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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문제와 분단문제는 우리의 정치환경을 물리적으로 구성하고 있는 주요한 변수들이다. 이것이 어쩔 수 없는 ‘물리적 환경’임을 인정해야 한다.

슛이 매번 골대를 맞고 나와도 선수를 탓해야지 골대를 탓해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말하자면 ‘위험물 취급인가’가 있는가이다. 옳고 그르고 이전에 위험하다는 것이 문제다.

지역문제와 분단문제는 옳은 주장을 했다고 해서 선(善)이 아니며 결과를 예견하고 신중한 표현을 해야 선(善)이라 하겠다.

예컨대 DJ가 김정일을 자극하지 않기 위하여 어휘선택에 신중을 기한 것이 그렇다. 김정일이 이뻐서가 아니라 독재자에게 인질로 잡혀 있는 북한 주민을 위해서 발언에 주의를 기울였던 거다.

솔로몬의 재판과도 같다. 가짜 어미는 짜맞춘 논리로 이기려 들지만 친어미는 어떻게든 아이를 살리는 방향으로만 발언할 수 있기에, 논리가 있어도 그 논리의 칼을 휘두를 수 없다.

조중동에게는 김정일을 씹을 수 있는 언론의 자유가 있고 우리에겐 그 언론의 자유가 없다. 우리는 가짜 어미가 아니라 친어미이기 때문이다.

지역문제를 악용하는 정치인은 유종필처럼 마음대로 떠들 수 있지만, 지역주의와 맞서 싸우는 정치인은 말을 한마디 하더라도 신중하게 발언해야 한다. 우리는 선(善)한 의도라 해도 오해를 사지 않게 조심해야 한다.

그래서 유시민론은 겉돌게 되어 있다. 다들 유시민이 문제라고 말은 하는데 정작 뭐가 문제인지 그 핵심이 없다. 문제의 본질은 지역주의다. 지역주의가 아닌 척 의뭉을 떨며 이를 우회하여 발언하려고 하니 말이 헛나오는 것이다.

최재천은 말한다.

“유시민이 문제가 아니라 당청관계가 문제다.”

에둘러 말하는 거다. 능청을 떠는 것이다. 눈 가리고 아웅하자는 거다. 이 말은 유시민이 문제가 아니라 실은 대통령이 문제라는 의미다. 노무현이 미워서 유시민에게 한을 풀고 있다는 고백이다.

우리당 내에서도 다수가 노무현 대통령을 싫어한다. 그 이유는 그들이 지역주의를 극복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것이 문제의 본질이다.

결론적으로 노무현 대통령은 일정부분 인사탕평에 실패한 것이며, 우리당의 창당에도 불구하고 지역주의는 약화되지 않았다. 이건 물리적으로 우리 정치환경의 일부를 구성하고 있는 만큼 인정할건 인정해야 한다.
 

반노의 이유 반유의 이유

첫째 필자는 우리당 창당 초기에 천신정을 지지했다는 사실, 둘째 고건의 총리 퇴임 때 필자가 일각의 고건 비난을 말렸다는 사실, 셋째 필자가 김혁규 총리안을 적극 반대했다는 사실, 네째 필자가 김두관, 노건평, 김혁규 3총사의 지역행보를 꾸준히 비판해 왔다는 사실.. 이 모든 건이 지역주의와 관계 있다.

말하자면 필자는 김두관, 김혁규가 노무현의 이름을 팔아 PK를 중심으로 세력화를 꾀하는, 혹은 의도가 그렇지 않더라도 반대지역에 그렇게 비쳐지는, 혹은 난닝구들이 작심하고 오해하기로 하면 그렇게도 말이 되는 현상이 나타나는 것을 두려워 한 것이다.

PK에서 지역주의를 할 의도가 없더라도 뭔가 움직임이 있으면 지역주의에 혈안이 된 한화갑들에 의해 이용된다. 빌미를 제공하고 마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지역주의를 탈피하자는 마당에 이제는 역차별을 시정하고 전라도건 경상도건 의식하지 말고 고루 인재를 등용해야 한다고 주장하는데 이건 옳지 않다. 문제의 심각성을 깨우치지 못한 경솔한 주장이다.

다이너마이트라면 뇌관을 제공하는 방법으로 해결할 수 있지만 우리가 맞닥드리고 있는 문제는 핵폭탄이기 때문이다.

성평등이 일정궤도에 오를 때 까지는 역차별을 하더라도 여성을 우대하는 것이 맞고 지금은 역차별을 해서라도 지역간에 인사탕평을 하는 것이 맞다.

예컨대 양원제 국가에서 상원의 존재가 그러하다. 인구규모와 상관없이 지역을 대표하자는 것이다. 우리나라도 그렇다. 인구비례를 따지면 농촌지역의 의원 숫자를 절반으로 줄여야 한다.

이런 부분이 다수결의 원리에 맞지 않는 점에서 불합리하지만 그대로 가는 것은 제도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평등은 제도로 되는 것이 아니라 관습으로 되는 것이며, 그 관습이 만들어지는데는 대략 30년이 걸리므로 30년 정도 역차별을 해줘야 성별간에 지역간에 어느 정도 균형이 맞아진다.

국민은 탕평을 원한다. 그 방법으로 권력의 역학적 구도를 제시하고 있다. 문제는 그러한 방법이 대통령의 통치권을 침해한다는 점이다. 지역주의에 발목이 잡혀 통치권에 제약을 받으면 노무현호는 출범 자체가 어렵게 된다.

일정부분 지지도 하락을 감수하고 아슬아슬한 균형을 추구할 수 밖에 없는데 김혁규, 김두관 등의 PK세력화 조짐은 지역주의 뇌관을 건드려서 그 아슬아슬한 구도를 깨뜨리고 급속하게 신지역주의로 기울어지게 할 위험이 있다.

당분간은 민주당과 딴나라당이 지역주의로 재미를 보더라도 우리당은 일정부분 정치적 손실을 감수하고 대응하지 않는 것이 맞다. 노무현 대통령이 부산에서 출마한 것은 나중을 위해 당장 손해보기로 결정한 것이다.

마찬가지다. 우리당의 출범은 지역주의에 관해서 당장은 손해를 보고 나중에 득을 보기로 결정한 것이다. 그렇게 작심하고 가시밭길을 선택해서 우리당을 출범시켜 놓고는 선거가 다가오니 없던 일로 하자는 거다.

그들이 유시민을 반대하는 이유는 노무현 대통령의 한쪽 팔을 꺾어놓으려는 의도 때문이다. 그것이 애초의 약속이라고 정몽준들은 믿고 있었던 것이다. 노무현은 그런 약속 한 적 없지만 정몽준은 그런 약속이 있다고 믿기로 전략을 세웠다.

그것은 교묘한 심리전이다. 국민들은 노무현과 정몽준 사이에 뭔가 묵계가 있었지 않나 하고 지레 짐작해 버린다. 이 상황에서 몽이 태클을 걸면 국민들은 ‘노무현 후보가 뭔가 약속을 어겼군’ 하고 짐작해 버린다.

국민으로 하여금 오해하도록 유도하기가 몽의 전술이 되는 것이며 유시민의 적들 역시 같은 방법을 쓰고 있다.
 

DJ+고건+정동영노무현 : 3 대 1이지만 대통령이라는 노른자위를 줬으므로 대략 균형이 맞다. 지지율 올라간다.

정동영노무현 + 유시민 : 균형이 맞지 않다. 정동영의 차기가 공수표가 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지 않은가? 지지율 폭락이다.
 

결론적으로 DJ가 물러나고 고건이 없는 지금 호남은 노무현을 통제할 수단이 없다. 정동영 하나로는 약하다. 그러므로 유시민을 꺾어놓아야 쌍방간에 균형이 맞다고 여긴다. 그런 묵시적인 약속이 있었던 것처럼 분위기를 조작한다. 이것이 문제의 본질이다.

한반도 안에서 가장 큰 문제는 분단문제고 두 번째 큰 문제는 지역문제다. 이 구조가 변하지 않는 한 분단 보다는 통일을 주장하는 세력이 대권을 쥐게 되어 있다. 그러나 통일세력도 분단문제를 이용하고 있다는 점은 사실이다.

선의로 이용하는가 악의로 이용하는가만 다를 뿐 이용하고 있다는 본질은 같다. 지역문제도 마찬가지다. 노무현은 동서화합을 내세워서 대통령을 먹었다. 어느 의미에서 지역주의의 수혜자인 것이다.

옳고 그르고를 떠나서 지역주의라는 문제와 관계를 맺은 즉 국민은 지역문제를 역이용하여 노무현을 컨트롤 할 수단을 얻은 것이다. 유시민의 존재는 그들에게 ‘노무현을 제어할 수단이 없다’는 절망감을 주고 있다.
 

아무도 노무현을 지지하지 않는다

우리당에 노무현 대통을 지지한다고 말하고 다니는 의원은 많다. 그러나 그들이 지지하는 노무현은 금뺏지를 안겨다 주는 노무현, 선거 때 마다 승리하는 노무현이지 지역주의에 맞서 싸우는 노무현은 아니다.

그들이 지지하는 노무현은 데릴사위 노무현, 민며느리 노무현이지 나중을 위해 당장의 손해를 감수하는 노무현, 대한민국을 위해서 우리당을 희생하는 노무현은 아니다.

우리당에 있는 그대로의 진짜 노무현을 지지하는 의원이 무려 여섯 명 쯤 있다고 예전에 필자가 말한 바는 있다.

우리당에 노무현을 팔아먹은 가롯 유다 18명 있다. 노무현을 세 번 부인한 베드로도 100명 쯤 된다. 노무현을 끝까지 믿는 사람도 최소 여섯 명은 있다. 희망은 여섯으로도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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