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읽기

이틀 전 데일리 서프라이즈에 기고한 글인데 데일리에는 오늘 실렸군요. 문장을 조금 다듬었습니다.


아무리 망가져도 아직은 더 망가질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해 보이겠다는 식이다. 그걸로 기네스 북에 한 장을 열어보겠다는 건가.

강의 발언은 유시민을 고리로 하고 있지만 이는 찌질을 붙는 절차에 불과한 것이고 실제로는 네티즌과 각을 세우려는 것이다. 이 싸움은 결국 강준만이 질 수 밖에 없다. 네티즌의 숫자는 점점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은 정치적 비중이 덜한 20대와 30대가 네티즌의 주류를 이루고 있지만 시간이 흐름에 따라 네티즌의 위상도 점차 나아지게 되어 있다. 필자는 적어도 20년 정도를 내다보고 있다.

독일에서는 노조 지도자를 거치지 않고 국회의원이 되기 어렵다고 하는데 20년 후 한국에서는 번듯한 인터넷 경력을 거치지 않고 국회의원 되기 어려울 것이다.

강은 유가 말을 바꾸었다고 한다. 딴나라당이 DJ나 노무현을 향해 늘 하던 그 소리다. 과연 유가 말을 바꾸었는가? 천만에! 싸움의 규모가 커짐에 따라 네티즌이 전술을 바꾼 것이다.

유는 그 흐름을 따라왔을 뿐이다.

예컨대.. 민노당도 집권 야심이 있다면 강령을 바꾸고 변신을 꾀해야 한다. 그때 강은 민노당이 태도를 바꾸었다고 비난할 것인가? 이런 식의 비난하기 위한 비난은 일고의 가치도 없는 것이다.

진실을 말하자! 한가지 성취가 있을 때 마다 그만큼 진도를 나가주는 것이 당연하다. 마땅히 변할 수 있어야 한다.

노자의 언설에 의하면 유(柔)가 강(剛)을 이긴다고 했다. 유는 부드럽기 때문에 시대의 변화에 몸을 맡기어 적절히 변신하고 강은 단단하기 때문에 고집을 부리다가 역사의 세파에 밀려 꺾여지고 마는 것이다.

유(柔)가 강(剛)을 이긴다

우리당은 지금 내부에 질서를 잡아가고 있는 중이다. 어떤 질서가 있을 수 있는가? 장유유서의 전통에 따른다면 나이 순대로 장영달과 한명숙이 당권을 잡아야 한다.

민주화세력의 정통성을 따진다 해도 장영달, 한명숙, 유시민이다. 창당주역 중심으로 간다면 신기남, 유시민이다. 이념을 기준으로 한다면 유시민, 장영달이다. 대통령과의 친소관계로 따진다면 문희상, 염동연, 유시민이다.

우리당이 망가진 직접적인 이유는 의장경선 후유증 때문이다. 지지율 높이려면 의장경선 따위는 안하면 된다. 민주주의? 개코나. 민주주의 따위를 왜 해? 민주주의만 안하면 지지율 올라간다.

한나라당이 그렇다. 그런데도 왜 우리는 말도 많고 탈도 많은 민주주의를 구태여 하는가? 왜 화를 자초하고 매를 버는가?

민주주의란 질서 재편의 시스템이다. 게가 허물을 벗듯이, 또 누에가 고치를 벗고 날개를 얻듯이 일정한 성취가 있을 때 마다 새로운 질서로 말을 갈아타야 한다. 그렇게 거듭거듭 거듭나는 것이다.

그 질서의 밑바닥에 국민이 있다. 한 단계의 역사의 성취가 있을 때 마다 국민 중심으로 질서를 재편하는 것이다. 말이 많은 것도 당연, 탈이 많은 것도 당연.

우리당의 잘못된 질서

지난 당의장 경선은 대통령과의 친소관계를 중심으로 질서를 만든 것이다. 그러나 이는 표면의 모양새에 불과하다. 속임수였다. 우리당 내의 사조직이 신기남을 아웃시키고 대통령을 팔아 문희상을 미는 척 사기를 쳤다.

질서는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다. 이념 순, 다선 순, 민주화의 정통성 순, 창당주역 순 등 여러 가지 질서가 있을 수 있다. 아무도 대통령과의 친소관계라는 사적인 고리를 중심으로 우리당이 재편되기를 원하지 않았다.

이는 우리당의 자생력을 부인하고 노무현이라는 이름 뒤에 안주하는 결과로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대통령과의 친소관계를 중심으로 질서를 구축하는 척 연극을 하면서, 그 방법으로 대통령을 욕보이고 실제로는 자기네 어둠의 세력 중심으로 리모컨 질서를 만든 것이다.

이건 가짜다. 당원과 국민을 상대로 대국민 사기극을 벌인 것이다. 뻔뻔스럽게도 말이다. 가짜는 오래가지 못한다. 진짜가 드러날 때 까지 고통은 계속될 뿐이다.

필요한 것은 국민 중심의 참된 질서

지구상의 모든 존재는 지구의 중심을 향해 줄을 서고 있다. 무엇인가? 중력이다. 그 누구도 중력권이라는 기본질서에서 벗어날 수 없다.

지상의 모든 생명체는 태양광에 의존하는 먹이사슬 피라미드 안에 있다. 그것이 무엇인가? 질서다. 누구도 예외가 될 수 없다.

질서가 있어야 한다. 국민이 그 태양이 되어야 하고 국민이 그 중력권이 되어야 한다. 문제는 그 국민과 어떻게 소통할 것인가이다. 인터넷이다.

그러나 인터넷을 매개로 한 소통은 상대적으로 젊고 개혁적인 세력으로 한정된다. 그러므로 우리당은 두려워 하는 것이다. 그들은 네티즌과 소통할 수 없다는 점에서 낙담하고 있다.

그렇다면? 결국 시간이 문제일 뿐이다.

5년이 되건 10년이 되건 결국은 인터넷이 소통의 수단이 될 것이고 인터넷으로 소통하는 정당이 국민의 의지를 반영할 것이며, 인터넷을 아는 사람을 국회의원으로 뽑거나 아니면 당장이라도 국회의원들이 인터넷을 배우는 수 밖에 없다.

인터넷정치를 선점하는 당이 영구히 정권을 낼 것이며 현재로는 우리당이 가장 거기에 가깝다. 그러나 우리당은 인터넷을 두려워 하고 있다. 이 병은 당분간 치료되지 않을 것이다.

강준만 역시 인터넷을 두려워 하고 있다. 인터넷 덕분에 차기 대선 킹메이커의 판고르기 작업이 차질을 빚고 있다고 믿고 있다. 네티즌 때문에 더러워서 장사 못해먹겠다는 식이다.

시간이 약이며 다른 대안은 없다. 참된 질서는 하나 뿐이며 그것은 인터넷을 중심으로 한 질서이고 이 질서의 구축에는 적어도 20년이 걸린다.

갈등은 당분간 계속될 것이며 빠르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오히려 지지도가 더 바닥을 쳐야 한다.

2층 아래 1층 있고, 일층 밑에 지하층 있고, 지하층 밑에 지하 2층 있다는 증권가 격언이 있다. 우리당이 바닥을 찍고 상승의 모멘텀을 잡으려면 아직 멀었다. 지금은 1층에 떨어진 정도다.

결국은 네티즌을 중심으로 새 질서를 만들어야 하는데 아직은 아무도 그 새질서에 동의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권력이동의 새바람이 분다

낡은 것은 썩어 문드러졌고 새것은 아직 뿌리를 내리지 못했다. 그러나 새로운 바람은 계속 불어온다. 이 바람은 그치지 않는다. 그리고 모두가 두려워 한다.

이 바람을 피하기 위해 그들은 갖은 방법을 다 써볼 것이다. 벼라별 발악을 다 할 것이다. 아직도 해보지 않은 발악이 열가지 쯤 남아있다. 그 모든 발악을 다 한번씩 해본 다음에 그들은 체념할 것이다.

강준만을 비판하기도 이젠 질렸다. 비난할 가치도 없다. 그는 더 이상 우리들에게 타격해야 할 대상을 말해주지 않게 되었다. 용도폐기 된 것이다.

한가지 분명한 사실은 우리가 쓸모없는 강을 용도폐기 했듯이 유시민도 뻘짓하면 언제든지 폐기될 수 있다는 거다.

강은 유가 보스정치를 한다고 말하지만 진짜 보스는 네티즌이다. 네티즌 눈 밖에 나고서 영향력을 가지고 살아남을 정치인은 아마 없을 것이다. 유는 네티즌을 잘 알고 네티즌과 코드를 맞춰왔을 뿐이다.

이 모든 것을 만들어낸 밑바닥의 에너지는 역사의 흐름이 자리하고 있다. 무엇인가? 그것은 오프라인에서 온으로의 권력이동이다.

머리가 좋은 유시민은 그 와중에서도 용케 살아남은 것이다. 머리 나쁜 강은 이 흐름을 읽지 못하고 낙담하여 애꿎은 유시민을 탓하고 있다. 실제로는 네티즌을 비난하고 싶어하면서 말이다.

비겁자여! 그냥 네티즌이 싫다고 말하라. 네티즌 때문에 킹메이커 자영업에 영업실적이 부진하다고 말하라. 점점 눈빛이 썩은 김윤환을 닮아가는 자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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