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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ad 13590 vote 0 2006.02.02 (21:31:44)

이번 선거엔 관심이 없다. 김근태가 정동영 선거운동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선거는 조직 아니면 바람이다. 김근태가 바람을 일으키면 정동영을 이길 수 있다. 그러나 김근태는 지금 조직선거를 하고 있다.

조직선거를 하면 당연히 정동영이 이기게 되어 있다.

승부에는 궁합이 있다. 권투시합에 비유하자. 인파이터와 인파이터가 붙으면 조금 더 저돌적인 인파이터가 이긴다. 아웃복서와 아웃복서가 붙으면 조금 더 키가 크고 리치가 긴 아웃복서가 이긴다.

두 선수가 같은 스타일로 싸우면.. 그 스타일의 특징이 두드러진 쪽이 무조건 이긴다. 근데 인파이터와 아웃복서가 싸우면 어떻게 될까? 그 경우 승부를 알 수 없다. 붙어봐야 한다.

이 게임은.. 어차피 정동영이 유리하다. 그러므로 김근태는 승부를 알 수 없는 혼전상황으로 몰아가야지만 승산이 있다. 인파이터와 아웃복서의 대결로 게임의 흐름을 몰아가야 하는 것이다.

축구에 비유하면 정신력, 스피드, 체력, 조직력, 개인기의 다섯 가지 경쟁요소 중에서 다른 부분이 엇비슷할 때.. 조직력이 뛰어난 팀과 개인기가 뛰어난 팀이 붙으면 그 결과를 알 수 없다.

그러나 두 팀이 같은 개인기 위주의 팀이라면.. 개인기가 상대적으로 더 뛰어난 브라질 팀이 이긴다. 이 경우 다른 경쟁요소들.. 곧 정신력, 스피드, 체력이 모두 아르헨티나가 유리하다 해도 경기흐름이 점점 개인기 대결로 흘러가 버린다.

예컨대.. 야구라면 투수력 대결이 있고 타력 대결이 있는데... 게임이 투수전으로 흘러가면 방망이가 약해도 투수가 좋은 팀이 무조건 이긴다. 선동렬이 나오면 보나마나 해태가 이긴다.

반면 게임이 타격전으로 흘러가면.. 투수력이 약해도 방망이가 좋은 팀이 무조건 이긴다. 그러므로 경기는 ‘흐름이 지배한다’고들 말하는 것이다.

그런데 두 팀이 같은 스타일로 싸우면.. 이 흐름이 특정한 방향으로 가버린다. 이 경우 감독이 아무리 작전구사를 잘해도.. 경기흐름이 그쪽으로 가버리기 때문에 어쩔 수가 없다. 이 때는 히딩크 할배가 와도 안 된다.

그렇다면? 바람이냐 조직이냐. 조직은 정동영이 낫고 바람도 정동영이 낫다. 그러나 김근태의 희망은 바람에 있다. 왜? 바람 대 조직으로 가면 결과가 알수없게 되지만 조직 대 조직으로 가면 무조건 정동영 승이기 때문이다.

확고한 조직을 가진 정동영이 위험부담을 안고 바람선거로 갈 가능성은 없다. 정동영은 당연히 조직인데.. 김근태가 조직으로 도전하면 백프로 김근태 진다.

김근태가 지금 보여주고 있는 선거전은 조직선거다. 초반에 바람을 좀 일으켜 보려고 하다가.. 스스로 포기해 버렸다. 정동영이 눈 한번 흘기자 김근태 ‘음메 기죽어’.. 정청래 한테 뒤통수 한 방 맞더니 정봉주 구시렁.. 머하자는 거냐.

결론적으로 김근태가 대선에서 정동영을 제치려면 두 가지를 해야 한다.

첫째 선거를 바람 대 조직으로 끌고 갈 것.
둘째 바람을 일으킬 것.

문제는 김근태가 바람을 일으킬 줄 모른다는 점이다. 노무현도 알고 유시민도 아는 것을 김근태는 모른다. 박근혜도 알고 이명박도 아는데 김근태는 모른다. 바람을 일으키려면 절대로 ‘암묵적인 게임의 룰’을 깨야 한다.

신사 김근태는 절대로 못한다. 이 양반은 아직도 선거를 80년대 명분 가지고 하려는 양반이다. 지금이 어느 시대인데 토론이고 명분이고 정책이냐. 어휴 유치해!

‘토론하자! 논쟁하자, 정책하자, 명분 다투자!’ 이런 말은 ‘정동영님 제발 대통령 해주십셔. 불초 김근태가 팍팍 밀어드리겠습니다.’ 이런 말이다. 이거 완전히 정동영 선거대책본부장이다.

알아야 한다. 바람이 토론에서 나오는 일은 없다. 바람이 정책에서 나오는 일도 없다. 바람이 명분에서 나오는 일은 없다. 바람은 절대로 세력에서 나온다. 김근태는 그 세력을 업어야 한다.

토론이나 명분이나 정책은 세력을 업기 위한 수단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토론에서 토론이 나오고, 명분에서 명분이 나오고, 정책에서 정책이 나온다고 순진하게 믿는 초딩은 정치하면 안 된다.

토론은 세력에서 나오고, 명분은 세력에서 나오고, 정책은 세력에서 나온다. 세력을 업으면 그 모든 것이 굴비엮듯 엮어서 저절로 따라오지만.. 토론에서 토론을 찾고, 명분에서 명분을 찾고, 정책에서 정책을 찾으면 세력은 저만치 도망가 버린다. 이런 식으로는 아무 것도 얻는 것이 없다.

절대로 세력을 업어야 한다. 그렇다면 세력이란 어떤 것인가? 첫째 지역세력이 있다. 둘째 젊은세대와 장년세대, 셋째 도시민과 농어민, 넷째 조중동 세력과 네티즌 세력, 다섯째 개혁 세력과 기득권 세력.. 뭐 이런 거다.

세력은 이해관계가 얽혀 있어서 어느 한 쪽이 득보면 다른 쪽이 손해보는 구조로 되어 있는 것을 말한다.

바람을 일으키려면 지역을 업든지, 젊은세대를 잡든지, 도시민에게 어필하든지, 네티즌세력에 올인하든지, 개혁세력에 어필하든지 어느 한쪽을 버리고 어느 한쪽에 올인해야 한다. 정 안 되면 황빠세력이라도 업어야 한다.

지금 이대로 가면.. 이번 당의장 경선에서 설사 김근태가 이긴다 해도 그 혜택은 정동영이 본다. 정동영은 최선을 다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김근태가 최선을 다해서 이기면 김근태의 전력만 노출된다.

이 경우 내년의 국민경선에서 정동영이 해보나마나 이기게 되어 있다.

김근태가 살려면 이번은 데뷔전이라 생각하고 전력을 숨겨야 한다. 내년에 바람을 일으켜야 한다. 그러나 김근태는 그렇게 하지 않는다. 왜? 그 경우 조직의 명수 김근태의 조직이 와해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김근태가 살기 위해서는 조직을 버려야 하는데.. 골칫덩어리인 민통련 세력 따위 낡은 재야인맥-전혀 도움이 안 되는-을 큰 재산으로 알고 부둥켜 안고.. 버리지 못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김근태가 대통령이 되는 방법은 하나 뿐이다.

1) 조직을 버릴 것.
2) 당의장 경선에서 전력이 노출되지 않도록 할 것.
3) 조직의 김근태를 바람의 김근태로 바꿀 것.
4) 바람의 김근태로 거듭나기 위해서 뉴 GT플랜을 가동할 것.

문제는 이 양반이 앞으로 대선에 두 번은 더 져봐야 정신 차리고 뉴 GT플랜을 할 사람이라는 거다. 지금 김근태는 정동영 선거운동을 해주고 있다. 이대로만 쭉 가주면 정동영은 가만히 앉아서 대선후보 된다.

김근태의 악순환은

바람을 일으켜야 이길 수 있다.
바람으로 가기 위해서는 조직을 버려야 한다.
조직을 버려면 사기 꺾여서 본선까지 가기도 전에 팀이 와해되고 만다.
결국 이럴 수도 없고 저럴 수도 없다.
결과적으로 정동영 대통령 만들기 한다.
뉴GT플랜은 대선을 두 번은 더 져봐야 가동될 수 있다.
잘 하면 최장수 대선잠룡 기록 세운다.

참고로 말하면 김근태가 지금 외치고 있는 공약들은 전부 표 떨어지는 공약이다. 그 공약들은 한 마디로 ‘김근태 찍지 마시오’다. 그건 ‘논쟁하자’는 거지 ‘세력을 업자’는 것이 아니다.

유권자가 싫어하는 것.. 논쟁하자는 거.
유권자가 좋아하는 것.. 특정 세력과 제휴하자는 거.

정동영도 선거운동은 되게 못한다. 선거운동 한답시고 입이라도 뻥긋하면 오히려 표 떨어진다. 정동영이 이기는 방법은 입 꾹 다물고 가만있는 거다. 근데 가만있는 정동영도 못이기는 김근태는 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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