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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ad 14700 vote 0 2005.08.20 (14:20:14)

손석희와 노무현의 TV대담을 원한다.
12인 회의와 청와대 참모들은 석고대죄를 해야한다.

대통령은 국민을 상대로 직접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한다. 그 방법으로 ‘당원들에게 보내는 편지’와 기자회견이 선택되었다. 그 결과는 대략 실패로 나타났다. 심지어는 식물 대통령이 되고 싶다는 말 까지 나왔다.

이쯤 되면 누구 한 사람 책임지겠다고 나서야 하는 상황이 아닌가? 아직도 문희상은 눈만 껌벅거리고 있다는 말인가? 조기숙 당신은 뭐하는 인간인가? 청와대 참모가 한 두명이 아닐텐데 다들 뭐하고 있나?

과거 김대중 전 대통령 시절 있었던 국민과의 대화는 IMF 위기를 만난 국민들에게 용기를 북돋워주었다는 점에서 상당한 효과를 보았지만 그 방법으로 밀도있는 대화는 이루어질 수 없었다. 지금 노무현 대통령이 국민과의 대화를 시도한다면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을 것이다.

토론회라 해도 역시 패널의 공격과 대통령의 방어라는 포지셔닝의 문제가 있다. 기자회견이나 인터뷰의 방법 역시 일방적이라는 점에서 좋지 않다. 패널들이 우쭐해서 의도적으로 오해를 조장하는 질문을 던지고 대통령이 거기에 대응하여 해명성 발언를 한다면 아니한만 못하다.

편안한 분위기의 방송대담을 했으면 싶다. 방송인 중에는 손석희, 김용옥, 진중권 급이면 약간의 의미있는 대화가 될듯도 하다. 의원 중에는 유시민, 노회찬 정도가 가능하겠지만 방송 진행자나 언론사의 칼럼니스트가 적당할 것이다. 대통령과 지적 수준이 맞는 사람이 해야한다.

필자가 알기로 대연정 제안은 대통령이 우연히 말한 것이 아니라 대통령의 말씀이 있기 한달 전부터 12인 회의를 거쳤고, 우리당 내에도 파다하게 알려졌는데도 엠바고가 지켜진 건이었으며 아는 사람은 작년부터 대통령의 그러한 눈치를 읽고 있었다고 들었다.

대통령의 의견이 측근 참모와 12인 회의라는 두 번의 거르는 장치를 통과한 것이다. 당에서도 알만한 사람은 다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본적인 문제에 걸리고 있으며, 그리하여 국민들이 대통령을 의심하는 결과로 된 것은 분명 문제가 있는 것이다.

대통령의 선의가 차기 대선을 의식한 책략으로 비쳐졌다면 첫째 수준 이하의 참모들이 뒷받침을 못하고 있기 때문이며, 둘째 차기 대선주자가 여럿 참여하고 있는 12인 회의는 사실상 받아쓰기 회의로 전락하고 말았기 때문이다.

측근 참모들의 자질에 대해서는 말할 것도 없다. 12인 회의 역시 문제가 있다. 제 기능을 하려면 차기 주자가 배제되어야 한다. 그들이 몸을 사리기 때문에 회의가 겉도는 것이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대통령에게 돌아가고 있다.

지금 상황은 동료 선수의 도움을 받지 못하는 대통령 혼자만의 단독드리블이 상대팀의 밀집수비에 번번이 걸리고 있는 형국이다. 누가 나와서 패스를 받아주고 어시스트를 올려줘야 하는데 유시민이 간간이 나서주고 있을 뿐 돕는 사람이 없다. 당에도 없고, 청와대에도 없고, 12인 회의에도 없다. 이건 명백히 손발이 안맞는 모습이다.

소통은 원래 어렵다. 필자가 듣기로 시민단체 원로들 중 청와대 밥 안먹은 사람이 없다고 하지만 청와대에서 바른 말 한 사람 한 사람도 없었다고 한다. 대통령 면전에서 하는 말과 시민단체로 돌아와서 하는 말이 180도로 다른 것이다.

가끔 직언한다며 폼 잡는 원로도 있기도 하지만 그들은 대개 ‘민초들의 고충을 헤아리시오. 인재를 고루 등용하시오. 국민의 화합에 애써 주시오.’ 하는 식으로 하나마나 한 말을 연설조로 늘어놓기가 다반사였다는 것이다.

대화가 되는가? 대화가 안 되고 있다. 수준이 차이나기 때문에 대화가 안 된다. 필자는 우리나라에 노무현 대통령과 의미있는 대화를 할 수 있는 사람이 거의 없다고 본다. 청와대 참모들 중에도 없고 12인 회의 중에도 없다. 대통령의 의중을 파악하는 사람도 없고, 한 발 앞서가며 대통령이 놓친 부분을 보완해줄 수 있는 사람도 없다. 언론사 기자들 중에도 역시 없다고 본다.

그러므로 어떤 방법을 쓴대해도 대통령과 국민 사이의 소통은 불발이다. 당원들에게 보내는 편지 역시 의미있는 시도이기는 했으나 유의미한 쌍방향 소통은 되지 못했다고 본다.

왜 소통이 안되는가? 근본 ‘예(禮)’의 문제에 걸린 것이다. 소통은 말로 하는 것이 아니라 '예'로 하고 '인사'로 하고 '분위기'로 하는 것이다. 지금 상황은 분위기가 조성되지 않은 상태에서, 참모들의 도움을 받지 못하여 적절한 인사와 예를 갖추지 않은 채, 무리한 대화가 진행되어 서로 상대방의 진의를 읽지 못하고 어리둥절해 있는 상황이다. 타개해야 한다.

아무리 좋은 생각이라도 걸맞는 자리에서 좋은 분위기로 예를 갖추고 인사부터 차린 다음에 정색하고 말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이 역할이 누구의 책임인가? 보좌를 못하고 있는 청와대 참모들은 응분의 처벌을 받아야 한다.

12인 회의는 꿔다놓은 보릿자루 회의로 전락했다. 차기 대선주자를 배제하든지 뭔가 특단의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이대로는 안 된다. 유일한 돌파구는 편안한 분위기에서의 TV대담이다. 또 그것이 1회성으로 그치지 않고 매주 지속되어야 한다. 그 방법으로만이 대통령의 철학을 국민들에게 전달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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