심은 조직력이다. 조직력이 곧 밸런스다.

구조론에 따르면 맨 먼저 질에서 승부가 나고 질이 대등할 때 입자, 입자가 대등할 때 힘, 힘이 대등할 때 운동, 운동이 대등할 때 양에서 승부가 난다.

전략은 높은 단계의 갈피에서 어느 정도 대등하게 해서 상황을 교착시킨 다음 낮은 단계의 대결에서 우위를 점하여 승부를 내는 것이다.

즉 체력과 체격이나 조직력은 대등하다고 보고 개인기로 승부를 낸다. 개인기도 대등할 때는 스피드, 스피드도 대등할 때는 정신력으로 승부를 낸다. 즉 예의 경쟁요소들 중에서 앞부분으로 상황을 교착시키고 뒷부분으로 승부를 내는 것이다.

앞부분이 되는 체력이나 조직력으로는 상황을 교착시킬 수 있을 뿐 이길 수는 없다. 즉 비길 수는 있어도 득점을 할 수는 없다. 그러므로 이기려면 결국 개인기, 스피드, 정신력을 앞세워야 한다.

어떤 일이 일어났는가? 유럽팀은 파워가 있고 남미팀은 개인기가 있다. 그러나 밸런스의 원리를 이용하여 상황을 교착시킬 수 있으므로 결국 남미가 승리하게 되어 있다.

남미팀이 유럽팀의 파워와 조직력에 적절히 대비하여 상황을 교착시켜 비기는 분위기로 만든 다음 막판에 개인기로 몰아쳐서 점수를 내고 승리하는 것이다.

여기에 반격을 가한 것이 토탈샤커다. 조직력을 극대화 한다. 선수의 축구를 하는 것이 아니라 팀의 축구를 한다. 이건 한 차원 높은 거다. 우선순위의 법칙에서 밸런스가 개인기를 앞서므로 조직력의 유럽팀이 승리한다.

프랑스의 아트샤커는 조직력의 축구다. 그러나 조직력에는 조직력으로 맞설 수 있다. 또다시 상황은 교착되고 만다. 파워나 밸런스만으로는 득점할 수 없기 때문이다. 축구는 무조건 골을 내야 이기는 것이다.

이미 파워와 조직력을 얻은 다음에는 개인기를 늘려야 한다. 그 결과 98년에는 승리했다. 그러나 2002년에는 망했다.

왜? 개인기의 증가가 파워의 약화로 연결되었기 때문이다. 이 경우 더 낮은 레벨에서 펄펄 나는 축구를 하게 된다. 그러나 높은 레벨에서는 이길 수 없다.

이번 월드컵에서 이탈리아, 포르투칼, 스페인, 에콰도르, 멕시코 등의 분발을 눈여겨 보아야 한다. 이들은 조직력과 파워가 약하고 개인기에 의존했던 팀들이다. 이 방법으로 자국리그에서는 뽐낼 수 있으나 월드컵은 안 된다.

이 팀들은 98년과 2002년에 부진했다. 우선순위에 의하면 파워, 조직력, 개인기 순이기 때문이다. 먼저 파워를 얻고 다음 조직력 다음 개인기 순으로 자기 팀에 부족한 부분을 채워나가야 한다.

2006년 이들은 다시 강해졌다. 부족했던 파워를 보강해온 것이다. 파워가 보강되어 파워와 밸런스에서 교착되었다면 개인기로 득점할 수 있다.

아프리카 팀이 붕괴한 이유는 같은 아프리카팀과 계속 대결한 결과 파워와 밸런스가 소홀해지고 개인기가 능한 팀이 우세해졌기 때문이다. 한국팀이 강조하는 정신력과 스피드는 파워와 밸런스가 뒤를 받쳐줄 때나 유의미하다.

왜 2002년 이전까지 한국은 부진했는가? 한국팀이 정신력과 스피드를 강조한 이유는 아시아권에서는 구조론에 따라 파워와 밸런스가 교착되었으므로 개인기로 승부를 내는 것이다. 즉 한국은 아시아형 팀이 되고 만 것이다.

결론은 아프리카팀이 부진한 이유는 아프리카형 축구를 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일본과 이란 사우디가 부진한 이유는 아시아형 축구를 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과거 남미가 부진했던 이유는 남미형 팀이 되었고 프랑스가 부진한 이유는 유럽형 팀이 되었기 때문이다.

비슷한 축구를 하는 팀들과 계속 경기를 하면 점점 나빠질 뿐이다. 점점 국내용으로 변해가는 것이다. 이는 기린이 같은 기린과 계속 대결하면 계속 목만 길어지고 코끼리가 같은 코끼리와 계속 대결하면 계속 코만 길어져서 전체적인 밸런스를 잃어버리는 것과 같다.

일정한 환경 안에서 자신의 장점을 계속 강조하다보니 환경이 달라지면 맥을 못추는 것이다. 이동국과 박주영 역시 같은 시험대에 올랐다. 이동국은 아시아형으로 최적화 되어 있지 않은가 박주영은 청소년용으로 최적화 되어 있지 않은가?

한 단계 위로 올라서기 위해서는 그 한계를 극복해야 한다. 목이나 코가 너무 길어져서 전체적인 평형을 잃지 않았는가?  

체력과 체격, 조직력, 개인기, 스피드, 정신력이 있다. 비슷한 권역에서 비슷한 팀끼리 계속 시합을 하면 처음 체력과 체격에서 교착이 일어난다. 50대 50의 법칙이 작용하여 비슷해져버린다. 승부가 나지 않는다.

이때 조직력을 갈고 닦은 팀이 승리한다. 다른 팀들도 이를 따라한다. 모든 팀들이 조직력에 비중을 둔다. 역시 교착이 일어난다. 이때 개인기를 연마한 팀이 승리한다. 다른 팀들도 역시 개인기를 연마한다. 또다시 교착이 일어난다.

이렇게 계속 진행하여 스피드, 정신력까지 간다. 마지막에는 정신력의 승부다. 여기까지 진행하면 더 갈 곳이 없다. 정신력이 앞선 팀이 무조건 이긴다.

그러한 진행과정에서 체력과 체격, 조직력을 등한시 하게 되어 낮은 레벨에서 최고의 팀이 되어버린다. 전체적으로 레벨이 다운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개인기, 스피드, 정신력의 지나친 강조는 팀의 레벨을 떨어뜨린다.

그러나 당장 득점을 하려면 개인기와 정신력에 의존하지 않을 수 없다. 체격이나 체력, 조직력은 상황을 교착시킬 수 있을 뿐 득점할 수 없기 때문이다. 결국 모든 팀들은 갈수록 개인기를 보강하는 쪽으로 가려는 관성의 법칙이 작용한다.

특히 이전의 경기에서 크게 성공한 팀일수록 점점 더 개인기를 찾게 된다. 이미 다른 부분은 확실하게 토대를 다졌다고 보고 이제는 득점력만 높이면 된다고 믿기 때문이다.  

프랑스는 파워와 조직력을 이미 얻었다고 믿고 거기에 개인기를 추가하려고 한다. 이는 기린이 목을 길게 하고 코끼리가 코를 경쟁함과 같다. 자기도 모르게 파워가 무너져 있다. 그들은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느린 축구를 하게 되었다.

한국팀도 같은 딜렘마에 빠져 있다. 비쇼베츠 이후 한국은 체격을 강조했다. 기술이 없어도 키다리를 대거 선발했다. 유럽과 키가 대등해졌다. 히딩크는 체력을 강조했다. 체격에 체력을 더해서 파워가 업그레이드 되었다. 비로소 세계 수준의 축구를 할 수 있게 되었다.

이제는 파워가 대등해졌으므로 여기에 조직력과 개인기를 추가하면 된다. 조직력을 연마했고 개인기를 늘렸다. 문제는 그 과정에서 다시 파워가 약해져 버렸다는 사실이다. 개인기가 뛰어난 선수들은 대개 키가 작기 때문이다.

국내 리그라면 몰라도 월드컵에서는 절대적으로 파워가 중요하다. 체격과 체력에서 밀리면 애초에 게임 자체가 성립이 안 된다. 박지성, 안정환, 박주영, 이을용, 이영표들은 대개 키가 작고 몸이 가늘다. 파워에서 밀린다.

파워에서 밀리기 때문에 스위스가 두렵고 프랑스는 상대적으로 만만해 보인다. 프랑스 역시 개인기를 강조한 결과 전체적으로 키가 작아져서 한국과 신장에서 큰 차이가 나지 않게 되었기 때문이다.
  
일본 역시 개인기를 강조한 결과 파워가 약해져서 호주에게 망신을 당했다. 이탈리아, 멕시코, 스페인 등은 2002년에 한번 망신을 당했기 때문에 자신의 단점을 깨닫고 파워를 보강해서 다시 강해진 것으로 보인다.

파워는 방패 개인기는 창이다. 스포츠의 정석은 선수비 후공격이다. 수비가 안되면 애초에 게임이 안된다. 그냥 와르르 무너진다. 각국의 팀들은 먼저 파워를 얻은 다음 일제히 개인기로 달려간다. 그런데 개인기를 얻고 보니 저도 모르게 파워가 무너져 있다.

2002년 보다 개인기는 나아졌다. 득점력은 높아졌다. 조직력은? 알 수 없다. 어떤 게임은 환상적이고 어떤 시합은 개판이다. 파워는? 확실히 약해졌다. 체격은 작아졌고 체력은 의문이다.

한국팀은 더 거칠어져야 한다. 토고가 반칙을 한 만큼 반칙을 해야 한다. 박지성은 하나의 파울도 받지 않았다. 순둥이 축구로는 파워에서 밀린다. 악으로 깡으로 덤벼야 한다. 그런데 체격에서 밀리니 덤빌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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