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읽기
read 17435 vote 0 2005.08.16 (11:15:21)

이회창이 대통령이라면? 노조의 파업은 두 배로 늘어났을 것이다. 파병반대 데모는 더 극심해졌을 것이다. 어쩌면 최루탄과 지랄탄이 난무했던 그때 그시절로 돌아갔을지도 모른다.

이 사실이 의미하는 것은? 역설이지만.. 중도성향의 유권자가 왼편으로 인식되어온 노무현 후보를 선택한 것은, 노무현의 실용주의가 극좌를 통제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일정부분 있었다는 점을 의미한다.

상대적으로 왼쪽에 선 지도자는 극좌를 제압할 수 있다는 점을 내세워 어깨에 힘을 주는 것이며, 상대적으로 오른편에 선 지도자는 극우를 제압할 수 있다는 점을 내세워서 어필할 수 있는 것이다.

이회창이 야당 대표라면? 조갑제, 지만원들이 저리 날뛰지는 않을 것이다. 지금 야당은 리더십의 공백을 보여주고 있다. 박근혜는 극우를 통제할 수 없다. 지만원, 조갑제, 신혜식이 날뛸수록 박근혜의 체면은 깎일 것이다.

문제는 왼쪽의 노무현 대통령이 좌파를 제압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은 그리 큰 문제가 아닌데 비해, 오른쪽의 박근혜가 극우에 끌려다니고 있다는 점은 큰 문제로 된다는 사실이다.

왜인가? 권위주의 때문이다. 권위주의에 기댄 정치를 할수록 한 번 체면이 깎이고 우세를 당하면 그걸로 정치수명이 끝나는 것이다. 권위주의가 없는 노무현은 체면이 깎여도 문제로 되지 않는다. 권위는 본래 우파의 관심사인 까닭이다.

무엇인가? 진보 성향의 지도자는 공론을 일으키는 방법으로 리더십을 생산하는데 비해, 보수성향의 지도자는 권위를 세우는 방법으로 리더십을 생산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공론을 일으킬줄 모르는, 개혁 드라이브를 걸 줄 모르는 박근혜에게는 권위가 유일한 밑천인 것이며, 권위를 잃는즉 팽 되는 운명인 것이며, 조갑제, 지만원, 신혜식들의 난동에 의하여 박근혜는 이미 권위를 잃고 있는 것이다.

결론인즉 조갑제가 뜬금없이 이명박을 찬양하는 것은 죽음의 키스에 다름 아니다. 조갑제가 이명박을 찬양한다면? 이명박은 조갑제와 한통속으로 오인될 뿐이다. 이명박이 살려면 조갑제를 크게 꾸짖어서 자신이 극우를 통제할 수 있다는 점을 과시해야 한다.

● 왼쪽 지도자는 공론을 이끌어서 리더십을 생산한다.
● 오른쪽 지도자는 권위를 세워서 리더십을 생산한다.
● 왼쪽 지도자는 극좌를, 오른쪽 지도자는 극우를 각각 통제할 수 있어야 한다.

● 박근혜는 조갑제, 지만원, 신혜식을 통제할 수 없음이 드러났으므로 그들과 확실히 결별해야 산다.
● 이명박은 죽음의 키스를 보내온 조갑제들을 크게 혼내서 자신이 극우를 통제할 수 있음을 과시해야 산다.

이미 권위를 잃어버린 박근혜의 한 가닥 살길은? 박근혜가 조갑제, 지만원, 신혜식들과 거리를 분명히 한다면, 극우와 결별하고 중도개혁노선으로 간다면 극우가 광분하는 책임이 박근혜에게 가지 않는다.

그러나 박근혜가 그들을 아우르려 한다면? 박근혜가 그들의 지지를 받고자 한다면? 박근혜는 망신을 당하고 리더십을 잃게 된다. 조폭의 정치를 하는 그들에게는 조폭의 가오가 생명이기 때문이다.
List of Articles
No.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1422 유시민과 정혜신 2005-09-05 15569
1421 한국의 북해유전은 어디에? 2005-09-05 17069
1420 최장집과 노무현 2005-09-05 16032
1419 소리 지르는 자 2005-09-02 18651
1418 오마이뉴스는 그렇게 까불다가 언제 한번 된통 혼날 것이다. 2005-09-01 13317
1417 우리당 일각의 내각제설에 대하여 2005-08-31 18521
1416 노무현, 그리고 진정한 사랑 2005-08-31 16076
1415 대를 이어 친일하는 박근혜 2005-08-30 14819
1414 경주 남산의 세가지 보배 image 2005-08-30 17890
1413 노무현식 산파정치(아제님 글입니다) 2005-08-28 14545
1412 곽호성이라고라? 2005-08-23 13495
1411 본 감독의 퇴장에 부쳐 2005-08-23 14930
1410 손석희와 노무현의 TV대담 2005-08-20 14700
1409 밀도있는 만남을 위한 조언 2005-08-18 16083
1408 문희상은 물러가라 2005-08-18 13192
1407 실용정당의 몰락 2005-08-18 14479
1406 정동영아 김근태야 2005-08-17 16178
1405 얼굴보고 반한다는건 허튼소리(마광수의 경우) 2005-08-16 17646
» 조갑제, 죽음의 키스 2005-08-16 17435
1403 탕자처럼 돌아온 조성민 2005-08-15 151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