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읽기
read 14819 vote 0 2005.08.30 (18:18:24)

대를 이어 친일하는 박근혜
친일파 심판은 미래 바로세우기 과업이다.

한나라당이 어설프게도 신기남, 김희선 의원의 부친을 거론하는가 하면, 심지어는 노무현 대통령을 유신판사라며 공격하기도 한다.(노무현 대통령은 독재의 녹을 먹지 않기 위해 판사직을 곧 그만두었다.)

따는 그것도 말은 된다만 그 말에 ‘의미’는 없다. 확실히 노무현 대통령이 판사직을 오래 했다면, 그래서 공안사건을 많이 판결했다면, 이회창이 양심수를 유죄판결한 이유로 비난받듯이 노무현 대통령도 비판되어야 한다.

요는 ‘의미’다. 그 의미는 역사적 맥락에서의 의미다. 그러한 판단에 역사적인 의미가 있는가 말이다. 노무현 대통령을 유신판사라며 말꼬리를 잡는 행위는 역사적인 의미가 없기에 원인무효가 된다.

사실이지 제국주의 시절 박정희의 친일은 약과다. 박정희의 경우는 중일전쟁 때 친일을 했다는 사실이 문제되는 것이 아니라, 쿠데타를 전후로 박정희의 정치적 성장과정이 친일세력의 발호와 연결된다는 점에서의 역사적인 의미가 있다.

무엇인가? 친일파로 거론된 3090명은 교과서에 이름이 거론될 정도의 유명인사들을 위주로 하고 있다. 즉 어떤 이름없는 평범한 농민이 가난을 견디지 못하여 일본으로 건너가서 돈을 벌어 부자가 되어 돌아왔기로 그를 친일파로 규정할 수는 없는 것이다.

설사 그 재일교포 부자가 일본을 좋아하고 일본노래만 부르고 일본음식만 먹는다 해도 그는 단순한 친일인물이지 친일파는 아니다. 왜냐하면 거기에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친일파가 문제인 것은 일본과 친했기 때문이 아니라, 대한민국 안에서 정치적으로 세를 이루었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일본을 좋아하는 취향이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니라 파당을 짓고 도당을 이루어 대한민국을 총체적으로 접수하려 든 것이 문제인 것이다.

박정희의 경우도 그러하다. 그가 만주에서 독립군을 해친 것은 작은 것이다. 그의 범죄는 쿠데타 이후 친일세력과 정치적으로 동맹한 점이 크다. 박정희가 쿠데타 후에 친일세력 박멸에 나서서 큰 공을 이루었다면 아무도 그를 친일파로 규정하지 않을 것이다.

무엇인가? 친일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조선 사주 방응모의 친일은 사실이지 작은 것이다. 그는 무지한 농민 출신으로 어쩌다 금광을 발굴하여 벼락부자가 된 졸부에 지나지 않는다. 월남 이상재 선생을 비롯한 우국지사들의 부탁을 받아들여 신문사를 인수한 것이 잘못은 아니다.

아무것도 모르는 그가 2차대전 말기에 총독부에 동원되어 친일행각을 했다고 하나 그것은 도리어 작은 것이다. 문제는 해방 이후에도 그가 세를 이루고 도당을 지었다는 사실이다. 왜? 범친일파 세력을 보호하기 위해. 방응모 범죄자는 자신의 친일죄상을 씻을 수 있는 무수한 찬스를 자신의 손으로 날려버린 것이다.

지금 우리가 때늦은 역사 바로 세우기를 하는 이유도 그러하다. 그들이 진정으로 참회하고 반성하였다면, 그들이 파당을 짓고 세력을 만들지 않았다면, 그들이 외세를 끌어들이고 쿠데타를 방조하지 않았다면 우리가 지금에 와서 그들을 심판할 이유가 없다.

알아야 한다. 친일 범죄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는 사실을, 역사 바로세우기는 흘러간 과거를 바로세우자는 것이 아니라 다가올 미래를 바로세우는 과업이라는 사실을. (물론 과거도 바로잡아야 하지만.)

친일 박근혜 역시 비판되어야 한다. 독재 박정희가 친일세력의 뒷배를 봐주었다눈 사실이 문제가 된다면, 박근혜의 역사 바로세우기 방해작업 역시 친일세력의 뒷배를 봐준 행위가 된다. 대를 이어 친일하는가?
List of Articles
No.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1422 유시민과 정혜신 2005-09-05 15569
1421 한국의 북해유전은 어디에? 2005-09-05 17069
1420 최장집과 노무현 2005-09-05 16032
1419 소리 지르는 자 2005-09-02 18651
1418 오마이뉴스는 그렇게 까불다가 언제 한번 된통 혼날 것이다. 2005-09-01 13317
1417 우리당 일각의 내각제설에 대하여 2005-08-31 18521
1416 노무현, 그리고 진정한 사랑 2005-08-31 16077
» 대를 이어 친일하는 박근혜 2005-08-30 14819
1414 경주 남산의 세가지 보배 image 2005-08-30 17890
1413 노무현식 산파정치(아제님 글입니다) 2005-08-28 14545
1412 곽호성이라고라? 2005-08-23 13495
1411 본 감독의 퇴장에 부쳐 2005-08-23 14930
1410 손석희와 노무현의 TV대담 2005-08-20 14700
1409 밀도있는 만남을 위한 조언 2005-08-18 16083
1408 문희상은 물러가라 2005-08-18 13192
1407 실용정당의 몰락 2005-08-18 14479
1406 정동영아 김근태야 2005-08-17 16178
1405 얼굴보고 반한다는건 허튼소리(마광수의 경우) 2005-08-16 17646
1404 조갑제, 죽음의 키스 2005-08-16 17436
1403 탕자처럼 돌아온 조성민 2005-08-15 151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