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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ad 17279 vote 0 2006.02.17 (22:22:38)

학문은 질서에 대한 물음이다. 질서는 룰이고 척도이기도 하고 모랄이기도 하다. 만유의 척도가 세계에 표준하는가 아니면 개인에 표준하는가이다.

세계인(cosmopolitan)이 될 것인가 아니면 자유인이 될 것인가이다.

서구중심의 근대이성은 다만 세계인이 될 것을 역설할 뿐 자유인이 될 것을 가르치지 않는다. 참된 모범은 세계인이면서 자유인이 되는 것이다.

밖으로는 우주적인 사고를 하면서도 안으로는 깨달은 사람이어야 한다. 국가와, 이념과, 종교와, 성별과, 피부색과, 문화권의 차이에 얽매이지 않으면서 온전히 독립적인 사고를 할 수 있어야 한다.  

세계의 룰을 따르는 것이 모범으로 간주되고 있다. 그러나 그것은 강자의 룰, 서구의 룰, 기독교문화권의 룰에 지나지 않는 것이기 십상이다. 그것은 김영삼의 세계화 구호처럼 맹랑한 것일 수 있다.

왜냐하면 세계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자유인이 되어야 한다. 그것은 개인의 영역에서 독립적 인격으로 완성되는 것이다.

세계는 가장 크고 개인은 가장 작다. 가장 작은 것에서 완성된 자가 가장 큰 것의 완성된 모습을 파악할 수 있다.

세계는 여전히 미완성이다. 개인으로 완성된 자가 완성된 세계의 비전을 제출할 수 있다. 개인에서 완성된 자가 세계의 비전을 볼 수 있고 세계의 비전을 본 자가 진정한 세계인일 수 있다.  

깨달은 사람은 어떤 사람인가? 어느 위치에서이든 독립적으로 룰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사람이다. 주어져 있는 기성의 룰에 복종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의 룰을 들이댈 수 있는 사람이다.

노숙자와 어울릴 때는 노숙자의 수준에 맞는 룰을, 왕과 대화할 때는 왕의 룰을, 예술가와 어울릴 때는 예술가의 룰을, 자연에 동화될 때는 무위자연의 룰을 언제든지 내세울 수 있는 사람이다.

수신제가치국평천하라 했다. 자신의 룰을 완성한 자가 천하의 룰을 제시할 수 있다. 세계에서 널리 인정되는 즉 글로벌 스탠더드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의 룰을 제기할 수 있는 사람이 그런 사람이다.

내면의 깊이가 없다면 그것은 불가능하다. 우르르 몰려 다니기 잘 하는 나약한 군중에서 벗어나 독립적으로 사고할 수 있는 강한 개인이 되지 않으면 안 된다.

세계인은 세계의 룰을 아는 사람이다. 자유인은 자기 자신의 룰을 제시하는 사람이다. 그는 또 타인의 룰을 존중하는 사람이기도 하다. 너의 룰과 나의 룰이 다르지만 마찰을 일으키지 않는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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