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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ad 14653 vote 0 2005.06.29 (16:33:29)

‘원수를 사랑하라’는 예수님 말씀도 있지만, 원수는 반드시 처리해야 인간 구실을 할 수 있다는 ‘예기(禮記)’의 가르침도 무시할 수만은 없는 터이다.

우리가 회창을 거부한 것은 그가 가족을 해친 살인범의 하수인이기 때문이다. 노무현 대통령 덕분에 우리는 적어도 ‘저 원수를 치워야 하나 두어야 하나’ 하는 양심의 번민에서 자유로울 수 있게 되었다.

80년대의 고통, 그 짐승의 치욕에서 벗어나 우리도 이제는 제법 사람 구실을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렇다면 된 것이다. 그걸로 족하다.

바랠걸 바래야지. 우리 너무 많은 것을 기대하지 말자.

참여정부의 성공여부에 지나치게 매달리는 태도는 역사의 큰 흐름을 보지 못하는 것이다. 우리 자신의 역량에 대한 믿음이 부족한 것이다.

정치중독에서 벗어나 인간을 치유해야 한다. 지나친 개입은 좋지 않다. 필자 역시 할 말은 많지만 지금은 말하지 않는 것이 좋을 것이다.

그동안 하려다가 하지 않은.. 목구멍 밑에 쌓인 말들을 대충 추려보니 아래와 같더라.

 

전여옥의 전성시대..

요즘은 아랫사람의 잘못을 윗사람이 대신 변호해주는 것이 유행인 모양이다. 전여옥이 사고를 치니 박근혜가 대신 변명을 해준다.

빈대도 낯짝이 있다고.. 이쯤 되면 눈치 안줘도 전여옥은 알아서 지구를 하직해줘야 할 법한데 뻔뻔스럽게도 버티고 있다.

우리당에도 전여옥이 여럿 있다. 문희상 전여옥이라고 있는데 인간이 오죽 못났으면 대통령이 나서서 그를 변호해주기까지 하는 처지가 되었겠는가?

대통령이 나서서 수습을 하게 만들다니.. 상황이 이쯤 되면 알아서 소멸되어줘야 할 것인데 벼룩이나 빈대의 낯짝에 비유하자니 그의 포청천 낯이 너무 두꺼워서 할 말을 잃게 만든다.

 

실용적으로 소멸되고 있는 우리당..

실용주의 본고장은 중국이다. 실용주의의 대부라면 흑묘백묘론의 등소평이 아닌가. 그는 현명하게도 정당은 실용적이지 못한 물건이라는 사실을 알아채는데 성공했다. 그는 일체의 정치논쟁을 중단시켰다.

중국에는 정치논쟁이 없다. 정치를 논할 일이 없으니 정당도 없다. 정당이 없으니 정당정치도 없고 민주주의도 없다.

정당은 이념적 결사체다. 본래 실용성이 없다. 정당이라는 실용적이지 못한 물건을 없애버리는 것이 실용주의다.

우리나라에도 실용파가 있다. 그들은 실용적이지 못한 우리당을 없애기로 결의하였다. 그들의 작업이 성공하여 우리당은 점점 없어져가고 있다.

당원이 먼저 없어졌다. 당원이 이미 없어졌는데 수석당원이 당원들에게 편지를 보낸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염동연의 한따까리..

염동연이 당에 사표를 쓰더니 문득 불뚝골이라도 났는지 광주 모처에 애들을 집합시켜서 한따까리 했다고 한다.

물론 본인은 의원간담회라고 말하겠지만 그걸 다른 사람이 하면 간담회가 되고 염동연이 하면 한따까리가 된다.  

고건총리의 퇴임과 천신정의 균열이 타격이었다. 어느 사이에 청와대와 연결할 끈이 사라져버린 것이다.

염동연이 장판교에 우뚝 선 장비처럼 길목을 막고 민심을 차단하는 데다 정찬용은 무능하니 될 일이 없다.

과거 박주현 변호사가 들려준 이야기다. 시민단체의 수장이나 혹은 지역에서 말 좀 한다는 양반들이 청와대에만 들어가면 태도가 180도로 달라진다고 한다. 앞에서 하는 말과 뒤에서 하는 말이 상반된다.

인간이 그렇게 표변할 수가 있을까 하고 충격을 받을 정도로.. 근본적인 의사소통 장애가 있는 것이다.

잘 추던 춤도 멍석 깔아주면 안추는게 인간심리다. 그 사람들 입 열게 하려면 고도의 기술이 필요하다.

지역에서 신망을 받는 원로들이 나서주어야 한다. 웬만한 시민단체 수장들도 청와대에만 들어가면 갑자기 벙어리가 되어서 속엣말 못하고 눈만 껌벅껌벅 하다가 온다는데..

염동연 따위 짬밥이 안되는 애들이 중간에서 거간하고 나서면 분위기 썰렁해지고 마는 것이다.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국민과 대화를 하면 국민이 입을 다물고, 시민단체와 대화를 하면 앞에서 하는 말과 뒤에서 하는 말이 다르고, 원로들과 대화를 하면 할 말을 하는 것이 아니라.. 같이 밥먹으러 간 인간이 무슨 소리를 하는지 서로 눈을 치껴뜨고 감시를 하는 상황이다.

대화가 먼저 죽는다. 의사소통은 실패다. 말을 하게 만들려면 멍석만 깔아서 안되고 먼저 분위기를 잡아주어야 한다. 지금은 확실히 분위기가 아니다.

 

참여정부의 불협화음

참여정부의 문제는 기획관리영업의 역할분담이 자리를 잡지 못한 데 있다. 유시민과 이해찬은 기획을 할 수 있고, 장영달이나 한명숙이면 관리 정도는 할 수 있다.

현장을 뛰어줄 영업맨은? 당에는 눈씻고 봐도 없다.

청와대는 대통령이 영업맨이다. 안방의 일은 총리에게 맡겨놓고 대통령은 밖으로 영업을 뛰어야 하는데 지금은 대통령이 기획과 영업을 동시에 뛰고 있는 형국이다. 이러니 일이 안되는 것이다.

대통령이 로드맵 짠다며 청와대에 머물렀을 때 지지율이 떨어졌고 밖으로 외교를 뛰었을 때 지지율이 올라갔다. 지금은 지방을 돌아야 할 타이밍인데 청와대 안에서 기획만 하고 있다.

원래 영업이 생색을 내는 일이고 기획은 욕 먹는 일이다. 그래서 기획은 참모가 몰래 하는 것이다. 대통령이 기획하면 안 된다. 하더라도 소문나면 안 좋다.

이해찬은 기획통이지만 지금 맡고 있는 총리직은 관리다. 군기반장 역할을 해줘야 하는데 이해찬이 기강을 잘 잡고 있다는 말은 들리지 않는다.  

대통령이 영업맨이 되어 현장을 뛰어줘야 매출이 늘어난다. 대통령은 청와대를 멀리하고 더 지방을 돌아야할 것이다. 김우중식 세계경영은 아니더라도 노무현식 지방경영은 해줘야 한다.

보폭을 크게 잡고 동선을 넓혀주어야 한다. 2002년 대선 유세 때 처럼 움직여주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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