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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월드컵 때 필자의 필자의 승부예측은 높은 확률로 적중되었다. 그 중에서 특히 자신있게 예측한 것이 벨기에 대 브라질 전이었다. 이 경기는 전후반 득점까지 적중한 것이 특기할 만 하다.

전반전에 벨기에가 먼저 1점을 뽑고 후반전에 브라질이 2점을 만회하여 2 대 1로 브라질 승이다. 이 경기는 예측하기 쉬운 구조로 되어 있었고 과연 예측되로 되었다. 왜인가?

우선 객관적인 전력에서 브라질이 앞선다. 그러나 브라질은 4강과 결승을 남겨놓고 있다. 이 시합에 올인할 수는 없다. 그렇지만 전력이 한 수 아래인 벨기에로서는 어차피 뒤를 돌아볼 여유가 없다. 올인해야 한다.

벨기에가 올인한다면 전반전인가 후반전인가. 마땅히 전반전이어야 한다. 왜? 브라질이 4강전과 결승을 앞두고 부상을 당하지 않기 위해 전반에는 몸을 사릴 것이기 때문이다. 후반에는? 지면 안되니까 브라질 역시 올인할 수 밖에.

결정적으로 중요한 사실은 브라질의 경우 선수 개개인의 능력이 탁월한데 이 능력이 전반보다 후반전에 더 잘 발휘되기 때문이다. 무엇인가?

축구는 개인기가 크게 영향을 미치지만 약팀도 조직력을 가다듬을 경우 강팀을 괴롭힐 수 있다. 그 약팀의 조직력은 전반전에 잘 먹혀든다. 이유는? 서로 상대방에 대한 정보가 없기 때문이다. 즉 전반전에 더 우연성이 작용하는 것이다.

만약 행운이 벨기에 팀을 향해 미소짓는다면 그 행운은 전반전에 나타날 확률이 높다. 한국이 터키팀과의 시합에서 시작하자마자 어이없는 골을 먹은 것과 같은 우연은 몸이 덜 풀린 전반전에 작용하기 마련이다.

권투시합을 해도 몸이 덜 풀린 전반전에 슬립다운이 많이 일어난다. 실수나 행운은 전반전 하고도 초반을 노려야 한다. 마찬가지로 후반 시작 직후에도 허점이 노출되는 경우가 많다.  

브라질의 강점은 뛰어난 공격수들이 수비를 하나씩 깨나가는 전술을 쓴다는데 있다. 수비를 깬다는 것은 수비수들에게 지속적으로 허위정보를 제공하는 것이다. 즉 브라질은 선수 개개인이 수비수를 속이는 방법을 알고 있는 것이다.

호나우두나 호나우딩요를 못잡는 것은 이 선수들이 수비수를 속이는 방법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반은 이 선수들이 자기를 맡은 상대편 수비수의 수비패턴을 읽는 기간이다.

전반전에 이들 골게터들은 몇 차례의 위협적인 돌파로 수비수들의 행동패턴을 읽어내려 할 것이다. 이때 수비수들이 수비패턴을 읽혀버리면 그 후과는 후반전에 바로 나타난다.

이들 뛰어난 공격수들은 결코 같은 코스를 반복하여 공략하지 않는다. 이들이 특정 루트로 돌파를 시도한다면 이는 수비수들에게 허위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작전인 경우가 많다. 이들은 본능적으로 이러한 방법을 안다.

벨기에의 수비수들은 자신의 수비를 호나우두에게 읽혔고 반대로 호나우두는 자신의 공격에 대한 허위정보를 제공했다. 그 결과 시간이 흐를수록 브라질 팀이 골을 성공시킬 확률은 높아지는 것이다.

문제는 이런 식으로 수비를 하나하나 깨나가는 공격수가 우리나라 팀에는 없다는 것이다. 안정환이나 이천수는 그냥 골대를 보고 공을 찰 뿐 수비수를 갖고 논다든가 이런 것이 없다.

뿐만 아니라 안정환의 경우 골키퍼를 보지도 않고 공을 차는듯 하다. 그냥 골대가 있는 방향으로 일단 차넣고 보자는 식이다. 이래서는 진짜 스타가 되지 못한다. 이건 한 수 아래의 축구다.

프랑스의 지단이 훌륭한 선수인 이유는 그러한 방법의 수비수를 기만하는 공격전술을 총체적으로 지휘할 수 있기 때문이다. 2002년 한국은 홍명보가 그 역할을 맡아야 했는데 그는 수비수였기 때문에 한계가 있었다.

결국은 홍명보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가 2002년의 고민이었다. 마찬가지로 2006년의 고민은 박지성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가 되어야 한다. 과연 박지성이 상대팀 수비진에 지속적으로 허위정보를 제공했다가 이를 역으로 되치는 고도의 공격전술을 지휘할 수 있을까?

이것이 안되기 때문에 한국의 유일한 전술은 선수교체인 경우가 많았다. 선수가 이천수에서 박주영으로 교체되면 상대편 수비진영은 잠시 우왕좌왕 하게 되는데 그 틈을 타 골을 성공시키는 경우가 많았다.

나는 2006년의 한국팀이 2002년 보다는 확실히 강해졌다고 생각한다. 왜인가? 2002년에는 단지 홍명보가 있었을 뿐이지만 2006년에는 박지성과 김남일, 박주영, 이을용이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경기를 진행하면서 상대편이 어떻게 나오는지를 보고 거기에 대해 이쪽의 대응을 결정할 수 있을 정도의 높은 지능을 지녔다. 즉 이천수나 차두리처럼 막연히 열심히 뛰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팀의 수비패턴 및 공격루트를 읽고 거기서 얻은 정보를 토대로 내 행동을 결정하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그 공격패턴을 지속적으로 바꾸어 주면서 상대팀을 갖고 놀 수 있는 정도의 여유를 가지고 있다. 하여간 나는 전술이 있는 축구를 보고 싶다. 전술은 상대팀의 공격 및 수비의 패턴을 읽고 나아가 그 변화까지 읽어내고 거기에 맞게 대응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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