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읽기
read 16099 vote 0 2005.06.24 (19:56:50)

강준만의 논리는 ‘2002년 노무현은 왜 권노갑을 치지 않았느냐?’, ‘김근태는 왜 권노갑을 치는데 협력하지 않은 노무현과 갈라서지 않느냐?’, ‘유시민은 왜 참여정부의 잘못을 따지지 않느냐’ 이런 논리지요.

정치인들 사이를 이간질 시키면 킹 메이커 몸값이 올라간다 이거지요. 참으로 야비한 짓입니다. 이런 짓 해서 대통령 권력이 약화되면 그 손실은 대한민국에 전가됩니다. 국가 전체에 해를 끼치는 거지요.  

뭐 정부가 하는 일에 잘못이 있으면 충고하는 것도 좋겠지요. 그러나 논객이 할 일과 정치가의 할 일은 다릅니다. 유시민은 정치가에요. 이거 인정해야 합니다.

소위 논객이란 것들은 원래 찌질한 인간들이므로 시시콜콜 찌질을 붙지만, 정치가는 리더이므로 사안별 대응을 하지 않습니다. 패키지로 엮어서 판을 종합적으로 관리합니다. ‘일괄타결 전략’이지요.

저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개입은 최소화 되어야 합니다. 잔소리를 하면 할수록 결정적인 시기에 큰 매를 들지 못하게 됩니다. 우리당이 뻘짓해도 잠자코 있다가 결정적인 찬스에 한 방에 보내야 합니다.

정동영과 김근태가 권노갑을 칠 때 노무현은 가만있었지요. 정동영은 지역이 같은 호남이기 때문에 권노갑을 건드려도 괜찮아요. 형님의 잘못은 아우가 충고해 줄 수 있어요. 그러나 노무현은 경우가 다르지요.

노무현이 권노갑을 치면 정치인 권노갑을 건드린 것이 아니라 영남이 호남을 건드린 셈이 되기 때문에 이건 유권자와 정치가 사이에 형성된 암묵적인 룰을 깨는 반칙입니다. 반칙하면 안 됩니다.  

더구나 당시는 한나라당과 건곤일척의 큰 싸움을 앞둔 일촉즉발의 위험한 시기였습니다. 전쟁 직전에 아군의 대오를 깨는 행동을 한다는 건 말도 안 되지요.

여기에 미묘한 법칙이 숨어 있어요. 같은 발언이라도 누가 어느 지점에서 어떤 시점에 하느냐에 따라 완전히 달라집니다.

대통령은 퇴임해도 국가공동의 재산입니다. 대통령을 치는 건 국가 공동의 재산을 파괴하는 일이 되므로 이건 경우가 바르지 않은 거지요. 그러므로 탄핵이 나쁜 거지요. 탄핵은 명백히 국가파괴의 역적질입니다.

야당도 마찬가지에요. 이회창이 패배한 이유는 물론 인간이 못나서이지만 그 중에 김대중 대통령의 퇴임 후를 확실히 보장하지 않은 점이 큽니다. 이회창 진영의 교만이지요.

대선기간에 이회창은 노무현을 공격하지 않고 엉뚱하게 곧 물러날 현직 대통령을 공격했어요. 이건 국가를 파괴하는 짓이지요. 야당이라도 그런 짓은 하면 안 됩니다.

박근혜나 이명박도 마찬가지. 차기 대선후보를 견제해야지 현직 대통령을 공격한다면 이건 미친 짓입니다.

집안에서 아버지가 잘못을 저질러도 장남인 자신이 가문을 일으키겠다고 약속하는 방법으로 수습을 해야지, 아버지를 두들겨 팰 수는 없는 것과 같습니다. 이건 유교논리인데 한국인은 운명적으로 유교주의에서 벗어날 수 없어요. 이거 알아야 합니다.

문제는 위기관리에요. 아무리 잘못이 있어도 함대를 지휘하는 선장을 쏘면 안 되지요. 함부로 대통령을 건드리는 건 위기를 관리하는 리더의 면모가 아닙니다.

대통령은 어떤 경우에도 위험을 관리할 수 있어야 합니다. 앞길에 폭탄이 있으면 조용히 비켜가야지요. 말해도 군중이 다 지나가고 난 다음에 말해야 합니다.

위기관리라는 것은 알고도 모른 척 하는 거에요. 시침을 뚝 떼고 가는 겁니다. 이때 크게 소리를 질러서 ‘폭탄이다!’ 하고 폭탄선언을 해버리면 군중은 혼란에 빠져요. 질서가 무너지고 통제가 안 되는 거지요.

특히 식품업계에 이런 일이 많은데 우지라면 파동, 고름우유 파동, 농약 번데기 파동, 녹즙기 쇳가루 파동, 만두파동 등이 있지요.

파스퇴르 우유가 자기네 질 좋은 우유를 선전하기 위해서 상대방 우유를 ‘고름우유’라고 비방하니까 소비자들이 우유를 안 마시는 거죠. 이건 파스퇴르도 같이 망하는 겁니다. 정치를 이런 식으로 한다면 최악의 정치죠.

쇳가루 녹즙기 사건도 유명한데 어떤 중소기업에서 자기네 녹즙기는 쇳가루가 안 나온다고 선전을 하니까 소비자들이 질겁을 해서 일체의 녹즙기를 구매하지 않게 된 겁니다. 녹즙기 시장이 통째로 무너졌어요.

기업가.. “우리 녹즙기는 쇳가루가 안 나옵니다.”
소비자.. “뭐시라? 녹즙기에서 쇳가루가 나온다고? 에구 무서워라.”

이런 식으로 시장 말아먹고 너죽고 나죽고.. 안 좋습니다. 말 한마디 잘못해서 다 죽는 경우가 있어요. 그러므로 리더는 국민이 놀라서 폭주할 위험이 있는 발언은 하지 말아야 해요.

별 것 아닌데도 ‘핵이다. 폭탄이다!’ 하고 호들갑을 떨어서 대한민국 주가폭락에 기여하는 이문열과 지만원, 조갑제들.. 그리고 인내심 있게 조용히 해결하는 김대중 전 대통령.. 참으로 인품이 하늘과 땅 차이입니다.

노무현 후보는 한나라당과 일전을 앞둔 긴장된 시기에 알고도 모른 척 해서 위기를 관리할 줄 아는 리더임을 입증했고 유시민도 마찬가지입니다. 때로는 알고도 모른 척 해야 해요. 대신 대안을 제시해야지요.    

논객은 입바른 말을 할 수 있지만 정치가는 어떤 경우에도 판을 전체적으로 관리해야 해요. 심지어 야당도 관리대상에 포함된다는 말입니다. 야당의 잘못도 내 잘못이라는 생각을 해야 해요.

저의 입장도 그렇습니다. 총체적으로 판을 관리하고 위험에 대비해야 합니다. 참여정부 물론 문제 많습니다. 그러나 진정한 대안은 잘난 척 하며 참여정부에 충고하는 것이 아니라 길게 내다보고 우리 시대를 준비하는 겁니다.

우리가 주제넘게 노무현 대통령을 코치해서 얻는 것 보다 우리끼리 코드를 맞춰서 내부에 강력한 구심점을 형성하고 사회적인 신뢰를 얻는 방법으로 자체 엔진을 장착하는 일이 중요합니다.

이게 일을 차근차근 풀어나가는 방향이에요.

참여정부에 찌질한 딴지나 거는 강준만.. 그의 충고가 과연 도움이 될까요? 왕조시대에는 왕이 30년이나 50년씩 해먹으니.. 그 방법 밖에 없었겠지만 민주주의는 다릅니다. 왕에게 충고할 필요 없어요.

우리는 우리의 밑그림을 가지고 우리의 대안을 준비하여 우리시대에 우리의 꿈을 펼치는 겁니다. 그러기 위해서 판고르기로 노무현과 참여정부가 필요하고 참여정부를 출범시킨 그 자체로서 우리의 첫 단추는 잘 꿰어진 겁니다.

두 번째 단추부터는 우리 시대가 왔을 때 우리가 우리 힘으로 꿰는 겁니다. 그러니 청와대 쪽 쳐다보고 칭얼댈 필요조차 없어요.  

기억합시다. 소위 논객이란 것들은 원래 찌질한 인간들이므로 자질구레한 일에 시시콜콜 찌질을 붙지만, 그들은 개인이고 우리는 팀입니다.

우리가 강한 이유는 팀플레이를 하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팀이므로 전략적 사고를 해야 합니다. 소소한 일에 대응하지 않습니다. 패키지로 엮어서 판을 종합적으로 관리합니다. 지금은 힘을 비축하고 때를 기다렸다가 ‘일괄타결 전략’으로 가는게 맞습니다.

List of Articles
No.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1383 연정에 찬성하면 대통령 된다 김동렬 2005-07-15 16245
1382 문희상은 대통령이 탈당하게 만들려는가? 김동렬 2005-07-13 15310
1381 홍준표법의 경우 김동렬 2005-07-05 14233
1380 민노당과의 연정 못할 거 없다 김동렬 2005-07-04 13892
1379 노무현 한방으로 사태평정 김동렬 2005-07-04 13927
1378 전인권을 생각하며 김동렬 2005-06-29 15417
1377 전여옥의 전성시대 김동렬 2005-06-29 14654
» 위험인물 강준만 김동렬 2005-06-24 16099
1375 조선일보 불 내가 질렀다 김동렬 2005-06-23 13992
1374 강준만 아직도 더 망가질 건수가 남았다 김동렬 2005-06-22 14032
1373 전복의 전략 2 김동렬 2005-06-15 13350
1372 전복의 전략 1 김동렬 2005-06-15 13742
1371 전여옥의 질투 김동렬 2005-06-14 14299
1370 본프레레 감독에 대한 생각 김동렬 2005-06-12 14409
1369 정동영은 뭣하고 있나? 김동렬 2005-06-11 14301
1368 전여옥과 박근혜의 막상막하 김동렬 2005-06-09 14621
1367 문희상은 왜 버티고 있나? 김동렬 2005-06-08 14384
1366 서영석님의 위세론을 읽고 김동렬 2005-06-08 14907
1365 깨닫는다는 것은? 김동렬 2005-06-06 13472
1364 전여옥에서 황우석까지 김동렬 2005-06-05 1289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