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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ad 15049 vote 0 2006.01.27 (14:38:19)


워낙 거짓이 많아서 바른 해법을 제시하기 어렵다. 진짜 문제는 따로 있는데 그쪽으로 논의를 가져 가면 이야기가 복잡해지기 때문에, 다른 건으로 싸움을 붙고 있는 것이다.

‘스크린 쿼터 사수나 축소냐’ 이건 단순 명쾌한 구호다. 누구나 이해할 수 있다. 그래서 이걸로 싸움을 붙는다. 그러나 진짜 문제는 따로 있다.

그 진짜는 설사 당국이 정답을 제시한다 해도.. 또다른 세 가지 장벽을 만나기 때문에 골치 아파서 아무도 거론하지 않는다.

‘스크린 쿼터 사수나 축소냐’.. 이 싸움은 가짜지만.. 이 싸움에서 이겨야 배후의 본질을 지킬 수 있다고 믿으므로, 영화인의 행동통일이 가능한 이 지점에서 전선(戰線)을 형성해 보자고 하는 것이다.

이 방어선을 포기하면?.. 영화인들 사이에 내분이 일어나 오리무중으로 되어버릴 위험이 있기 때문에 일단 여기서 싸울 수 밖에 없다고 다들 생각하고 있다.

정부는 돈을 풀겠다지만 그 돈은 엉뚱한 데로 흘러들어 가게 되어 있다. 영화인의 호주머니가 아니라 오히려 그 적들의 호주머니로. 정부의 대책은 영화인들을 더 열받게 할 뿐이다.

영화계 안에 이해관계가 대립되는 두 축이 존재하고 있다. 자본(극장주와 배급사)과 노동자(배우와 스탭) 사이에 분쟁이 있다. 이러한 본질을 외면한 스크린 쿼터 논의는 공허할 뿐이다.

충무로는 상업회사가 아니라 일종의 학교다. 영화인력 양성소인 것이다. 스탭들이 박봉에도 불구하고 일을 나가는 것은 그 때문이다. 정부의 지원은 충무로학교에 대한 지원이 아니라 CJ를 비롯한 몇몇 재벌급 회사에 대한 지원이 된다.

당국이 돈을 어떻게 풀든.. 결과적으로 그 돈은 몇몇 전주들의 호주머니로 다 들어가게 되어 있다. 영화인들은? 여전히 찬밥 신세를 면치 못한다.

그렇다면? 배급사나 극장주가 아니라 영화인들이 권력을 잡아야 한다. 문제는 그 권력이 일종의 사조직으로 되어 있다는 점이다. 정부가 지원하고 싶어도 지원하기 어려운 구조로 되어 있다.  

영화는 상품이면서 예술이다. 예술의 주인은 작가다. 돈이 아니라 사람인 주체이다. 충무로는 일종의 학교이며 그 학교는 인맥이라는 조직으로 되어 있고 그 안에는 정교한 권력의 시스템이 작동하고 있다.

그 권력은 강우석 사단이니, 장진 사단이니, 강제규 사단이니 하는 식의 정체가 모호한 인맥구조로 얽혀 있다. 그 권력은 존재하는듯 존재하지 않으며 존재하지 않는듯 존재한다. 이게 문제다.

한국영화가 흥행에 성공한 이유는 이 ‘사단’들이, 즉 ‘사설권력’들이 그 그룹 안에서 서로 가르치고 배우며 또 한편으로 경쟁하며 역동성을 발휘했기 때문이다.

예컨대.. 한국바둑이 강한 이유도 충암연구회를 비롯하여 사단들이 활약을 해주었기 때문이다. 충암사단을 전부 합치면 318단이라는 말도 있다.  

충무로의 특수성을 인정해야 한다. 80년대 한국영화가 맥을 못춘 이유는 임화수 패거리의 잔당들이 제작부장이니 하는 명함을 걸고 그때까지 영화판에 붙어 있었기 때문이라는 설도 있을 정도이다.

그때 그 시절 배창호 감독이나 이장호 감독 등은 극장가 조폭들과 주먹질을 하는 것이 주업무였다고 한다. 과장된 이야기인지도 모르지만.

충무로는 철저하게 사람을 위주로 돌아가는 판이고 그 사람을 존중해야 한다. 사람을 키워야 한다. 그 사람이 만드는 사적인 신뢰관계를 인정해야 한다. 그런데 정부는 돈으로 문제를 해결하려고 한다.

충무로는 특이한 곳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사회주의적인 가치와 그 시스템이 아직도 작동하고 있는 곳이다. 돈이면 다 된다는 자본주의 국가에서 돈 가지고 안 되는 유일한 분야가 영화다.

자본주의 방법으로 접근한 영화사는 쪽박을 면하지 못했고 사회주의 방법(?)을 채택한 영화사는 연일 대박을 터뜨리고 있다. 충무로는 아직도 의리와 인정과 눈물이 통하는 곳이다.

일반 회사라면 두 번 실패한 감독에게 작품을 맡기지 않겠지만 충무로는 두 번 실패한 감독이 의외로 세 번째 대박을 내는 일이 많다. 영화를 말아먹어도 사람을 챙기면 언젠가는 대박이 터진다.

결론적으로 스크린 쿼터 때문에 한국영화가 죽고 사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스크린 쿼터를 축소했을 때 한국영화가 침체에 빠질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한국영화가 침체에 빠진다면 국산영화가 극장을 잡지 못해서가 아니라 다른 이유로 죽을 수도 있다. 영화판의 권력이 극장주나 배급사 쪽으로 완전히 넘어가서 순수 영화인들의 발언권이 축소되고 강우석 사단이니 장진사단이니 하는 인맥이 망해서 한국영화가 위축될 가능성은 있다.

홍콩영화만 해도 그렇다. 홍콩반환 후 사람이 빠져나가서 영화계가 통째로 망한 것이다. 정부는 돈이 아닌 사람으로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데 돈에 집착하고 있고 그 돈은 오히려 그 사람의 적들에게 흘러들어가게 된다.

정답은 없는가? 있다! 문제는 옳은 해결책이라도 ‘내가 주도권을 쥐지 않으면 해결이 안 된다’고 다들 생각하고 있다는 점이다.

결론..

● 충무로가 자본주의 방식의 상업회사가 아닌 사회주의 방식(?)으로 작동하는 일종의 학교라는 사실을 인정할 것.

● 돈만 쏟아부을 것이 아니라 사람을 밀어주는 방법으로 접근할 것.

● 순수 영화인들에게 영화와 관련된 모든 권력을 넘길 것..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다. 일단은 대규모로 투자해야 한다. 영상테마파크나 관련된 인력양성 시스템을 만들고 운영권을 순수 영화인들이 주도하는 협회에 넘기는 방법 등이 모색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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